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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수당, 기본소득 그리고 대통령 선거

2022년부터 경남 농민수당 30만 원이 나온다.

경상남도는 2021년 8월에 농민수당 지원대상과 금액 및 지급방식에 대해 확정했다. 지원대상은 도내에 1년 이상 거주하면서 농어업경영체로 등록한 경영주 21만 3,000명과 공동경영주로 등록한 배우자 7만 7,000명 등 총 29만 명이다. 지원금액은 경영주와 공동경영주에게 각각 30만 원(도비 40%, 시·군비 60%)을 지역화폐로 2022년부터 지급한다.

여성 농민들 경영체등록 서둘러야

경남 농민수당의 특징은 농가별 지원이 아니라 농민 개별 지원이라는 점이다. 다른 지역은 대부분 농가별 지원인데 비해, 경남은 경영주와 공동경영주를 독립하여 생각하고 개별 지급하는 것이다. 공동경영주로 등록할 대상은 대부분 여성 농민이다. 이로써 농촌 여성은 한 농가의 아내가 아니라 여성농민이라는 지위를 보장받고 권익이 높아졌다.
그런데 공동경영주로 경영체등록을 한 여성 농민은 경영체등록을 한 경영주의 30%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공동경영주로 등록을 하지 않아 농민수당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동안 공동경영주로 등록해도 특별한 혜택이 없어서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민수당이 생긴 지금, 여성 농민들은 농업경영체 등록 여부를 ‘농산물품질관리원 하동사무소’(전화 055-884-6060)에서 확인하고, 등록이 안 된 경우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농민수당 신청일 전까지공동경영주로 등록하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어업인들은 ‘마산지방 해양수산청’(전화 055-981-5183)에 문의하고 신청하면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수당 금액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충남 80만 원, 강원 70만 원, 경기, 경북, 전남, 전북의 60만 원에 비해 절반 이하다. “한 달에 3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뭘 하라고... 생색만 내고 있다”며 금액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매실 수확을 하고 있는 농민들

농민수당은 기본소득이다.

농민수당 30만 원은 ‘기본소득’의 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실질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국가가 모든 구성원에 지급하는 기본권 성격의 수당이다. 권리로 간주되는 만큼 가구가 아닌 개인에게 지급되며, 실질적 자유의 취지에 따라 현물이 아닌 현금 지급을 원칙으로 한다.
경남도 농민수당은 금액이 적고, 연 1회에 지나지 않지만 기본소득의 뜻을 잘 반영하고 있다. 청암면에서 취나물 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김씨(남, 50대)는 “농민수당으로 내 거 30만 원, 아내 거 30만 원 해서 60만 원 나오면 어디 여행을 갔다 올 생각이다. 농사일 땜에 여행 가 본 게 까마득한데, 이번 기회에 가볼란다”는 뜻을 밝혔는데, 기본소득의 성격이 잘 드러난 이야기였다.
기본소득은 지금 시기의 시대정신이다. 갑자기 나타난 이슈가 아니다. 그동안 기본소득의 여러 형태는 복지나 권리보장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박근혜 정부의 노인기초연금 같은 것이다. 노인기초연금은 노인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도 노인기초연금을 공약으로 준비하고 있었지만 박근혜 후보가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 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을 앞장서 내세웠고, 노인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으면서 승리하였다. 이 공약은 2014년부터 본격 실시되었고,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30만 원으로 확대되어 왔다.
그 결과 농촌사회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농촌 노인들이 80대가 되어도 농사일을 그만둘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생활비가 없다는 것이었다. 병원비나 교통비를 벌기 위해서라도 농사를 지어야만 했다. 그런데 월 30만 원씩의 연금이 지급되면서부터는 숨통이 트였다. ‘오!하동’ 창간준비 1호에서 인터뷰했던 여도남 씨(여, 87세)는 “자식들이 보내주는 용돈 하고 노인연금 30만 원이면 혼자서 충분히 살아. 농사는 하고 싶어서 짓는 거야. 자식들이 짓지 말라고 해도, 놀면 뭐 할 거야. 손주들 용돈도 주고, 나도 쓰고 좋지”라며 노인기초연금이 효자라고 거듭 말했다.
노인기초연금과 같은 기본소득 정책이 청년수당, 육아수당, 아동수당과 같은 계층별 수당 형태로 지자체 별로 실시하고 있다. 경기도는 농민수당을 ‘농민 기본소득’이라는 행정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며 지급하고 있다. 기본소득의 이슈가 무르익을 대로 익어가고 있다.

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도 농민수당을 포함한 기본소득이 핵심 이슈다

대통령 선거는 사회의 핵심 이슈를 공약으로 정리하여 국가 운영 정책으로 삼는 중요한 계기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이나 야당 모두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고 있다. 보편적이든 선택적이든 기본소득은 대세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어떤 대통령을 뽑느냐에 따라 이 시대정신이 무시당하거나 통제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보는 시각은 시대와 세대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가장 많이 퍼져 있는 생각은 대통령을 최고권력자로 보는 시각이다. 이 시각은 대통령을 권력을 행사하는 지위로 여기고 국민을 지배하고 다스리려 한다. 제왕적 대통령이다.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온 임금 중심의 국가체계와 일제 강점기의 총독부 중심의 질서, 80년대까지 이어진 독재체제는 대통령을 ‘통치자’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하동군 같은 농촌사회는 50대 이상이 주요 연령대인데, 이 세대는 박정희와 전두환 시대에 청장년을 보낸 터라 제왕적 대통령, 통치자에 익숙하다. 국민을 통치하려는 대통령이 기본소득이 맞지 않다고 판단하면 외면하거나 반대하려 할 것이다.
다른 시각은 대통령을 봉사자, 국민의 대표자로 보는 시각이다. 국민의 요구, 시대의 과제를 국가의 주요 과제로 받아들이고, 실현하는 봉사자이자 ‘대표자’이다. 이 경우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가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기본소득도 자연스레 국가의 정책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기본소득, 농민수당의 확대는 시대의 전진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통치자’를 뽑을지 ‘대표자’를 뽑을지는 우리 손에 달렸다. 제왕적 대통령, 최고 권력자라는 낡은 대통령의 모습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게 하고, 국민의 대표자, 시대의 과제해결에 앞장서는 봉사자를 선출함으로써 시대를 전진시켜야 한다.

2022년 1월 / 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