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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농사 질만 하네

화개악양농협 건고사리 4톤 제 값 매입으로 농가소득 창출

화개악양농협이 지난해부터 건고사리를 일반 상인들보다 비싼 가격으로 수매하여 농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22년은 지난 6월 중순까지 1차 수매를 1kg에 평균 83,000원, 2차는 73,000원~75,000원에 수매했고 3차 수매는 7월 말부터 약 70,000원~71,000원으로 수매할 계획이다. 몇 차례 나누어 수매하는 것은 초물고사리와 늦고사리의 가격 차이가 있고, 처음에 계획했던 수매물량이 아직 다 차지 않아서다. 같은 시기라도 고사리 품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이 가격은 상인들보다 1kg 기준 2,000원 정도 비싸다. 게다가 수매한 고사리를 판매한 후 계획보다 이익이 더 남으면 추가배당 형식으로 농민들에게 돌려준다. 올해는 추가배당을 1kg 기준 1,000~2,000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농민들 입장에선 소비자와 직거래를 해도 1kg 기준 9~10만 원인데, 추가배당까지 따지면 약 8만5천 원 정도에 판매하는 것이라 직거래와 거의 맞먹는다. 악양에서 고사리 농사를 짓는 박준휘 씨(남. 58세)는 “직거래는 포장 박스비와 택배비에 5, 6천 원이 들어가고, 포장하는 데 시간이 들기 때문에 8만3천 원이면 수매가 훨씬 낫고 수월하다. 판로 걱정이 없으니 얼마나 좋아. 고사리 꺾어서 삶아 말리고 갖다 주기만 하면 되니 속이 편하다.”라고 말한다. 농민들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판로다. 모두들 제값 받는 판로만 있다면 농사짓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농민들이 밭에서 고사리를 수확하고 있다

유통 합리화로 농민, 농협, 거래업체가 모두 만족스러워

화개악양농협이 고사리 수매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대형 거래처를 개척했기 때문이다. 그 판로개척은 화개악양농협에서 25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용제 영업팀장(남, 56세)이 있어서 가능했다. 김용제 팀장은 농협의 녹차가공사업소 영업팀에서 일하면서 맺어진 거래처들의 도움으로 학교급식업체와 고사리 가공업체를 소개받아 거래를 성사시켰다. 학교급식업체에는 작년에 이어 2년째 유기농 고사리 약 2톤을 공급하고 있다. 고사리 가공업체는 5년째 거래하면서 해마다 약 1.5톤을 공급한다. 이 두 업체만으로 3.5톤이고 기타 농협 간 거래나 일반거래처까지 합하면 약 4톤의 판매처를 확보한 상태이다.
화개악양농협의 김용제 영업팀장
김용제 팀장은 “농협은 유통이익보다 농가와 조합원의 소득이 더 우선하기 때문에 거래처들과 가격절충이 가능했다. 유통비용을 최소화하면 일반 상인들보다는 좋은 조건을 거래처에 제시할 수 있고, 농민들에겐 상인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드릴 수 있어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화개면과 약양면은 형제봉이 있는 지리산 권역이고, 녹차 재배로 친환경 농업이 발달되어 있어 높은 품질 유지가 가능해서 학교급식업체와도 거래가 꾸준하다. 또 거래처들과 해마다 시장가격 정보를 공유하고, 그 가격에 기초하여 협의하다 보니 거래처도 좋고 농민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며 거래처 확보과정을 소개했다. 이런 방식의 거래는 업체, 농협, 농민 모두가 만족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고사리 4톤은 생고사리 40톤에 해당한다. 상당한 물량이다. 하동의 생고사리는 150~200톤이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중에는 생고사리로 판매되는 물량도 많다. 생고사리와 다른 면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제외하면 화개면과 악양면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상당 부분을 수매할 수 있는 양이다. 화개악양농협 악양지점 고사리 수매 담당자 안성철 씨(남, 41세)는 “화개농협과 악양농협이 2019년에 통합되어 화개악양농협이 된지 4년째인데, 고사리 판매를 통해 두 면이 한결 가까워진 것 같아요. 화개면은 오래전부터 화개농협에서 고사리를 수매해왔으나 악양면은 이제 막 시작이죠. 고사리가 고소득 작물로 자리잡는 것 같아 기분도 좋습니다.”며 악양면에서 수매를 더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화개악양농협은 고사리 수매를 확대하고, 농민들의 일손을 덜기 위해 고사리 가공도 계획 중이다. 생고사리를 수매해서 삶고 건조하는 일을 농협에서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농민들은 삶고 말리는 일을 덜고, 농협은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고, 지역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1석 3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올해 이 사업을 위해 하동군청에 지원신청을 하였으나 자연건조장 설치에 계획변경이 있어서 지원받지 못하였다. 지원이 확정되면 국비와 군비지원이 60%, 자부담이 40%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내년에는 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농협에선 예상하고 있다. 농가소득과 직결되어 있는 사업인 만큼 군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산림을 모조리 베어내는 고사리밭 개발은 자제해야

고사리가 고소득 작물로 부각되면서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산림훼손이 걱정이다. 고사리 밭은 산에 만드는 경우가 많고, 산에 있는 나무를 모조리 베어내고 고사리를 심기 때문에 산이 휑해진다. 더구나 화개와 악양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보러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은 지역인데 산 중턱이 깎이면 관광자원도, 환경도 훼손되는 것이다. 농가소득도 올리고 환경도 지켜가려면 나무를 전부 베어내는 산 개발을 자제하고, 묵힌 땅이나 기존 밭에서 재배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농민들은 환경을 생각하고, 농협은 판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지자체는 지원 사업을 아끼지 말아야 지속적으로 ‘고사리 농사가 질만 할’ 것이다.

2022년 8월 / 1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