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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통폐합 논란, 개혁과 안주의 갈등?

하동고와 하동여고의 통합, 교육현안으로 떠올라

하동군은 지난 5년간 학생 수가 3,200여 명에서 2,500여 명으로 20%나 감소하면서 사실상 관내 모든 학교가 존폐 위기에 내몰려 있다. 전교생 60명 이하인 작은 학교(과소학교)는 초등학교 12교(75%), 중학교 3교(33%), 고등학교 1교(20%)에 달하며, 작은 학교의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고교는 더욱 문제가 심각해 22년 기준으로 9개 중학교 전교생 수는 평균 87명, 5개 고등학교 입학생 수는 평균 36명에 불과하다. 중학교 졸업생의 타 시군 고교로의 진학률이 30%에 이르면서, 고교생의 감소는 초·중교보다 높아 25%에 이른다.
이같은 교육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동군은 지난 9월 30일 군청 3층 대회의실에서 ‘꿈 이루는 미래교육 실현을 위한 하동 교육발전 범군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지역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하동교육 발전방안’을 주제로 교직원·학부모 등 100여 명의 군민이 참석하여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령인구가 줄어 점차 과소학교가 돼 가는 하동교육 현실과 관련해 학원을 대표해 참석한 허수정씨는 “최우선적으로 고등학교 통폐합을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하승철 군수는 “군내 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나가지 않는 경쟁력 있는 고등학교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하동을 대표하는 거점 명문고등학교 육성을 민선 8기 최우선 교육정책 과제로 추진할 것” 이라 밝혔다. 또한 “그 첫 번째 단추는 하동고와 하동여고의 통합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좌) 하동고, (우)하동여고

학교운영위원장의 81.8%가 고교통합에 찬성

이후 하동군은 10월 28일 하동 관내 학교운영위원장들을 대상으로 하동 교육혁신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학교운영위원장 22명을 대상으로 학교 통폐합, 특성화고 육성, 하동 교육에 바라는 점 등을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 22명 중18명(81.8%)이 고교 통폐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폐합 방안으로는 ‘하동고와 하동여고의 통폐합’이 12명으로 응답수가 가장 많았고, 관내 작은 학교 모두 통폐합 필요 6명, 진교고와 금남고 등 작은 학교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폐합 필요 3명 등으로 다양했다. 통폐합이 필요한 이유로는 ‘교육과정 지원에 따른 교육의 질 제고’가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학교시설개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개설’ 등의 의견이 뒤를 이었다.
11월 7일에는 하동 관내 학교운영위원장 15명이 군청에서 ‘하동의 교육정책에 대한 조언과 제안’을 위해 군수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참석한 학교 운영위원장 대부분은 ‘하동의 지역 맞춤형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하동고와 하동여고의 통합을 통해 거점 기숙형 명문고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 방안으로 고교통합을 통한 적정규모 학교 육성을 위한 추진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논의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달라’는 학부모의 제안이 나오자 하동군은 11월 9일부터 11월 28일까지 관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동 교육발전방안 조사를 위한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은 총 15문항으로 ‘희망하는 하동아카데미 프로그램,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고등학교 통폐합, 특성화고 육성 관련 의견’을 묻는 문항으로 이뤄졌다. 하동군은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고교통합 및 특성화고 육성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고교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져

이처럼 고교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잡음과 반대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하동교육발전방안 설문조사’에 조사 대상이 아닌 외부인까지 답변 제출이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사 결과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 대두된 것이다. 설문조사에서 하동 군민도 아니고, 초·중·고 학생이 아니어도 별도의 로그인 절차 없이 설문에 대한 답변을 그대로 제출할 수 있다는 문제가 확인된 것이다. 고교통합과 관련된 특정 이해집단이나 동문 등이 집단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설문에 참여할 경우, 여론의 왜곡과 정책 수립의 혼선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동여고, 하동중 등 일부 사학재단 소속 교직원·동창회·학부모 등은 ‘고교통합 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12월 7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하동군에서 하동고와 하동여고의 두 학교를 통합하기 위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에 의거해 고교통합을 추진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으며, “하동군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고교통합의 직 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하동육영원 교직원들과 허심탄회한 직접 대화와 토론의 장에 나서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육위기를 벗어날 구조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경쟁력을 갖춘 명문고 육성을 위해서 고교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찬성론과 ‘교육문제를 경제논리로 풀려는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반대론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찬반 양측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하동의 엄중한 교육현실은 변화를 필요로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상황에서 누가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는지, 누가 개혁을 원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군민의 입장에 서서 과감하게 이를 실행에 옮기는 일이다.

2023년 1월 / 1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