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일원이 한 역술인과 그 추종자들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천공스승(이하 천공)’이라는 역술인과 그의 추종자들이 평사리 최참판댁 인
근의 토지와 건물들을 사들이면서 이곳이 유사종교집단의 본거지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통령(후보)의 멘토’라는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역술인 천공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윤석열 대통령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 역술인
천공은 단순히 유명 역술인에 불과한 인물이 아니다. 2020년 8월 <뉴스타파>는 삼성 바이오로직스분식회계 사건으로 떠들썩하던 2018년 11월에 범(汎)삼성가의 원로인 홍석현 회장과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단독으로 술자리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2021년 3월 천공은 <최보식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의 멘토’임을 자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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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멘토’ 역할을 한다는 말이 맞나?
천공 : “윤 총장이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니까, 좀 도와준다. 지금도 돕고 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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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은 무슨 교육을 받고 있나?
천공 : “지도자 교육을 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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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과 직접 만나나?
천공 : “전화를 하고 열흘에 한 번쯤 만난다. 정리를 잘 하고 있고 내가 다듬어주고 있다.”
악양이 천공마을이 될 수도?
삼성가와 대통령과의 인연이 확인된 천공이 그 추종자들을 동원하여 최참판댁 일대를 사들이고 있다. 이미 매입한 건물에 수십억의 자금이 동원됐고, 가격에 상관없이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거절한 곳도 취재과정에서 확인됐다.
“천공? 알죠. 정법! 지금 여러 군데 들어와 있어요.저 밑에 부엉이 공방이라고 길쭉하게, 크게 된 거 있잖아요. 그리고 순두부집, 그리고 군청에서 (상평)마을에 위탁맡긴 최참판댁 장터, 그거 임대한 사람도 정법회원이라던데요. 거기에만도 가게가 4개, 숙소가 3갠가 될걸요. 그리고 저 위에 개인집도 3채나 돼요. 좌우간 많이 사들이고 있어요.”(주민 S씨)
“그 정법이 여기가 터가 좋다고 그랬나보드라구. 하동이 제1 수도가 될 거라구 그랬다던데, 여기가 좋다고 땅 사 놓으라고 그랬다던데. 저 밑에 부엉이 거기는 엄청 비싸게 샀다는 소문도 있던데, 알 수가 없어. 20 몇억인가 그랬다는데...”(주민 Y씨)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군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일궈놓은 최참판댁 일원이 신앙촌 같은 유사종교집단의 근거지로 변질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갈만 들고 달려들 듯, 주변 점포를 매입”(주민L씨)하고 있는 천공 측의 움직임에 대해 상평마을 운영위원회에서는 여러 차례 걱정 섞인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
“천공의 브로마이드를 내걸거나 천공의 말을 적은게시물을 비치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 시설 취지와 어긋나니 철거해 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어요. 아무튼 아직은 정중동(靜中動) 상태니까 계속 주시하다가 마을에 지장이 초래되면 그대로 둘 순 없죠. 이미 군 관광과에도 몇 차례 얘기했어요.”(주민 K씨)
“아직까지 포교를 하거나 뭐 뚜렷한 건 없어요. 그래도 약간 위기감은 있죠. 평사리가 그래도 나름 박경리 소설의 배경지고 그렇잖아요. 나름 전통 느끼고 이런 게 있는데 갑자기 여기가 정법의 소굴이 돼 버릴까 봐, 주민들이 그거는 걱정을 하죠.”(주민 M씨)
아직까지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다고 하지만 천공과 그 추종자들이 최참판댁 일원에서 세를 확장해나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연인원 60만이 방문하는 하동군민들의 공유자산인 최참판댁 일대를 특정 집단이 돈과 권력을 배경으로 사유화, 종교화하지 못하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