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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남해·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전미경 그녀는 왜 쌈닭이 되었나

1930년, 우리나라 최초의 석탄화력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가 서울 마포구에 세워진 이후 현재60기의 석탄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석탄화력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은 환경 피해와 함께지역사회 갈등과 같은 사회적 피해에 노출되어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하동 금성면 명덕마을이다. 이 마을주민으로 석탄발전소 피해를 고스란히 경험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오랜 시간 고군분투한 전미경 씨를 만나본다.
전미경(이하 전) : 벌써 10여 년 전 일이에요.불면증과 스트레스에 수년간 시달리다가 급기야 몸무게가 34kg까지 빠지고 장기 전체가 붓는 지경까지 갔어요. 하동화력 7-8호기가 가동될 무렵부터 소음피해가 시작됐는데 잘 수가 없는 거예요. 악취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목도 아프고요. 빨래는 물론 밖에 널지도 못하죠. 당시발전소 관계자들은 발전소 옆에 살고 있으니 감내해야 한다며 오히려 윽박지르며 강압적으로 대했어요.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심했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천·남해·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전미경씨와 그녀 집 마당에서 바라본 발전소.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금성면 명덕마을로 가다 만난 발전소 굴뚝은 압도적인 거대함으로 사람을 위축시킨다. 그리고 그녀가 사는 마을은 불과 수백여 미터 떨어진 코앞!

전 : 혼자 발전소 찾아가서 막 따졌어요. 뭐 아줌마가 와서 떠든다고 상대도 안 해주죠. 인터넷을 뒤졌는데 2007~2008년만 해도 화력발전소의 피해 관련 자료는 없고 장점만 나오더라고요. 당시 저는 ‘환경영향평가서’나 ‘주민합의서’,‘정보공개청구서’ 같은 게 있는 줄도 몰랐죠. 한참 뒤, 정보공개를 통해 환경영향평가서를 살펴보니 1킬로 안에 마을이 없다고 돼 있고, 필연적인 피해들이 허위로 작성돼 있더라고요. 이런저런 일 겪을 때마다 사무실에 가서 욕도 하고 떠들어대니 저보고 ‘쌈닭’이라 하더라고요.

가족의 도움으로 요리사에서 활동가로 거듭나

전 : 전 요리하는데 진심이에요. 좋아합니다.횟집 해서 돈도 잘 벌었어요. 2017년 명덕마을피해대책위원장을 잠시 맡았어요. 본격적으로정부를 향해 대책을 호소하고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발전소 측에 우호적인 몇몇 마을주민들의 선동으로 제명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엄마,쪽팔리지는 말자.”라는 아이들 말과 남편의 지지가 큰 힘이 되었죠.

어장이 매립되면 주민들은 급변하는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대가로 받은 보상금을 관리하지 못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전 : 시아버님은 매립하기 전엔 바다만 나가시면 고기를 많이 잡아 오셨대요. 매립되고 배가없어지면서부터 술잔만 기울이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셨어요. 예전에는 여기서 나는 김이 맛있다고 소문났고 대합같은 조개도 많이 잡혔죠.애들한테 제일 미안해요. 소음이 애들의 성장기 호르몬에 영향을 준다고 해요. 지혈이 잘 안되어 코피도 달고 살았어요. 석탄의 유황성분이코의 실핏줄을 파괴한다는 말이 있어요.

좋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기 아이들을 키웠던 것 후회

전 : 60호 정도 되는 가린마을은 7-8호기 건설전에 똘똘 뭉쳐서 모두 이주를 했어요. 명덕마을은 그렇지 못했죠. 누군가 이권 챙기기에 바빴고 갈등으로 치달았어요. 아직도 소송 중이에요. 어떤 사업가분이 우스갯소리로 전국 유해산업시설 인근 지역 이권에 개입하여 거마비를 챙긴 이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궁금해 통계를 냈는데 잘 사는 사람 하나도 없대요. 하하하. 지금은 마을에서 아쉬우면 저를 찾아요. 제보도 많이 해오고요.

힘들 때 시민단체에서 찾아와 위로하고 연대해 준 사람들이 큰 힘

전 : 힘든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세상에 대한 시야도, 생각도 넓어졌어요. 같이 일한 사람에 대한 실망도 있었지만 좋은 사람 만난 건 제 인생의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지리산과 섬진강만 보고 하동에 귀촌한 사람들이 발전소 있는 걸 알고는 깜짝 놀라요. 살기 좋으면 자손들이 나중에 다시 돌아오는 고향이 돼야 할 텐데 애들이무서워서 들어오기 싫대요.

하동, 사천, 남해, 여수를 아우르는 광양만권 환경 운동에 앞장서며 최근 하동에서 이격거리로 문제가 된 재생에너지에도 관심

전 : 재생에너지로 가는 건 맞아요. 전원개발촉진법에 발전시설 이격거리 제한 규정이 마련된다해도주변지역에는예상치못한피해가발생할수있어요. 이를 위한 대책과 예산이 마련되어야죠.석탄화력발전소 폐쇄시 발생할 수 있는 고용문제해결이나재생에너지발전시설보급등을위해경상남도와해당지자체는관련규정을신설해야합니다.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사람보다는 사기치지 않는 사람이 나오면 좋겠어요, 저 원래 말괄량이기질이있어서안좋은건잘잊어요.하하하.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 안에지구 평균 기온이 기후위기 마지노선인 1.5°C 기준점을 넘을 것이라 밝혔다. 한국은 기후변화에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와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의 연구에 따라 2030년까지 탈석탄 달성을 요구받고 있다.

2024년 2월 / 3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