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량실버타운 요양보호사들, 노조활동 인정 못 받아

하동군청 앞에서 농성 중인 노량실버타운 노조원들

7월1일 총파업 돌입, 7일 후 사측으로부터 업무복귀명령

2월 초부터 4개월 넘게 농성을 진행해오던 민주노총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부산경남지부 노량실버타운분회(이하 돌봄노조)가 7월 1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것을 선언하며 군청에서 집회를 가졌다. 그간 줄기차게 외쳐왔던 체불임금 지급, 노조인정및 노조활동 보장, 팀장 갑질 문제 해결에 전혀 진척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7월 7일 사측으로부터 업무복귀명령이 떨어졌다. 다른 노조가 교섭요구를 했고, 사측이 이들을 교섭대표노조로 결정함에 따라 돌봄조노는 교섭단체의 지위가 상실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노조의 등장, 교섭대표단체로 선정

노량실버타운 사무국장에 따르면, 6월 23일에 ‘노량실버타운 노동조합’이 교섭요구를 했다고 한다. 이에 노량실버타운은 규정대로 6월23일부터 7일간 교섭요구사실을 공지했고, 이어 7월 1일부터 5일간 교섭단체 확정공고를 했는데, 이 기간 동안 돌봄노조 측에서 교섭참여 신청이나 이의제기가 없었다고 한다. 돌봄노조가 왜 이같이 대응했는지 짚어보기 전에, 우선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간략히 살펴보자.

복수노조 사업장,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2011년 7월 1일부터 단위사업장에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교섭의 효율성을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 제도에 따라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는
A노조 교섭요구 → 사용자 측, 교섭요구사실 공고 → B노조 교섭참가 → 사용자 측, 교섭요구 노조 확정공고 및 통지 → 이의제기 → 교섭대표노조 확정
의 절차를 거쳐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단, 사업자 동의하에 개별교섭도 가능함.)

갑자기 등장한 또 다른 노조, 그리고 사측의 불친절한 공문

‘노량실버타운 노조’는 올해 6월 9일에 설립신고를 한 신생노조이다. 돌봄노조는 이 노조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들은 23일에 사측이 게시판에 붙인 공문을 통해 처음으로 또 다른 노조가 결성되었음을 인지했고, 해당 공문은 새로운 노조의 설립을 고지하는 것이라 이해하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림 1] (위) 노량실버타운 공문/(아래) 타 사업장 공문
공문 두 개를 비교해보자.([그림 1] 참고) 위가 노량실버타운의 것이고, 아래가 타 사업장의 것이다. 타 사업장의 것은 A노조가 교섭요구를 해 왔으니 다른 노조들도 참여하라는 내용이 명확히 드러나지만, 노량실버타운의 것은 교섭요구가 들어왔다는 사실만을 나열하여 공문의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이유로 돌봄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의 중요한 절차들을 모두 놓친 채 교섭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새로운 노조의 갑작스런 등장과 사측의 불친절한 공지문을 보면, 돌봄노조를 교섭 테이블에서 의도적으로 배제시키려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돌봄노조 노동자들의 싸움은 계속

현재 돌봄노조는 교섭권을 되찾기 위해 가처분신청 등 법적인 대응을 검토 중이다. 교섭단체의 지위는 잃었지만 돌봄노조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체불금과 관련된 소송 3건을 비롯 다수의 고소고발 건이 진행 중이고, 어르신 학대를 신고하고 군청·노동청·건강보험공단에 감사를 청구하는 등 요양원의 정상적 운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깊어가는 갈등, 같은 직원끼리 서로 반목

파업 철회 후, 업무에 복귀한 돌봄노조 요양보호사 B씨는 현 상황을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업무 복귀해서 우리 조합원들이 인사를 하니까 ‘인사하지 마라’ 그러고, 완전히 갈라치기를 해가지고, 즈그는 즈그대로 모여있고 우리는 우리대로 모여있고, 비조합원 중에 선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말 걸지 마라. 말 안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대놓고 얘기해버리고. 같은 요양보호사들끼리 이런 식으로 하고 있는데...”
이같은 갈등과 반목이 계속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량실버타운 이용자에게 가게 된다. 이는 노측도 사측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이미 13차례나 교섭을 진행했던 돌봄노조를 배제하고 급조된 신생노조만을 교섭상대로 인정하는 사측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이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요양원의 투명한 운영과 노조활동의 보장’을 요구하는 돌봄노조를 배척이 아니라, 대화와 교섭의 상대로 인정하는 사측의 자세 변화가 노량실버타운의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