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의 보건의료원 건립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이 부결되었다. 하동군의회는 지난 6월 21일 열린 제331회 정례회 제1차 기획행정위원회에서 하동군이 제출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보류했다. 이로써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 승인 뒤, 이를 근거로 국도비 지원을 받아 보건의료원을 건립하려던 계획이 좌초위기에 몰렸다.
사업계획 축소에도 예산낭비 우려로 승인 보류 - 국도비 지원 차질
이날 하동군이 기획행정위원회에 제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동군이 하동군의회에 제출한 보건의료원 건립 축소(안)
예산 낭비 등에 대한 지적에 따라 사업 전반을 재검토하여 계획을 축소하였음에도 하동군 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한 것이다. 군의회는 의료 공공성 확보를 위한 하동군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다른 지역의 사례를 살펴보고, 새하동병원 개원등 주변 환경 변화를 지켜본 뒤 신중히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이미 운영 중인 전국 15개소의 보건의료원이 재정부담, 의료인력 확보 등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운영비 등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해결방안, 위치적 지역 여건에 따른 의료인력 확보 문제, 100병상 이상 규모의 새하동병원 개원 예정으로 인한 주변 의료환경 변화 등에 따라 사업추진의 타당성에 대하여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사료됩니다.”라는 김명지 전문위원의 검토 보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응급실 운영하려면, 최소 5개 진료과목 있어야
먼저 진료과목이 많다는 지적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하동군이 기존 10개 진료과목에서 3개 진료과목을 축소하여, 7개 진료과목을 설치·운영하겠다고 하였다. 하동에 7개나 되는 진료과목을 설치할 필요가 있겠냐는 지적이 있지만, 의료 현실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번 보건의료원 건립사업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응급의료시설의 설치인데, 이는 응급실 하나만 설치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응급실과 연계하여 응급환자를 처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외과,내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영상의학과가 요구된다. 최소 5개 진료과목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하동군이 공공의료의 핵심으로 꼽고 있는 아동·청소년·노인 등의 계층을 위해 제시하고 있는 치과와 소아청소년과 등을 더하면 벌써 7개 진료과목이 되는 것이다. 제대로 된 보건의료원을 건립하는데 있어 진료과목의 수 자체는 큰 논란거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공중보건의 확보가 시급해
이번 보건의료원 논란 가운데 하나는 의료진, 특히 공중보건의 확보 가능성이다.
공중보건의는 일반 공중보건의(이하 일반공보의)와 전문의 공중보건의(이하 전문공보의)로 나뉜다. 일반공보의는 의대를 졸업하거나 졸업 후 인턴 1년차에 군복무를 하려는 사람이다. 전문적인 의료지식과 임상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건지소 등에 배치되어 만성질환을 진료한다. 일반공보의는 전국 보건지소에 골고루 배치된다.
전문공보의는 의대 졸업 후 3~4년의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사람이다. 우리가 보통 ‘의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해당된다. 전문공보의들은 일반 공보의보다는 풍부한 임상 경험을갖고 있고 공공·보건의료원이 있는 곳에 우선 배치된다.
이 때문에 하동군은 “보건의료원 사업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국·도비 확보뿐 아니라 의료진 확보에 있어서도 시급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의회의 공유재산 관리계획 승인 보류 결정이 아쉽다는 것이 하동군의 주장이다.
문제는 군수의 소통 부족,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 물거품 위기
지역에서는 모든 군민이 원하는 보건의료원건립사업이 차질을 빚은 이유로 군수의 소통부족을 꼽고 있다. 모두가 공감하는 보건의료원 건립사업의 당위성을 근거로 신중하게 추진하자는 집단을 반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밀어붙인 것이 지금의 사태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다.
하동군의회 신재범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그래서 평소 때도 우리 전체 의원들의 뜻을 한번 들어보고 우리 상임위에서 결정하는 게 마땅하지 않느냐라고 이야기를 해왔어요. 그래서 그런 기회를 좀 줄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라고 행정을 질타했다. 행정과 의회가 대등한 입장에서 보건의료원을 포함하는 공공의료 정책을 이어 나가자는 것이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영유아 등의 노약자와 응급환자이다. 또한 공공의료 정책을 오랜 기간 준비해 온 보건소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 역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보건의료원 건립에 있어 공공의료 보장과 재정 문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것은 제대로 된 보건의료원 건립을 위해 필수적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건의료를 전기,도로, 수도 등과 같이 모든 국민이 반드시 보장 받아야 할 필수 공공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낭비를 줄이기 위한 문제 제기와 더불어 그 계획과 근거가 타당하다면 다른 예산을 줄여서라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오랜 기간 지역 공공의료원건립을 기다려온 군민들의 염원과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이 군수의 불통으로 좌초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