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윤석열과 김용현, 여인형 등 계엄 핵심의 의도와 달리 중간 전달 벨트나 현장 계엄군들은 다행스럽게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았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특별하게 잔인한 군인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들이 내 기억에 꽂혔다. 1 국회 침탈 명령을 받은 군인들이 본관 유리창을 천천히 ‘질서 있게’ 깨고 넘어 들어간 뒤, 난초 화분을 조심스레 옆으로 옮겨놓았던 장면, 2 계엄군의 총을 붙들고 “(이런 무력 침탈이) 부끄럽지도 않아?”라며 항의하는 여성에게 해당 군인이 아무 말도 못한 채 방아쇠로부터 손가락을 떼며 뒤로 물러서던 장면, 3 국회 안으로 들어온 군인들에 맞서던 50대 여성 보좌관들이 군인의 뺨을 때리며 “우리 아들도 군대 갔는데 이러면 안 되잖아!”라며 꾸짖던 장면, 4 국회 안으로 진입하려던 군인들을 일반 시민들이 못 들어가게 옷과 몸을 끌어당기던 장면, 5 일부 고위 군인들이 국회에서 (부하들에게) “무능한 지휘자 만나 (치욕을 겪게 해), 미안하다.”며 울먹이던 장면이나 “처음부터 불법성을 느끼고 명령을 거부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속마음을 토로하던 장면들이 바로 그것! 초중고 시절, 우리 모두는 경쟁이란 폭력을 견디며 성장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우리는 ‘폭력의 희생자가 가해자로 둔갑’하지 않고 인간성을 지켰다. 우애와 연대로 인간성을 보존했다. 바로 그 인간성의 조각들이 생사를 건 순간에도 아름다운 장면을 구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