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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해요! 늘어나는 무인 시스템!

서비스 대신 값으로 승부하고 믿음으로 운영한다!

인구 4만의 작은 하동에 시선을 붙드는 특별한 가게들이 많아졌다. 바로 무인점포다. 하동읍 주변으로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점포는 품목 또한 다양하다. 무인카페, 무인반려동물 편의점, 무인아이스크림과자 가게, 무인세탁소, 무인옷가게, 무인주유소…. 고물가의 장기화 속에서 인건비 걱정 없이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무인점포는 도시는 물론 농촌 지역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하동 초등학교 옆 무인 셀프 매장
하동초등학교 옆에 위치한 무인 아이스크림 과자 가게에는 하교 시간이면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초등학생의 코 묻은 천 원짜리 지폐를 기계에 넣고 계산하는 아이의 손은 주저함이 없다. 태어나서부터 스마트 폰으로 시작해 컴퓨터로 수업을 받은 세대에 알맞은 계산법일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하교 시간에 몰린 교복 차림의 학생들은 “주인이 없으니 더 편하고 마음대로 오래 물건을 고를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상대하는 곳이니 계산 기계도 현금과 카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시장통에 있는 무인카페 ‘설레임’
하동시장통에 새로 생긴 무인카페 ‘설레임’ 주인 권덕현(59) 씨는 “아직 시작한 지 한 달밖에 안 돼서 잘 모르지만 큰 기대는 안 하고 있다.”며 “뭐 한 6개월 하면 투자금은 나오겠지요.”라고 희망적으로 말한다. 자기 점포라 월세가 안 나가는 장점이 있지만 전기값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또 주위 분들은 연세가 있어 자동화 기계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고 믹스커피를 더 즐겨 잘 오지 않는다고 한다. 무인이라 커피값이 싸긴 하지만 좋은 커피를 쓰고 있다고 자랑하며 커피는 맛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카드와 현금을 같이 쓸수 있는 무인셀프 기계
커피를 마시고 있는 50대 중반의 손님은 무인카페를 좋아해 종종 여기저기 간다고 말한다. 하동에 몇 군데 있는데 가끔 들려 혼자 커피 마시는 시간과 기계를 혼자 조작해 커피가 나오는 과정을 즐긴다고 한다. 이 가게 저 가게 인테리어도 비교하며 자기가 먹은 것을 스스로 처리해야 하므로 쓰레기통 같은 시설이 잘 돼 있는지도 관심 있게 살펴본다고 한다.
또 다른 20대 손님은 광주에서 출장을 왔는데 숙소와 가깝고 일 처리하기에 조용해 왔다고 한다. 무인커피 가게와 브랜드 커피대리점과의 차이는 커피 맛일 텐데 자기는 커피 맛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조용히 일할 수 있는 무인커피점이 좋다고 한다. 고전면 고하버거 커피점도 인력 문제로 커피점을 무인으로 돌렸다고 한다.
이웃의 단골 제경미 씨는 이곳에 와서 커피 마시며 독서를 즐기는데 커피값이 인하돼 더 좋다고 말한다.
하동 초등학교 건너편에 있는 무인 의류 매장 ‘바카스’
하동의 중심가 경서대로에 있는 무인 옷가게 ‘바카스’의 주인 제갈영 씨는 20대부터 옷 관련 일이 좋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제갈영 씨는 처음엔 감시카메라도 없이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다 한 번 일이 생겨 경찰이 출동했는데 카메라도 설치하지 않은 건 주인 잘못이라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였다고 말한다. 가끔 가게에서 담배를 피운다든지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보든 안 보든 자율적으로 하는 일이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게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더 크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했다. 팬데믹이 끝난 상황에서도 무인점포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농촌 지역에서 합리적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무인점포 업주는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용하는 사람은 눈치 보지 않고 둘러보며, 필요한 상품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살 수 있어 편리하다.
다만 효율성, 쾌적함, 편리성에 가려지고 또 사라지고 소외된 것들이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서로의 얼굴을 직접 보고 얘기하며 우리가 나누게 되는 소중한 것들이 분명히 있다. 키오스크의 스크린과는 그것을 나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