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상상도서관 사업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나?
‘대한민국 알프스 하동의 랜드마크(Land Mark), 그리고 문학수도와 교육도시를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시작된 ‘상상도서관 건립 사업’이 최근 중단되었다. <오하동>은 하동군민이 즐겨찾는 산자락을 무참하게 파헤치고20여억 원의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하고도, 결국 하동군이 사업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사업실패를 책임져야 할 사람은 누구이며,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하동군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볼 예정이다.
상상도서관 조감도 (2019년)
상상도서관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국비 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산을 확보하여 하동의 100년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2019년 1월 7일 정례간부회의에서 윤상기 전(前)하동군수가 내린 지시사항이다. 최근 하승철 하동군수가 사업 철회를 선언한 ‘상상도서관 건립’과 관련된 내용이다.
2017년 12월. ‘상상도서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이듬해 4월에는 사업추진을 위해 ‘하동공원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군민들은 윤 군수가 추진하는상상도서관이 ‘대한민국 알프스 하동’의 문화공간 확보, 문학수도, 교육도시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는 하동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2019년 1월 7일, 군청 간부회의에 제출된 계획에 따르면 상상도서관은 연면적 2,800m2 규모로 2019년 착공하여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하였다. 총사업비는 100억 원으로, 국비는 16억 원이다. 설계와 토목
공사 및 도서관 건립 등을 포함하는 대부분의 사업비는 민자 84억 원을 유치하여 조달할 계획이었다. 같은 해2월 12일, 하동군은 한국남부발전에 공문을 보내 사업비 70억 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때 총사업비는 한 달 전의10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20%나 증가했다. 남부발전에 보낸 공문에서 하동군은 진입도로 사업비 20억 원은 하동군에서 부담하고, 하동화력 지원금 70억 원과 하동 출신 기업인의 지원금 30억 원 등 총 12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9년 7월 29일, ‘하동군은 지질조사 용역’(1907만 원)을, 다음 날인 7월 30일에는 ‘기본계획 용역’(1830만 원)을 실시한다. 9월 17일, 상상도서관 부지로 들어가는 진입도로가 완성된다.사업비는 총 4억 7300만 원이었다. 10월 29일, 한국남부발전은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지원대상 사업으로 이 사업을 선정한다. 지원금은 10억 원이었다. 10월 31일, ‘하동 상상도서관 법인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구성된다. 그러나 이날 추진위원회에 누가 참석했고, 어떤 논의를 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추진위원회가 열린 다음 날인 11월 1일 하동군은 경상남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다. 이때 경상남도에 보고한 사업비는 도서관의 전체 규모에 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총 64억 4천만 원(국비 32억 2천만 원, 지방비 32억 2천만 원)으로 절반 가까이(47%) 줄어들었다. 또한 하동군은 경상남도에 제출한 자료에서 건립 타당성에 대한 사전(자체)평가를 한 결과, 모든 항목들이 ‘적합’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2019년 ‘모든 항목이 적합하다’고 경남도에 보고한 평가 기준과 내용이 2022년 현재 정반대로 ‘사업 철회의 이유’로 제시되고 있다. 당시 제대로 된 검토나 의견수렴이 없이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되었다는 것이다.
2019년 11월 8일. 법인설립을 위해 ‘추진위원들과의 업무협의 결과’가 보고되는데, 관련 서류를 살펴보면 하동군이 경상남도에, ‘법적 절차를 준수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바로 ‘추진위원들과의 업무협의’인 것으로 추정된다. 제대로 된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없이 전형적인 ‘밀실행정’으로 사업이 추진되었던 것이다. 2019년 12월 6일. ‘측량 용역’(1822만 원)이 실시된다. 12월 9일, 하동군은 한국남부발전에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며 다시 사업비 지원을 요청한다. 이때 총사업비는 64억 원에서 다시 100억 원으로 늘어난다. 하동군은 이 공문에서 구체적인 지원비를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국비와 군비로 50억 원을 확보했다고 한 것으로 보아 나머지50억 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년 동안 진행된 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먼저, 사업비 총액이 100억 → 120억 → 64억 → 100억으로 4차례나 바뀌었다. 사업비 조달 계획도 국비 16억/민자 84억 → 군비 20억/민자 100억 → 국비 32억/지방비 32억 → 국비 50억/민자 50억으로 바뀌었다. 이는 사업 계획 자체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변화다. 불과 1년 동안 총사업비가 4차례에 걸쳐 120억부터 64억까지 2배 가까이 널뛰는 상황은 이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었음을 증명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정책적 타당성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립 부지의 접근성과 적절성’은 최근 하동군이 사업 철회 사유에서 중요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일 뿐 아니라 지역 주민
들도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는 문제다. 이 사업 자체가 지역 주민의 수요나 주민의견 수렴절차, 정책적 필요성에 따라 계획된 것이 아니라 윤상기 전 하동군수의 독단적 의지로 추진되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 다음 호에서는 2020년 진행된 일들과 문제점을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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