뉴스
home
이슈/사회
home
4️⃣

"하동이 없어진다고?" 청년 7명이 말하는 하동 이야기

하동 청년모임 ‘행동’

하동군 총 인구수는 4만4326명(‘21년 4월 기준)이다. 이 가운데 20대는 3296명, 전체 중 7.4%에 불과하다. 해가 갈수록 도시로 빠져나가는 청년이 늘고, 출생률이 낮아지는 시대적 흐름은 하동의 존폐까지 묻기에 이르렀다. 이 추세라면 향후 30년 안에 하동이 사라질 것이라는 섬뜩한 예상도 있다. 그러나 희망도 피어난다. ‘자연과 가능성’을 찾아 하동을 찾아오는 청년들도 적지만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7일, 지리산둘레길 하동읍센터에서 “하동에서 재밌게 놀아보자”는 슬로건 아래 뭉친 7명의 청년모임 ‘행동’을 취재했다.

“재밌게 놀자” 기치로 2020년 5월 첫모임 매주 모여 토론과 수다늦은 행정·대중교통·의료체계에 쓴소리군에 청년 전담부서, 개발 반대 주문도

행동은 ‘놀자’는 의미의 ‘행아웃(Hangout)’과 ‘하동’을 합쳐 붙인 이름이다. 지난해 5월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는 하동을 위해 재밌는 궁리를 해보자는 취지에서 ‘하동청년궁리’였다가 모임의 성격이 확대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30분 토론도 하고, 일상을 공유하며 수다를 떤다. 다큐멘터리 감상, 서평 공유 뿐만 아니라 하동 곳곳을 달리는 러닝 모임인 ‘열정건강클럽’도 진행한다. 회원은 김다은(여·28), 김단호(남·35), 김묘경(여·22), 권경민(여·24), 최성훈(남·25), 최신형(남·23), 이강희(남·26)씨 등 7명이다.

하동은 자연·여유·인맥·가능성이 무한히 열려있어

“새소리로 시작하는 아침이 너무 좋아요. 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여유, 강아지와의 산책, 횡천면 로컬 농산품도 좋고요. 아, 송림공원을 빼먹을 뻔 했네요!” 하동읍에서 ‘카페하동’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다은씨는 하동에서 살면서 가장 좋은 점으로 자연과 여유를 꼽았다. 진해에서 해군 부사관으로 복무했던 김씨는 귀촌을 결심한 부모님을 따라 하동으로 왔다. 옆에서 김씨의 말을 듣고 있던 그래픽 디자이너 권경민씨는 ‘인맥’이 하동에 살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하동 출신인 권씨는 “어린 시절에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관계인 하동의 인맥이 싫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인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문제가 해결될 때가 있어 큰 도움이 된다”며 “마치 보호막 같다. 둥지 속에 아기 새가 비상할 때까지 지켜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악양면에서 ‘달달하동’ 커피숍을 운영하는 이강희씨는 ‘가능성’을 하동에 사는 이유로 꼽았다. 이씨는 “다른 곳에는 흔한 아이디어일지도 모르겠지만, 하동에서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면 ‘하동 최초’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도를 다양하게 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동은 생각보다 개방적이다. 사람들이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한 것 같다”며 “이 같은 점이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청년에게는 큰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덧붙였다.

느린 행정·교통 및 관광 인프라 해결이 급선무

하동에 살면서 힘든 점이나 아쉬운 점을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 발언이 쏟아졌다. 최성훈씨는 “행정 절차가 너무 느리다. 뭔가를 문의해도 답변이 없거나 아예 담당자와 연락이 안 닿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들도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최신형씨는 교통문제를 지적했다. 최씨는 “대중교통이 너무 부족하다. 하동은 자가용 없이 살 수도 없고, 관광하기도 힘든 도시”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있는 대중교통도 운행 정보가 다를 때가 있다. 교통 정보를 일원화하고 사용자 중심의 교통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의료 공백과 군정 정보의 공유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단호씨는 “하동에는 응급실이 없어 응급환자가 생기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산부인과나 소아과 전문 의료진이 없는 것도 아쉽다”고 말했다.
김묘경씨는 “하동군이나 산하기관이 사업을 해도 그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못하는 것 같다.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게 고작인데 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정보를 찾아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며 “스마트 시대에 맞게 군민이 스마트폰으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게 앱 등을 개발해 보급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동청년이 모여 소통하는 공간이 필요해…

하동청년으로서, 하동군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이강희씨와 최성훈씨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청년 정책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청년문화공간, 청년센터 등을 만들어 일자리 제공, 네트워크 조직 등을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이야기를 풀어간 김단호씨는 “하동의 자연을 훼손하는 무분별한 공사는 반대한다. 특히 대송산단, 산악열차 등에 대해서는 예산과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며 “차라리 그 돈으로 주민 행복, 젊은 층 인구 유입을 위한 지원정책에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하동의 소멸을 걱정하는 시대.
하동에서 살아가는 또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김다은씨는 “ ‘행동’이 하동 청년 연대의 불씨와 씨앗이 되길 바란다.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으니 하동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언제라도 ‘행동’의 문을 두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동’ 모임 문의 - 인스타그램 검색 : 열정건강클럽)

2021년 6월 /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