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을 이어받은 재첩 청년 노경훈
섬진강에서 재첩을 잡고 있는 노경훈 씨
하동의 대표 생산물이 많지만, 섬진강에서 잡히는 재첩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있다. 2023년에는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은 섬진강 하구 하동·광양 일대 주민들이 ‘거랭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강바닥을 긁어 재첩을 채취하는 전통어업 방식이다. 이 어업 방식은 오래된 역사, 주민의 생계, 생물다양성, 전통적 지식체계, 문화경관 등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8년 제7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세계적 어업 분야 유산으로는 2023년 재첩잡이 손틀어업이 세 번째로 등재됐다. 기존 어업 분야 세계중요농업유산은 일본 ‘나가라강 은어 시스템’과 스페인 ‘아나냐 소금생산 시스템’ 이 있다.
섬진강에서 만난 노경훈(24) 씨는 아버지와 함께 재첩을 잡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허리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입고 강에 몸을 담그고 거랭이를 흔드는 모습이 익숙했다. 검게 그을은 얼굴에 앳돼 보이는 청년이 쉴 새 없이 재첩을 잡는 모습이 아름다워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동이 고향인가요?
네, 악양초, 중학교 나오고 하동고 졸업했어요.
하동고 졸업할 때 졸업생 몇 명쯤 됐어요?
한 반에 25명쯤 약 100명 정도였어요. 근데 축제 때 와보니 3반 밖에 안되더라고요.
졸업하고 떠날 때는 어떤 맘이었어요?
하동에 딱히 미련이 있지는 않았고요. 대도시에서 직장 잡아 살아 볼 생각도 있었어요. 근데 막상 닥쳐보니 현실은 다르더라고요.
다시 돌아왔을 때 하동에 대한 느낌은 어땠어요?
악양이 악양인 이유가 있구나! 도시와 다른 촌의 느낌이 있더라고요. 풀도 좋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돈 많이 벌면 도시에 나가 이것저것 즐기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대학교는 왜 그만 두었어요?
등록금이 너무 비싸고요. 별로 배울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재첩 일 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처음엔 아예 생각이 없었어요. 일을 안 하고 있으니까 허전하고 불안해졌어요. 그런데 딱히 할 일도 없고 아버지가 도와 달라고 하셔서 했어요. 처음엔 지루하고 힘들고 재미도 없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뭔가 뿌듯한 게 있더라고요.
제일 힘든 건 어떤 거예요?
제일 힘든 건 일찍 일어나는 거예요. 새벽 3시면 일어나요. 아버지(노만식, 58)는 2시면 일어나세요. 공장에서 아버지와 미리 이것저것 해줘야 도와주는 이모들도 일찍 가실 수 있어요.
일은 어느 정도 하나요?
잡는 건 한 달에 20번 정도 해요. 하루 물 때에 맞춰서 8시부터 2시 정도면 끝나요. 4월부터 10월 정도까지 해요. 재첩이 예전만큼 안 잡힌대요. 재첩 잡는 사람이 제일 힘든 건 재첩이 안 잡히는 거지요.
다른 친구들에게 같이 하자고 권해 보고 싶은 맘은 없어요?
그럴 생각도 있는데, 이게 기반이 좀 필요해요. 배도 있어야 하고 그레인(거랭이)같은 도구도 필요하고 작업할 공장 같은 곳도 있어야 하고요. 허가증이 있어야 해요. 저는 아버지가 이미 다 마련하셨지만요. 그리고 무엇보다 인내심이 필요해요. 빨리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데 재첩 잡을 때는 꾸준히 계속 끌어야 해요.
아버지와 일하는 게 좋은 점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어때요?
그냥 서로 할 일만 한다는 생각으로 각자 알아서 합니다. 잔소리 안 들으려고 하다 보니 이제 숙련이 됐어요.
재첩 축제에 관리 요원의 입장에서 참석했는데 어땠어요? 관광객이었다면 뭐가 좋았을 것 같아요?
힘들었어요. 관광객이라면 재첩 잡는 체험이 좋았을 것 같아요. 직접 잡고 가져갈 수도 있으니까요.
요즘 하동고 통합이 이슌데 어떻게 생각해요?
학생 때 여학생들이랑 섞여서 수업 받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하동에 귀농귀촌한 또래 청년들을 만난 적은 있나요?
아니요. 지금 처음 들었습니다.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지요.
하동에 여자친구 만날 기회는 있나요?
전혀 없어요.
하동에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극장이 있지만 영화도 제한적이고, 패션이나 간식거리 등도 다양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대로 좋다고 생각해요. 점점 달라지겠죠. 그래서 진주에 자주 갑니다. 하하.
지역축제로도 유명해진 하동 재첩
하동 재첩은 지역축제로도 유명하다. 지난 6월 14∼16일 제8회 ‘하동 섬진강 문화재첩축제’ 가 섬진강변과 하동송림공원에서 개최되었다. 무더위를 피해 예년보다 조금 일찍 열렸다.
이번 축제에 플리마켓 셀러로 참여한 K씨(하동읍)는 “매년 참여했는데 이번 축제는 하동뿐 아니라 경남 축제 같은 분위기였어요. 경남 여러 곳에서 많이 참여한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축제 종목이 그런 분위기를 이끈 것 같아요. 아이들 물놀이에 같이 참여하고 싶었어요.”라고 쉴새없이 칭찬한다.
L씨(악양)는 “모래밭에서 유리가 나왔는데 어떤 사람이 모래밭에 유리를 버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돼요. 내가 부끄러울 지경입니다.”라고 말한다.
1급수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재첩이 풍성해지도록 섬진강 물이 더 맑고 풍부해지기를 바란다. 재첩에 생계를 의지하는 사람이나 하동사람 모두가 섬진강이 있어 행복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