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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어머니 저 잘 먹고 있어요... 먹는 걱정은 이제 그만!

나는 하동살이 4년차 새댁이다. 친정은 경기도 수원. 같은 직장에 다니던 언니의 소개로 늦은 나이에 남편을 만나 297km의 장거리 연애를 하다가 결혼에 골인,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하동으로 내려오게 됐다. 친구 한 명 없는 먼 하동으로 간다는 것과 시어머니랑 함께 산다는 것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걱정을 했지만 나에겐 오히려 설레는 일이었다.
경상도 사투리는 어느 정도 감으로라도 알아듣는다 자부하며 지내던 어느날, 저녁준비를 도와드리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아야, 쪽다리 좀 가온나” 하시는 게 아닌가. 쪽다리? 쪽다리가 뭐지? 순간 아무리 주변을 찾아봐도 짐작 가는 게 없었다. 당황하는 내가 웃기셨는지 “쪽다리 모르나? 니 앞에 거 있네.” 하시는데 눈앞에 들어온 건 국자! “어머니, 이거요?” 하며 들어 보이니 맞다며 “그거하고 중발 하나 가온나이” 이런...중발은 또 뭐람? 완전 멘붕이었다. 역시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아 그게 뭐냐 여쭤보니 “거기 그릇 있는데 있네~ 이거 (반찬) 담을 거 가온나” 하시는 거다. 나는 그렇게 하동 사투리를 하나 더 배웠고 그때의 당황했던 내가 웃기셨는지 아직도 가끔 그날의 상황을 이야기를 하시며 나를 놀리신다. 그 후로 어머니는 내가 잘 알아듣도록 말씀도 천천히 하시고 사투리라 생각되는 단어는 잘 설명을 해 주신다.
그렇게 행복한 하동살이가 1년도 채 못 되어서 나는 갑자기 뇌동맥류가 파열되어 생긴 ‘지주막하출혈’로 수술을 하게 됐다. 머리를 여는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서 며칠이 지나 겨우 정신이 들었는데 통증이 너무 심해 며칠 동안 나오는 식사를 모두 거부했다. 남편이 걱정하면서 “정아! 하동엄마가 너 걱정돼서 매 끼니마다 니 밥 따로 떠놓고 기도하신다. 뭐라도 먹고 기운차려야지.” 하는데 아픈 와중에도 어머니의 마음에 눈물이 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중에 여쭤보니 “중환자실에서 밥도 못 먹고 누워만 있는 며느리가 걱정돼서 이렇게라도 밥을 먹이고 싶어서 그랬다.”고 하셨다. 어머니의 그 마음 덕분인지 나는 기적적으로 어떠한 장애나 후유증 없이 무사히 회복할 수 있었다.
“밥이 보약인기라~” 하시며 아직도 여든이 훌쩍 넘은 연세에도 손수 음식을 해주시고 맛있는 게 있으면 며느리부터 챙겨주시는 어머니! “밥은 묵었냐~” 멀리있는 자식들의 세 끼 안부가 늘 궁금한 어머니! 작은 머리핀 하나에도 “우리 며느리가 사준기라~” 하며 자랑해 주시는 어머니! 신랑이랑 다슬기를 잔뜩 잡아오는 날이면 “이런 거 안해봤을낀데 우찌그리 잘 잡노~” 하시며 기특해하시는 어머니!
철없는 며느리는 한 번씩 어머니의 밥 사랑이 버거울 때도 있지만 자식들을 사랑하는 그 마음만은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사랑 덕분에 하동살이가 점점 재미있어지는 요즘이다.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히 저희 곁에 있어 주세요. 하동엄마 사랑합니다!

최은정

하동읍에서 남편과 유통업을 하며, 여가 시간에 취미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다.

2022년 8월 / 1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