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구하기 어려워. 진주나 광양에서 멀어질수록 프로그램 빈약
하동의 중학교는 9개이고, 총 학생 수는 815명이다. 각 학교의 학급 수와 학생 수는 다음과 같으며, 한다사중학교는 양보중, 횡천중, 북천중학교를 통폐합하여 2016년에 설립된 기숙형 학교이다.
자료출처: 하동교육지원청 홈페이지(2021년)
중학교 1학년은 자유학년제, 시험 없이 다양한 교육활동 진행
‘자유학년제’란 중학교 1학년 기간 동안 지식·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학생 참여형 수업과 과정중심 평가를 실시하여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키우려 하는 제도이다. 2016년 ‘자유학기제’란 이름으로 처음 도입된 후, 2020년에는 전 중학교에서 자유학년제가 시행되었다.
오전에는 주로 교과수업이 토론, 실험·실습, 프로젝트 학습 등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가는 관찰평가, 형성평가, 자기성찰평가, 수행평가 등 과정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오후에는 주로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 예술·체육 활동, 동아리 활동 등 자유학기 활동이 이루어진다. 직업인특강, 각종 공예, 레일바이크, 집라인체험, 떡만들기, 드론 기초교육 및 블록코딩 입문과정, 로봇공학 체험 등이 자유학기 활동들이며 학교마다 프로그램 내용과 수는 다르다.
“저희는 진로 시간에 여러 가지 만들기나 체험 수업을 했어요. 그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나무 의자도 만들고 집라인도 처음 타 보고 이것저것 많이 했어요. 나머지는 그냥 보통 수업과 같았어요. 초등학교 때랑 별로 다르지 않다고 느꼈고 시험이 없으니까 그게 제일 좋았죠. 2학년 때 시험 볼 생각하면 좀 걱정돼요” A중학교 1학년 ㄴ군의 말이다. 토론식 수업이나 자기성찰평가 등에 대해 물으니 “그런 건 딱히 안 해 본 것 같다”라고 답했다. 도교육청 자유학년제 담당자는 “우리의 목적은 교육과정 개선이지 그냥 체험만 하자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기존의 방식과 별반 다름없이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체험활동이 자유학년제를 대표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아예 이런 제도가 없으면 계속 국·영·수 공부만 할 텐데 그런 다양한 경험을 어떤 아이들은 하겠지만 어떤 아이들은 진짜 못 할 수도 있으니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제 욕심 같아선 다양하게 1회성으로 하지 않고 정말 자기에게 맞는 것 찾아가지고 깊이 있게 들어가서 자기가 그 꿈을 가지게 하고 중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 때 자기 꿈대로 고교학점제 맞춰서 수업 듣고 쭉 대학까지 갈 수 있게 되면 좋죠” B중학교 ㅊ교사의 말이다. 체험 프로그램이라도 제대로만 운영하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학생 1인당 예산으로 보면 시골이 훨씬 많고 그만큼 혜택도 크죠. 다만 시골에서는 강사 수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선생님 구하기가 어려워요. 우리 학교 댄스강사가 원래는 하동초등학교도 나가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초등학교에서 강좌개설을 안 하는 바람에 모셔올 수 있었거든요. 선점하면 반을 개설할 수 있는 것이고 아니면 어려워요”라고 말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설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비슷한 문제가 방과후학교에서도 나타난다.
(좌)옥종중1 자유학년 기타치며 노래하기, (중)금남중1,진주 수학체험교육원 방문수업, (우)악양중1 플로리스트 체험수업
돈은 많지만 강사는 구하기 어려운 현실
‘방과후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반영하여, 수익자 부담 또는 재정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정규수업 이외의 교육활동을 말한다. 하동의 중학교 방과후학교는 대부분 무료이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교육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행되고 있다. 방과후학교는 소질과 적성을 고려한 예체능 활동, 부족한 교과공부를 보충하기 위한 교과학습으로 구성된다. 자유학년제가 중1에 국한되어 있다면 방과후학교는 모든 학년을 대상으로 하며 학생 스스로가 선택하여 참여한다. 학년말에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강좌의 성격에 따라 외부강사를 모집하거나 학교의 교사로 충당한다.
문제는 외부강사가 먼 거리의 학교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학생들이 원하는 강좌를 개설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0년부터 순회강사제가 도입되었다. ‘순회강사제’는 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강좌에 대해 교육지원청에 지원요청을 하면, 교육지원청이 프로그램 개설부터 강사채용까지 진행해주는 제도이다.
하지만 강사수급 문제는 여전한 실정이다. 하동교육지원청 담당자의 말이다.
“저희가 보통 3차까지 공고를 하는데, 강사들도 보통 근교에서 많이 와요. 하동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없어요. 보통 광양이나 진주에서 오거든요. 우리가 다른 데보다 강사채용공고를 일찍 내요. 다른 지역 통틀어도 하동이 일찍 하거든요. 강사를 확보하려고. 그런데도 안 와요. 먼저 해서 합격을 하더라도 자기 집 근처에서 합격을 하면 거기를 가는 거예요. 강사수급이 제일 큰 문제에요. 예산은 문제가 없어요. 돈은 많아요.”
통합 운영·거점 마련 등 대안 모색 필요
여비를 더 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도 작은 시골 학교에는 강사가 오려 하지 않는다. 학교 간 격차가 자꾸 벌어진다. 어떤 학교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골프 수업까지 하지만, 어떤 학교는 90%이상 내부강사(학교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한다. 지역 안에서도 벌어지는 이런 격차를 두고 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라도 다양한 교육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남원의 경우, 운봉·산내·아영·인월 4개 면의 중학교가 연합하여 ‘마을연합 진로탐색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4개 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이 교류하며 지역의 자원과 공간을 활용한 활동을 통해 작은 학교 혼자서는 하기 힘든 활동을 다채롭게 열어갔다. 이런 일이 하동에서도 가능할 것이다. 작은 학교끼리 연합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 학교의 강좌를 타학교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놓는 방법, 또는 교육지원청이 주도하여 거점학교를 중심으로 질 좋은 강좌를 개설하고 여러 학교 학생들이 함께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하동에 산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어른들의 지혜와 결단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