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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Cartoon/ 공존

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 길고양이들을 위한 사료와 물그릇이 눈에 띈다. 봄이 되면 아깽이(어린 고양이)들이 쉽게 발견되고 쓰레기 배출장소에는 어김없이 한두 마리의 길고양이가 보인다. 수컷 고양이들끼리 힘겨루기 싸움을 하는 소리, 배고픈 고양이가 뜯어 놓는 쓰레기 봉투로 인해 사람들은 주민센터에 민원을 넣거나 각자의 방법으로 고양이를 쫓아내고, 길고양이 밥을 주는 캣맘, 캣대디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길고양이를 쫓아내면 해결이 되는 것일까? 쫓겨난 길고양이는 배고픔과 잠자리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장소를 찾아갈 것이다. 쫓기는 신세가 된 고양이는 사람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해 경계심을 가지게 되고,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점점 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쓰레기봉투를 뜯게 된다. 길고양이가 쫓겨난 곳엔 천적인 고양이를 피해 다녔던 다른 동물들로 채워질 것이다. 쥐나, 바퀴벌레와 같은...
사람은 다양한 동식물과 함께 공존하며 생태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때론 이로움을 때론 해로움을 주기도 하지만, 이것을 적절히 조절하며 함께 살아나가야 생태계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만의 편의를 위해 다른 동식물들이 터전으로 잡았던 곳을 빼앗고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 주변의 길고양이를 쫓고 밥을 못 주게 하는 것보다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이 아닐까?
[동물보호법 제1장 제2조 9항] “동물학대”란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말한다.
굶주린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는 동물보호법에 의거한 적법행위라 할 수 있다. 길고양이의 울음소리는 힘이 센 수컷 고양이들끼리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영역싸움인 경우가 많다. 길고양이들에게 충분한 먹이를 줌으로써 수컷 고양이들의 싸움을 줄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밥자리와 함께 화장실을 설치해 두면 고양이 배설물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의 배설물에 들어 있는 펠라닌이라는 성분은 쥐들에게 스트레스를 일으키게 해 쥐를 쫓아내는 효과가 있다. 밥자리와 화장실을 마련해 두고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 주면 주변도 깨끗해지고, 고양이들이 쥐를 쫓고 바퀴벌레와 같은 해충을 잡아주면서 고양이 울음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는 적절한 TNR(trap-neuter-return : 중성화)로 개체수를 조절하면서 고양이의 밥자리, 잠자리, 화장실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얼핏 번거롭고 귀찮은 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사람이 베푼 작은 배려에 길고양이들은 더 큰 보답을 한다. (쥐잡기, 각종 유해 곤충잡기, 그리고 만날 때마다 귀여움에 기분 좋아지기 등) 이러한 방법으로 우리는 다양한 동식물과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람에겐 동물을 다스릴 권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지킬 의무도 있다.”(제인 구달)는 말처럼 인간의 편의성만 추구하지 않고 함께 살아 나갈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반려인들 그리고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행사가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8월 18일까지 ‘우리 삶 속 고양이에 대한 재발견과 공존 모색’이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