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칠선(七仙)계곡은 한라산 탐라계곡, 설악산 천불동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 중 하나이고, 지리산 제1봉 천왕봉과 제2봉 중봉 사이에서 발원한 물과 천왕봉과 제3봉 제석봉 사이에서 발원한 물이 합쳐진 계곡이다.
즉, 지리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세 봉우리의 합작품인 거대 계곡인 셈이다. 그만큼 수량이 풍부하기에 수많은 폭포와 소, 담 등이 줄을 지어 나타났다 사라지니 계곡을 걷는 내내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허나 꽃이 예쁘면 벌이 날아오고 사람도 유별나게 고우면 삶이 고달프듯, 이토록 아름다운 계곡을 사람들이 가만둘 리 없었나 보다. 6.25가 끝나고 나라가 혼란한 틈을 타 칠선계곡에는 무수히 많은 나무꾼들이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을 단순한 나무꾼이라고 하기엔 도끼의 사이즈가 달랐고 나무를 대하는 눈빛이 달랐으며 베어내는나무의 굵기가 달랐다.
그렇다. 그들은 나무꾼이 아니라 ‘도벌꾼’이었다. 그들은 수백 년 된 아름드리 나무들을 아무 죄의식 없이 쓰러뜨렸고 그때마다 칠선은 붉은 피를 토해냈다.
아! 우렁차게 쏟아지는 폭포마저 두려움에 떨며 소리없이 흘렀고, 둥지를 잃은 새들은 찍소리 못하고 새로운 집을 짓기 위해 고달픈 날개짓을 퍼덕였을 것이다. 그렇게 베어진 거목들은 상상 초월의 기발한 방법을 통해 아래 마을까지 이동했다.
일명 ‘목마로’와 ‘도벌댐’
‘목마로’는 말 그대로 나무 이동로인데, 굵은 나무를 마을까지 이동하기 위해 작은 나무들을 베어 양쪽에 비스듬히 세운 후에 그 아래에 다시 작은 나무를 베어 바닥에 눕혀 서로 단단히 엮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여 이동 통로를 만들었고,그 위에 굵은 나무들을 올리면 자연 경사에 의해쭉쭉 내려가게 만든 것이다.
또한 ‘도벌댐’이란 담이나 소의 출구를 막아 계곡물을 가두고 그 안에 베어낸 나무들을 풍덩 풍덩 넣고서 비가 많이 내리는 날, 막은 둑을 터트려 강한 물살을 이용해 나무들을 아래로 쓸려 내려가게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인간의 탐욕으로 파괴되며 눈물을 흘렸던 칠선 계곡을 비롯한 지리산의 거목들은 끊임없는 수난의 세월을 견디고 또 견디어 왔다.
그러다 이 모습에 놀란 구례의 우종수 선생님을 비롯한 구례군민들의 노력으로 1967년 지리산이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도벌꾼은 서서히 사라졌고, 그 결과 이제는 어느 정도 자연이 복원되어 가고 있다. 칠선계곡은 1998년 ‘영구보존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가 추성동 주민들의 민원(그들의 주 수입원이 칠선계곡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음식과 숙박을 제공하여 수익을 내는 것이었다) 으로 인해 매년 5월, 6월, 9월, 10월-일년에 단 넉 달, 그것도예약을 통해 매주 월요일에만 칠선계곡 탐방을 허용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원규 시인은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고 읊었다.
그대여! 비록 그대에게 죄가 없진 않겠지만 칠선계곡을 찾을 때는 다신 죄를 짓지 않겠다는 다짐 한 번 하고 이 아름다운 계곡을 올라보시는건 어떠실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