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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 사태

법무부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 대비 체류외국인 비율은 4.89%에 이른다. 여기에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결혼이주민, 불법체류자 등을 합하면 외국인 출신 이주민은 전체 인구의 5%를 훌쩍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동군도 비슷한 상황이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하동군의 주요한 일원으로 자리 잡은 외국인 이주민들이 처한 현실은 내국인들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오하동>은 2회에 걸쳐 하동군의 외국인 이주민들의 실태와 그들이 겪는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가능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최근 하동군의 한 인력사무소에서 장기간에 걸쳐 상습적인 임금체불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임금체불의 피해가한국사회에서 사회적 발언권을 가지지 못한 약자인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집중되어 있음이 드러나면서 더욱 지역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체불임금의 규모도 상당해서 300여 만 원부터 1천만 원대에 이르고, 피해자도 20여 명에 가까운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동군 내에는 이번 사태를 해결할 담당 부서도 전담 인력도 없는 상태여서 피해자들의 고통을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 사태를 일으킨 A인력사무소. 현재는 사무실을 폐쇄한 상태이다.

여러 해에 걸친 임금체불로 피해액 수천만 원대에 이르러 

임금의 당일 지급을 원칙으로 하는 인력사무소에서 1인당 수백만 원의 임금이 체불되기까지는사용자의 교묘한 지불 회피와 더불어 외국인 노동자라는 신분상의 불리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 인력사무소에서 피해를 입은 한국인 노동자 A씨의 증언이다.
“소장이 우리가 인력으로 가가지고 거기서 현장에서 일로 마치고 가면 소장이 사무실에 없어.전화를 해도 안 받고, 그러니까 못 받고 가는 거라. 사람들이 마냥 기다릴 수가 없으니까. 그래가지고 한 5일 하면 한 이틀 거 주고 또 한 3일 거밀어놓고 또 일 보내고. 막 그런 식으로 해서, 돈이 많이 물려 있다는 사람이 한 700만 원까지 물려 있다는 사람이 있더라고.” 
외국인 노동자나 불법체류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한국말 못 하는 분들이 대부분은, 그 뭐라 그래야 되지. 한국에서 와서 일하는 게 정상으로 근로하는 거 아니라 비(불법)취업하니까 그래서 그 조건에서 일했거든요. 인력 사장님이 그 약점을 알고 그런지, 지급을 안 해 줘요. 제일 무서운 저기, 겁이 나는 거는 만약에 신고하게 되면 그럼 저쪽 상대방에서도 자기들은 불법 체류자 신고하게 되는 거예요. 그럼 한국에서도 더이상 거주할 수가 없다는 거...” (외국인 노동자 B씨) 
국내에 연고자나 생활기반이 없고 의사소통조차 불가능하여 아무런 조력을 받을 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에는 수백만 원씩 임금이 체불되면서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인력사무소 대표의 변명,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해 인력사무소 대표 C씨는 “그거 안 주는 건 없고요. 돈 안 드리는 건 없고,조금씩 조금씩 갚아드리거든요. 지금까지도요. 소규모로 계속 드리거든요. 제가 그분들하고 다 통화를 하고 얼마씩 제가 내드리고 통화를 계속하고 그래요. 제가 지금 수금이 좀 안 되다 보니까는 조금 그래요. 그분들 제가 그 이야기까지 다 했고 그런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그분들한테 저한테 통화를 해 주라 그러시오. 그러면 통화를 하면 제가 주지, 안 그렇습니까?” 
그러나 이 인력사무소를 통해 노동력을 수급했던 지역 건설업체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노무비는 모두 정상적으로 지급된 상황이다.또한 ‘전화를 하고 찾아오면 밀린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인력사무소 대표의 말은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일종의 위협처럼 들릴 가능성까지 있다. 수년간에 걸쳐 임금체불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력사무소 대표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고용노동부와 군청은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없어

 다양한 국적,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의사소통의 어려움, 조력자의 부재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 사태는 마땅한 해결방안이 보이지않는다. 체불임금과 관련된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 진주시 근로감독관과 인력사무소를 관리하는 하동군청 경제기업과 담당자에게 질의를 했으나 진정과 민원 등 외국인 노동자의 ‘자력구제’만을 강조할 뿐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진주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저희가 외국인 전담이라는 게 따로 없어요. 사건 배정을 할 때 그냥 이제 순번대로 이렇게 배정을 하는 거고, 외국인이라고 해서 따로 누구를 주고 이런 건 없어요. (외국인 노동자만 전담하는) 그런 인력이 있으면 너무 좋죠. 그런 게 있으면 사건 조사할 때도 좀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현실적으로 좀 어려우니까...”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체불 사건의 발생과 해결 건수 등에 대해서는 “이건 사업장에 조금 불리한 내용이잖아요. 사실상 그렇기 때문에, 이거 그냥 정보 공개청구로 일단 넣어주시면 저희가 그 부분 좀 검토해 가지고 답변을 드릴 수 있는 그런 상황”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노동자의 생존을 좌우하는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해야 할 근로감독관이 “사업장에 불리한 내용”의 공개 여부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인력사무소를 관리하는 하동군청 경제기업과 담당자는 “저희가 현장에 가서 (인력관리대장 등 관련 서류를) 점검하고 확인하고 그 정도 수준이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도 권한이 그렇게 있지 않아요. 민원이 생기면 (인력사무소) 대표한테 전화해서 ‘왜 그런 민원이 생기냐? 빨리 원만하게 좀 해결할 수 있게 빨리 지급을 해라.’ 그 정도 수준에서 저희가 하는 수밖에 없는 거죠.” 
언어의 장벽, 한국 사회의 법 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 연고자나 생활기반이 부족한 상태에서 체불임금으로 인해 생계의 위기에 내몰린 외국인 노동자들이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매우 힘들다. 내/외국인이나 합법/불법 체류자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동일한 절차와 순서를 통해서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한다는 고용노동청과 하동군청의 답변은 ‘차별 없는 평등함’이 아니라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심각한 불평등’이 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와 하동군청의 적극적인 개입과 문제해결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