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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거닐어보자 직전 마을 돌담 둘레길, 이웃마을 사이의 교류도 행사의 한 몫

하동 북천면 직전마을 돌담 둘레길
지난 9월 13일 하동군 북천면에서는 두 개의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하나는 올해로 18회를 맞이하는 ‘코스모스, 메밀꽃 축제’이며 다른 하나는 2회를 맞이하는 ‘직전마을 돌담길 걷기’ 행사다. 직전마을 바로 앞에서 대형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데 마을에서 또 다른 행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전마을 행사장을 찾아가 보았다.

돌담을 복원하여 시골스러움을 재현

북천면 직전마을은 75가구 96명이 살고 있다. 마을 뒤쪽으로 마안산, 이명산, 계명산이 마을을 지켜주고 있다. 산이 많으니 땅을 파면 돌이 흘러내렸다. 돌을 처리할 수 없으니 돌담을 쌓기 시작해 자연히 집집마다 돌담을 형성하게 된 것이라 직전마을 이장 문현태(64) 씨는 설명한다.
직전마을 이장 문현태 씨
올해 2년째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문 씨는 40년만에 귀향했다. 신약개발 연구와 겸임교수직을 5년 일찍 정리하고, 어머니가 계신 고향으로 돌아온 것을 지금도 잘한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고향에 돌아오니 따스한 온정과 유년기 시골의 정취는 사라지고 그 많던 옛 돌담은 시멘트 블록담 등으로 많이 바뀌었다. 마을 분위기도 개인 중심으로 도시화되어 있었다. 직전 마을 앞에서 코스모스 축제를 하지만 막상 마을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문씨는 마을의 특징인 돌담길의 ‘시골스러움’을 복원하여 어릴적 추억을 생각하면서 걸어보고 싶어지는 돌담길 마을을 추진하였다.
‘마을돌담 둘레길’을 돌다보면 ‘아름다운 숲’으로 뽑힌 ‘서당거리’로 불리는 수령이 300년 이상 된 자연소나무숲을 만나고 이명산에서 내려오는 실개천인 ‘안골천’의 청정한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는 이런 마을의 장점을 살려 2개의 둘레길을 만들고 꽃축제의 탐방객들을 마을 안쪽 돌담길로 이끌었다. 외부 사람이 자주 오다 보면 고령화로 소멸되는 마을 주민도 늘 것이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주민 이순기(76) 씨는, “이장이 다시 시작한 ‘마을월례회’로 모임을 자주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좋은 의견들이 많아 적극 밀었다. 함께 하니까 재미있다. 이장이 시키는 대로 다 할 생각이다.”라고 이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현한다. 이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마을협력가 조정인 씨의 활동이 큰 역할을 했다.”고 이장 문씨는 강조한다.

잠자던 마을이 꿈틀거리고 있다

직전마을 협력가 조정인(53) 씨는 청암면에 있는 ‘청학동 다소랑정원’의 주인이다. 그녀는 어떤 계기로 “나 자신보다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을 위해” 살고 싶었고 ‘협력가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민간 정원을 운영하고 있어 꽃에 관심이 많은데 북천은 꽃 마을이고 집에서도 가까워 직전마을에 오게 됐다고 한다. 온 지 일년 됐는데 “잠자던 마을이 꿈틀거리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마을 협력가 조정인 씨
모친 때문에 귀향했다는 마을 주민 문상근(79) 씨는 “마을협력가 조정인 씨가 우리 마을에 와서 너무 열심히 하니 도와주지 않을 수 없다.”며 그녀에 대한 칭찬으로 입에 침이 마를 정도다.
‘마을협력가’는 문화기업인 협동조합 놀루와(대표 조문환)가 하동군청에서 교육을 위탁받아 양성하고, 신청한 마을에 파견하고 있는 제도다. 조문환 씨는 “마을이 잘 되기 위해서는 마을 리더의 의지와 주민 간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날 손님의 대부분은 다른 마을에 파견된 협력가들이 마을 사람들을 여럿 이끌고 와 마치 농사 품앗이하듯 손님 품앗이를 하고 있었다. 다른 마을은 어떻게 행사를 하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교차 방문하며 배우고, 쓰던 물건을 나누는 순환장터도 마련해 도움을 주고 있었다. 협력가를 통해 ‘마을간 교류’가 이루어지며 같은 하동에 살아도 다른 마을을 방문할 시간도 기회도 없었던 이웃 주민 간에 소통이 이루어지는 행사였다.
아마도 행사의 첫 손님인 듯 행사 전부터 돌담 사진을 찍고 있던 이지원(45) 씨는 마을사업과 작은 행사에 관심이 많다며 마을 색깔 찾는 일이 재밌다고 말한다. 그는 “하동아 사랑해” 온라인 카페에 ‘임운’이라는 닉네임으로 사진을 올려 정보를 공유한다.

독립서점 ‘시소’ 부스 마련,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운 날이었다.”

마을 입구에는 하동읍에 있는 독립서점 ‘시소’를 축소해 옮겨 놓은 듯한 작은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마을 협력가 조정인 씨의 부탁도 있었지만 조씨가 틈틈이 시간을 내어 서점을 찾아와 프로그램 내용도 의논하고 함께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을 담게 되었어요.”라고 ‘시소’의 주인 최정임 씨는 말한다.
“몇 주 전 미리 마을을 방문해 돌멩이를 이용해 문패를 만들고 어머님들의 고무신과 장화에 그림을 그렸어요. 시골마을의 넉넉한 인심과 다양한 만남,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배운 값진 날이었어요.”라고 최씨는 행사 참여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마을이 살만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마을 외관을 가꾸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함께하는 활동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다. 그 마음을 모을 수만 있다면 크고 작은 행사를 통해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이 되리라는 것을 직전마을을 보며 확신한다. 작은 행사를 통해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이 되리라는 것을 직전마을을 보며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