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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의 도시재생사업, 제대로 되고 있나? ⓵

2013년 12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약칭: 도시재생법)’이 시행된 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50조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국 581개 지역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노후 주거지와 쇠퇴한 구도심을 지역 주도로 활성화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국가적 도시혁신 사업’이다. 하동에서도 2017년 이후 4차례 국토교통부의 공모에 선정되어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동군이 진행하는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2회에 걸쳐 살펴본다.

2017~2028년의 기간 동안 489억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하동군은 지난 9월 3일 하동읍 부용·연화지구가 2024년 국토교통부 주관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부용·연화지구 도시재생사업은 ‘우리동네 살리기’ 유형으로 향후 4년간 83억 원의 예산을 들여 주거환경 개선, 주민 거점시설 건설 등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사업이 완료된 광평마을을 포함하여 4개 마을에서 2017~2028년의 기간 동안 489억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니만큼 실효성 있는 ‘도시재생’으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시행 연도
사업 대상지
사업 유형
사업 내용
소요 예산
2017~2020
하동읍 광평마을
우리동네 살리기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 생활 SOC(기반시설) 구축 지역주민 역량강화 사업
82억
2020~2024
하동읍 동광마을
주거 지원형
공동주거 플랫폼 구축 생활 SOC(기반시설) 확충 마을커뮤니티 공동체활성화
257억
2021~2023
진교면 중삼마을
인정사업
복지인프라 확충 생활 SOC(기반시설) 구축 공유문화공동체
66.2억
2025~2028
하동읍 부용·연화지구
우리동네 살리기
생활밀착형 주민편의시설 주거환경 개선 공동이용시설 2개 신축
83억
[표] 하동군 ‘도시재생 뉴딜사업’ 현황

광평마을 ‘너뱅이꿈’, 주민은 사라지고 군청 시설로 이용돼

4개의 도시재생사업 중 현재 사업이 완료된 곳은 광평마을 하나뿐이다. 도시재생사업에서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는 해당 지역의 특징을 살린 거점시설(생활 SOC)을 건립하여 ‘마을커뮤니티와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광평마을의 거점시설로 건설된 ‘너뱅이꿈’은 “전국 1호 사업”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2020년 11월 준공식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경수 경남도지사까지 참석하며 대대적으로 언론에 홍보되었던 곳이다. 그러나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마을 카페 및 식당, 특산물 판매장, 게스트 하우스로 활용하여 주민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던 이 건물에는 지금 군청의 귀농귀촌지원센터가 들어와 있다.
“너뱅이꿈요? 카페만 작년 말인가 정도까지 문을 열었고 식당은 운영을 안 한 지 꽤 오래됐어요. 한 2년도 더 됐을걸요. 게스트하우스는 처음에도 그냥 마을 어르신들 자녀들이 명절 때 오면 이용하는 숙소로 쓰이다가 지금은 귀농센터인가 거기서 쓴다고 하데요.”(주민 A씨)
“마을관리협동조합이요? 그거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 됐을 걸요. 너뱅이꿈이 아예 운영이 안 되는데 뭐 따로 할 게 있나요?” (주민 B씨)
정부가 도시재생사업의 주요 성과물로 꼽으며 많은 예산을 투입해 거점시설(공동이용시설)을 만들었지만 운영을 위한 국비 지원이 종료되자마자 폐관되거나 방치되는 곳들이 적지 않다. 하동군의 ‘너뱅이꿈’도 이같은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하동군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없고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제대로 운영이 되질 않아서 현재 군청시설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많은 국비를 확보해서 하동지역을 위해 사용한 건 잘된 일이지 않습니까?”라고 답했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이 계획단계에서부터 사후 운영까지 마을주민이 참여하는 주민주도형의 도시재생과 활성화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주민이 빠진 도시재생사업을 ‘잘 된 일’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동광마을, 사업기간 연장에도 주민참여는 부족해

2020년 11월에 ‘주거지원형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된 동광마을에는 25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원래 올해 말에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주차장 조성, 골목길 정비가 완료되고 노후주택 수리 등 일부 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사업기간이 1년 연장될 예정이다. 현재 70% 정도 사업이 완료된 이 사업의 세부내용도 광평마을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 집집마다 창문 뜯어내고 고치느라고 정신이 없어요. 저 마을 뒤쪽으로도 무슨 건물을 짓는다고 하던데 자세한 내용은 잘 몰라요. 건물만 맨날 새로 짓지 말고 주민들이 진짜 뭘 원하는지 1년이고 2년이고 제대로 들어보고 일을 시작하는 게 더 중요할 거 같아요.”(주민 C씨)
도시재생의 주인공은 그 지역의 역사와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어야 한다. 주민생활과 밀착되지 못한 외부 전문가와 공무원들이 철저한 수요조사나 주민설득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주민의 참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주민들을 사업 과정에 참여시킨다 해도 행정절차를 맞추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한 경우가 많고, 주민의견 청취도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도시재생법 시행 11년을 평가하며 전문가들이 “주민이 배제된 도시재생사업”이라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유이다.
이와 관련하여 담당공무원에게 도시재생사업이 시행되는 마을주민들에 대한 사전수요조사나 사업진행에 대한 중간평가, 사업에 대한 주민만족도 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으나 돌아온 대답은 “없다.”였다. 이 사업이 관이 주도하는 일방적 독주가 아니라 주민이 주도하는 진정한 도시재생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하동군의 각성과 새로운 방향모색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