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하동한국병원이 6일간 휴업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병원 측이 하동군 보건소에 100병상으로 병상 수를 확대하겠다고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탓이다. 보건소 측은 100병상 규모에서는 5명의 의사와 40명의 간호사가 필요하다며 해당 조건을 먼저 갖추어야 허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자.
9월 11일 개원한 하동한국병원, 10월 8일 돌연 휴업에 들어가 입원환자 30명을 퇴원조치했다가 14일부터 정상운영에 들어갔다.
[하동한국병원]
Q. 휴업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100병상 허가를 내달라고 우리가 (보건소에) 서류를 넣었다. 다른 지역의 병원들도 100병상 넘으면서 우리와 같은 규모로 운영하는 곳이 있으니 일단 허가를 좀 내 달라고 부탁했다. 병상 추가를 해 주면 추후에 의료 인력은 무조건 맞추겠다, 아니면 시정명령을 받든지. 그런 방식으로 보건소에서 관리하면 되지 않나라고 얘기를 했는데 무조건 ‘안 된다. 법에 규정이 이렇게 돼 있으니까 법에 맞춰라.’면서 대화 자체가 안 된다. 그래서 휴업을 했다.
Q. 100병상에 40명 의료 인력은 어디 기준인가?
의료법 시행규칙에 간호사의 경우 ‘연평균 1일 입원환자를 2.5명으로 나눈 수’라고 기준이 나와 있다. 하동군은 이 법을 근거로 40명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병상 수가 아니라 입원환자를 기준으로 하면 지금 충분히 병상 수 확대가 가능한데 이렇게 해석해 주지를 않는다.
Q. 왜 100병상이어야 하는가?
처음부터 100병상을 계획했다. 병실도 100병상을 만들었다. 다만 의사와 간호사가 다 구해지지 않아 일단 30병상으로 시작한 거다. 이건 처음부터 보건소하고 이야기가 된 부분이다.
Q. 30병상으로는 병원 유지가 어렵나?
처음부터 30병상 할 생각이었으면 직원도 그 규모에 맞게 15명 정도로 끝냈어야 했는데, 우리는 100병상을 계획했기 때문에 지금 전체 직원이 60명 가까이 된다. 지금처럼 운영하면 1억 2천에서 1억 3천 정도의 빚이 매달 발생하게 된다.
Q. 병상 수를 서서히 늘려가면 되지 않나?
100병상을 해야 특수의료장비가 움직일 수 있다. 지금 우리한테 CT가 있는데 정밀진단을 위해 CT를 써도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는 그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할 수 없다.
Q. 군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죄송하다. 그런데 우리도 충분히 해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군도 조금 재량을 발휘해주고 서로 대화를 해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면 이런 무리한 사태까지는 안 일어났을 거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와서 준비하고 그랬는데 그런 부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군민들께 거듭 죄송하다.
[하동군 보건소]
Q. 휴업 사태에 대한 입장은?
100병상으로 변경하고 싶다고 신청이 들어왔다. 의료 인력을 맞춰야 가능하지, 안 된다고 보완 요청을 했다. 그러니까 안 해준다고 기분 나쁘다고 휴업 신청서를 들고 와서 그냥 던져 놓고 갔다. 그래서 우리가 보충서류를 요청하면서 절차를 거칠 때까지 휴업하면 안 된다고 설명을 다 드렸다. 법에도 입원환자가 있으면 휴업 30일 전까지 안내해야 하고 환자들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환자들에게 연락해서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는지 위법한 부분은 없었는지 조사 중이다. 만약 위법한 사항이 발견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하고 고발 조치할 수 있다. 검토 중이다.
Q. 120병상인데 12명의 간호사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고 하던데?
2008년도 이전에는 의료인 수에 상관없이 병상 수를 내 준 병원들이 많았다. 2008년도에 보건복지부하고 법제처에서 유권해석을 내렸다. 다른 때는 몰라도 개원할 때 하고 병상 수 늘릴 때만이라도 의료인 수를 맞추라고. 경남에 있는 병원들이 지금 인원 안 맞는 병원들이 많긴 할 거다.
Q. 의료법에는 연평균 1일 입원 환자수를 기준으로 하라고 되어 있던데?
유권해석에 의하면, 개설하거나 증설할 경우에는 병상 수를 입원 환자수로 봐야 한다고 되어 있다. 법률 개정이 되든지 아니면 특별법이라도 하나 정해주든지 저희도 도에 건의했다. 의료취약지는 좀 법을 바꿔주든지 완화해달라고. 지금 현행법에서는 빼도 박도 못하게 해놔서 방법이 없다.
Q. CT 사용 문제 때문에 100병상이 꼭 되어야 한다고 하던데?
맞다. 그런데 하동중앙의원은 29병상인데 어떻게 CT를 하고 있나? 공동활용병상제*가 있다. 다른 병원에서 사용하지 않는 병상을 공유해서 100병상을 만들어서 사용 신고를 할 수 있고 하동중앙의원은 그렇게 한 거다. 대안이 있는데도 자꾸 100병상만 고집한다.
(*‘공동활용병상제’는 의료기기 사용남발과 공동병상의 이중등록 등이 문제가 되어 2024년 7월 폐지법안이 입법예고된 상태다.)
Q. 재량을 발휘할 여지는 없나?
어떤 곳은 입원 10명 하면 간호사 4명한테 케어받는데 군에 산다고 우리는 한 명한테 받아야 되나. 나중에 가면 의료의 질에 분명 문제가 생기고 그러면 결국 군민들한테 손해다. 지금 법에 적혀 있는 인원이 정말 최소인원이다.
끝나지 않는 갈등, 속 타는 건 군민 뿐
10월 18일, 하동한국병원은 5명의 의사와 40명의 간호사 수를 맞춰 보건소에 100병상 추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보건소는 실사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 10일 이내에 허가여부를 결정한다. 갈등의 핵심이었던 의료인 충원 문제가 해소되었다.이제 남은 문제는 없는 것일까.
10월 21일 열린정례간부회의에서 하승철 군수는 “법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면서 환자와 종사자를 볼모로 삼고 군정을 협박하고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의료기관의 행태”를 지적하며 “많은 군민들이 오해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적극 조치를 취하라.”며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최소한의 도덕적 책무마저 저버리고 환자를 협상 카드로 쓴 하동한국병원도, 법 원칙만 내세우며 타협 불가를 외치는 하동군 행정도 군민의 입장에선 괘씸하고 답답하다. 군민들은 제대로 된 응급실도, 입원실도 없는 곳에서 사는 일이 불편하고 불안하다. 이 답답함과 불안함을 덜어주는 것은 행정의 몫이다.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세금감면을 비롯해 온갖 인센티브를 내걸고 고민하면서 군민의 생명과 안녕이 걸린 의료문제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행정의 태도에 많은 군민은 실망하고 있다.
보건의료원이 설립되기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 설립된다 해도 모든 의료문제를 그 기관 하나가 다 해결할 수 없다. 민간병원과의 협력은 필수다. 제대로 된 의료 환경이 안정적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