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의 도시재생사업, 제대로 되고 있나 ⓶
부용·연화지구 사업, 광평마을과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고 있다
2025~2028년에 걸쳐 하동읍 부용·연화지구에는 하동군의 4번째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2020년에 완료된 광평마을 ‘우리동네 살리기’와 같은 유형으로 8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지방소멸대응기금 101억 원이 투입되는 하동청년타운 조성과 연계되어 총사업비는 193억이 넘는다. 이미 3차례나 비슷한 유형의 사업을 진행한 바가 있으므로 부용·연화지구는 예전의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주민주도형’이라는 본래의 사업취지를 살려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업이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20년에 완료된 광평마을사업에 대한 평가조차 이루어진 적 없어
“(광평마을사업에 대한) 11월 경남도 평가에 대비해서 용역을 맡길 예정이에요. 용역비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예산이 확보돼야 진행이 되겠죠.” (담당공무원 A씨)
이미 4년 전에 사업이 완료된 ‘광평마을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평가나 주민만족도 조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담당자의 답변이다. 많은 예산이 투입된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업평가를 통해 미흡한 점을 찾아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광평마을사업에서 드러났던 문제점이 다른 사업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 ‘주민역량 강화사업의 부족’과 ‘하드웨어사업의 과잉’이 바로 그것이다.
주민역량 강화는커녕 ‘주민과의 접촉을 줄이라.’는 말까지 나와
국토교통부는 “주민역량 강화 및 공동체 활성화”를 도시재생사업의 주요목표로 설정하고 지자체는 “주민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사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역량과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도시재생사업의 모범사례로 제시된 몇몇 지자체에서는 주민들의 자생적 조직을 발굴하여 사업에 참여시키거나 대대적인 주민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사업 아이템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물론 하동군에도 이런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용·연화지구 사업계획에서 ‘소규모 주민제안 공모사업’ 예산은 총예산의 0.1%에 불과한 2000만 원만 책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하동군이 주민참여를 제고시킬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도시재생사업 실무진 일부에서 민원폭증을 우려해서인지 ‘주민과의 접촉을 줄이라.’는 말까지 나왔었다는 점이다. ‘주민이 주체가 되고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이라는 사업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처럼 주민참여를 소홀히 하는 하동군의 태도는 담당공무원의 말을 통해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이 (도시재생)사업이 꼭 주민주도로 해야 좋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담당공무원 B씨)
‘주민이 배제된 도시재생사업’으로 귀착된 광평마을의 실패가 부용·연화지구에서도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과도한 하드웨어 치중, ‘주민과 함께’ 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은 4.88억에 불과해
부용·연화지구 사업계획도를 보면 건물신축 등 하드웨어 사업과 주민역량강화 등 소프트웨어 사업 간의 심각한 불균형이 드러난다.
전체 예산 193.24억 중 ‘주민과 함께’라는 명칭이 붙은 주민역량 강화사업 관련 예산은 4.88억(2.52%)에 불과하다. 도시재생사업의 핵심주체라 일컬어지는 ‘마을관리협동조합 육성사업’에는 불과 3000만 원(0.15%), ‘스스로 주민역량 강화사업’에도 4000만 원(0.2%)의 예산만이 배정되어 있다. 압도적으로 하드웨어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인 것이다.
그러나 부용·연화지구에 앞서 도시재생사업이 70% 정도 완료된 동광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체험프로그램 등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보였다. 또한 하드웨어 사업 중에는 주민들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집수리’ 같은 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사업에 대한 중간평가나 주민만족도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진 바가 없어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으나 주민이 참여하고 직접적인 혜택을 입는 사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광평, 동광마을과 다른 방식의 접근과 사업진행이 필요해
쇠퇴해 가는 마을을 되살리고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건물을 짓고 도로를 정비하고 낡은 집을 수리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도시재생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주민들을 발굴하고 교육하고 조직화해서 마을활성화의 주체로 키워나가는 일이다. 부용·연화지구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마을사업의 주체를 발굴·육성하는 것에 사업의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