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의 교육예산 어디에 얼마나 쓰이고 있나?
하동군 초중고 학생 수는 2011년부터 2021년의 10년 간 64%(4481명→2860명) 줄었다. 반면 하동교육지원청 예산은 같은 기간 동안 250%(110억→277억) 증가했고, 공무원 수는 16%(514명→594명) 증가했다. 뭔가 이상해 보인다.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교육예산과 공무원 수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와 개선 방향을 알아본다.
20년간 전국 학생 수는 32.7% 줄었는데 교육교부금은 4.7배 늘어
10년간 하동군 초중고 학생 수의 급감에도 불구하고 하동교육지원청의 공무원 수는 반대로 늘어났다. (괄호 안은 증감률, 자료 : 하동교육지원청)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만 6~17세에 이르는 학령인구는 2020년 기준 545만여 명으로 2000년(810만여 명)에 비해 32.7% 줄어든 반면, 교육교부금은 같은 기간 동안 11조에서 53조로 4.7배나 늘었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육예산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교육예산이 과다하고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교육예산이 방만하게 운영되는 바탕에는 ‘교육예산이 불합리하게 배분된다’는 더 큰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시·도교육청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매년 내국세의 20.79%가 자동으로 배정되고, 그 돈은 초중등교육에 쓰이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법은 1972년에 법제화된 후 50년간 변화 없이 유지됐다. 매년 줄어드는 학생수와 무관하게, 세수가 증가하면 내국세에 연동되는 교부금은 갈수록 불어나는 구조다. 교육예산이 경제발전에 따라 증가되는 것이야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학생 수 감소와 교육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교부금의 초중고 사용제한으로 비효율과 낭비의 요소 많아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사용처가 초중등교육으로 제한되어 50년간 지속되다 보니 학생 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예산과 직원만 늘어나는 역설을 초래한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초중등 교육투자는 OECD 1위인데 비해,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고등·평생 교육투자에서는 OECD 32위로 최하위권에 머무는 기형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산의 비효율적 배분이 교육예산의 방만한 운영과 낭비를 부추기는 셈이다.
이뿐 아니다. 교육청 공무원이 많아지면서 일선 학교에선 오히려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더 커졌다는 불만이 많다. 하동읍의 H교사는 “교육청 조직이 커지면서 교육청의 여러 부서가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벌이다 보니, 업무 지시와 각종 사업이 늘어나 교사들의 행정 부담은 더 커졌다. 교육청은 일을 벌이기만 하지 교사들이 그 일을 어떻게 감당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한다. “교육청이 보다 슬림(Slim)한 조직으로 가야 교사들 부담이 줄어들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선 교사들의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이다.
작년 하동군의 여러 학교에서는 수천만 원씩 예산이 남아, 교사들에게 어디에든 예산을 적극 사용하기를 권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로 인해 각종 체험학습비가 남은 것에 더해, 교육부, 도교육청 등에서 남발되고 있는 각종 공모사업 등을 통해 과도한 예산이 학교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동 각급 학교에서 예산의 졸속 집행이 만연하는 것은 기존의 조직과 예산, 인력을 유지하려는 하동교육지원청 및 각 학교의 소극적 태도와 관련이 깊다. 국민의 혈세인 교육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예산낭비를 줄이려면 현재의 예산과 인력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고등·평생교육 지원확대로 교육 불평등 없애야
교육예산이 초중등교육에만 집중되며 나타나는 부작용은 대학생, 특수(장애), 다문화, 노인층 등 고등·평생교육 대상자들에 대한 교육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동교육지원청의 2022년 예산은 277억 원이다. 이중 일반 군민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예산은 1억2천만 원(0.52%)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91%가 하동도서관에 투입된다. 노인층 등 일반 군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배정된 예산은 300만 원에 불과하다.
하동군청의 교육예산도 보잘것없다. 하동군의 교육예산은 2017년 전체예산의 1%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1년에는 0.43%(36억)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그나마도 5억 정도만 일반인을 대상으로한 평생교육 예산으로 쓰일 뿐, 나머지 31억은 교육청에 대한 지원으로 초중등교육에 투입된다.
하동교육지원청의 예산 중 평생교육 예산은 1억2천만 원(0.52%)에 불과하고 그 중 대부분이 하동도서관(1억1백 만원)에 투입된다.
하동교육지원청이 과도하게 초중등교육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하동군청이라도 고등·평생교육에 힘을 쏟아 군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하동군청마저 일반 군민을 대상으로 한 고등·평생교육에는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하동군이 소멸위기에 처해 있고 하동군의 노인인구가 급속하게 증가(2011년 13,645명→2021년 15,781명)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이다.
지자체, 지방의회, 교육지원청이 문제해결에 나서야
문제는 교육예산이 과다한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예산이 불평등하게 배분되는 데 있다. 교육예산의 편중이 한편에서는 예산의 비효율과 낭비를, 다른 편에서는 교육기회의 박탈과 불평등을 가져오는 것이다.
물론 법제도의 변화없이 지자체의 힘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반대로 지자체, 지방의회, 지역 교육지원청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요구가 없이는 변화도 없다. 지역민들이 선출한 군수, 군의회와 교육지원청은 평생교육 등 지역민의 요구를 세심히 살피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종합적 교육서비스를 모든 군민에게 고르게 제공할 의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하동군민들도 하동의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