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발명
당신은 어떤 이야기의 일부가 되겠습니까
정혜윤 지음
녹스
224쪽
책방지기를 하는 날 손님이 에세이 추천을 원할 때 내가 가장 먼저 고려하는 책이다. 영 취향에 안 맞을 것 같은 손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좋아하셨던 것 같다.
정혜윤은 라디오 피디다. 세월호 유족의 목소리를 담은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시즌1을 제작했고, 쌍용차 노동자의 삶을 담은 르포르타주 『그의 슬픔과 기쁨』의 저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세월호 참사와 조선인 전범 다큐 등 사회 문제에 천착하며 꾸준히 창작물을 만드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삶의 발명』은 창조의 에너지와 관계의 에너지가 균형 있게 만나 기쁘게 이 세계의 일부분이 되는 존재 방식을 찾고자 하는 이야기였다.”고 밝힌다. 삶은 그저 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삶을 ‘발명’한다는 발상은 의아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 문장을 읽으며 내가 나름대로, 아니 아주 열심히 삶을 발명해왔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 모두는 어떤 이야기의 일부분이 되고 싶은지 끊임없이 찾고 탐구하면서 살고 있다.
이 책은 ‘앎의 발명, 사랑의 발명, 목소리의 발명, 관계의 발명, 경이로움의 발명, 이야기의 발명’의 챕터(Chapter)로 이루어져 있다. 각 챕터는 따로 또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나아간다.
‘앎의 발명’에서는 아주 중요한 ‘앎의 지도’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친구가 아마존을 방문했다가 알게 된 카리푸나족을 접하며 꺼낸 주제이다. 아마존에 가기 전까지는 카리푸나족을 몰랐지만, 이제는 그들이 숲을 지키며 절멸의 위기에서 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것을 안다. 저자의 앎의 지도에, 인식의 지도에 아마존 카리푸나족이 그려지는 순간이다. 책을 읽으며 스스로 앎의 지도를 곰곰이 생각해보거나, 한 번 그려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조선인 전범 문제에 대해 새롭게 알았다.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조선인 전범의 삶과, 후세의 삶에 대해 저자는 집요하게 파고들며 기록한다.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고, 삶에는 옳고 그름으로 가름하기 힘든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이런 일을 어떻게 접근하고 판단하고 의견을 가질 수 있을까?
각 챕터마다 저자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여러 가지 사안들이 등장한다. 무겁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99년 씨랜드 화재 참사로 숨진 소망유치원생 유족들의 이야기를 비롯, 춘천 산사태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까지. 저자는 대한민국에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들의 유족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유족의 목소리를 기록하며 저자의 가슴에 남은 것은 ‘더 큰 사랑’이다. 가슴에 사무치는 슬픔이 어떻게 사랑으로 승화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하나의 이야기밖에 모른다면 하나의 삶밖에 살지 못한다. 다른 세계와 삶이 가능함을 알기 위해 우리는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
나 역시 책을 통해 다른 세계를 접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지, 그 궁금함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삶의 발명』을 권한다.
악양면 ‘이런책방’ 금요지기 정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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