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현
북천면, 하동생태해설사
지난번 장날, 봄철이면 묘목장이 열리는 곳에서 금목서 한그루를 사왔다. 귀향한 지 3년, 그간 유실수는 더러 심었지만 꽃나무로는 금목서가 처음이다. 금목서! 여차저차한 계기로 조경기능사 학원을 다닐 때, 강의하시는 교수님이 조경 학원이니 좋아하는 나무로 이름을 지으라기에 내 이름으로 정한 나무가 “금목서”다.
오래전 가을, 부산 언니네 갔을 때, 아파트에 들어서니 꽃 향기가 온동네를 휘감고 있었는데 그 향기가 금목서의 꽃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잎사귀들에 숨은 듯 노랗게 조랑조랑(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면 어지간한 궂은 냄새는 다 파묻히고,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 촌이 잘 차려입은 귀부인이 홀연히 등장한 것처럼 우아하고 고급스러워진다. 금목서가 꽃을 피우면, 언니는 그동안 소원했던 옛친구들에게 손편지도 쓰고 우정의 샘에서 추억을 길어 올린다길래, 공유한 추억거리가 많은 나도 가을이면 “금목서 꽃 폈어?”라고 소식을 묻고는 옛날의 어느 날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 좋은 인연으로 나의 나무 이름은 금목서이며, 이렇게 마당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았다.
시절이 참 어수선하다. 내가 보는 이란의 유목민 유투버 운영자의 글이다. “전쟁은 뉴스가 아니다. 전쟁은 군인들이 강제로 쏘는 총알이며, 죽고 싶지 않은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이며, 인간성이 죽어버린 통치자들의 권력 과시이다. 전쟁은 뉴스가 아니라 쓰라리고 끔찍한 현실이다. 그래도 우리는 양과 염소를 몰고 산골짜기의 목초를 찾아갈 것이며, 호두나무를 심고 도토리 열매를 모아 먹을거리를 장만할 것이다. 평화롭고 사랑 속에서 살아가는 내일을 위해서.” 그렇다. 굳이 스피노자의 말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내일 이 세상이 문을 닫는다 해도 오늘 우리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나무도 심고 곡식도 가꾸어야 한다. 그리하여, 부디 유목민의 마을에 빨리 평화가 오기를... 가을에는 내가 심은 금목서가 꽃을 피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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