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0일 미만 단기 체류자를 제외한 외국인주민은 약 22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4%에 달한다. 경남에는 12만 8700여 명의 외국인 주민이있으며 이는 경남 인구의 5.7%에 해당한다. 하동에는 공식적으로는 1255명의 외국인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자료] 행정안전부
서로 다른 통계 수치, 하동 거주 외국인 노동자 정확한 규모 파악 안 돼
그러나 2024년 5월 기준, 법무부에 등록된 하동 거주 외국인은 796명이다. 2023년 행안부자료와 차이가 난다.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고는 하나 500명 정도가 한꺼번에 출국했을리 없다. 결혼이민자 세대수의 경우, 법무부 자료에는 100여 명에 불과하지만 하동군 가족센터가 2024년 6월에 집계한 수치는 292세대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수치만 보아도 외국인에 대한 정확한 현황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등록되지 않은 외국인 수가 상당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022년 12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계절노동자의 수가 2023년에는 218명, 2024년 상반기에는 128명이며 올 하반기까지 포함하면 300명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를 감안할 때, 하동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의 수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1255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작물재배업 농가의 65%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했고, 이 중 90% 이상이 미등록 노동자다. 논밭에서 만나는 일용직 노동자 10명 중 6명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란 이야기다. 고용허가제나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고용한 노동자는 3개월 이상 고용해야 하고, 고용주가 다소 높은 임금과 숙소 제공 등의 의무를 져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단순작물 재배업에는 맞지 않는다. 이런 현실은 하동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영세 농가나 일시적으로 노동력이 필요한 농가들은 사설 인력사무소를 통하거나 결혼이민자들 사이에 형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합법적으로 집계되는 수보다 훨씬 많은 수의 외국인 노동자가 존재할 것이라 보는 것은 당연하다.
베트남 모자 논라(non-la)를 쓰고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하동의 들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계절노동자 128명 모니터링 2명이 전담, 고용주와의 소통 문제 해결에 큰 도움
하동군 농업기술센터 농축산과는 베트남과 필리핀 출신 각 1명씩을 고용하여 외국인 계절노동자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계절노동자의 70%를 상회하는 베트남인을 전담하는 배희영 씨는 “저는 통역해주고 전화 받고 그러고 있어요. 고용주랑 대화가 안 되니까 일을 시켜도 잘 못 알아듣고 하는 그런 걸 제가 통역해주고 비자 신청했을 때 서류도 검토하고 그래요. 퇴근해도 전화가 많이 들어와요. 낮에는 노동자들이 일 때문에 전화하기가 어렵잖아요.‘낮에 더운데 물도 못 먹었다, 내일은 이런 거 좀 해 달라고 전해 달라, 월급이 아직 안 들어왔다.’ 이런 전화예요.
사장님들도 일 시켰는데 얼마나 했냐 물으면 노동자들이 못 알아들으니까 저한테 전화오고요. 저녁 시간에 남편하고 아이들한테 미안하지만 그래도 재밌고 보람있어요.” 라고 말한다.
128명에 달하는 인원을 2명이 모니터링 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도 동포를 돕는다는 보람에 퇴근 후에도 일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등록된 외국인은 말이 통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들을 이렇게나마 최소한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다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을 것이다. 최근 하동의 한 인력사무소에서 불거진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고질적인 임금체불 사건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 체계에 대해 더 이상 고민을 미뤄서는 안 됨을 보여준다.
전수 조사를 통해 외국인노동자 실상 파악 후 체계적인 지원 검토 필요
농사를 짓는 이들이 줄고, 인구마저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지금 “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 지어요.”라고 말하는 농가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제 외국인 노동자는 농촌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동반자’다. 그런데 우리는 현황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임금체불, 폭언, 성추행, 브로커의 임금착취, 열사병에 의한 사망 등 인근 농촌 지역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사건·사고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다른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 장담할 수 없다. 불행한 일을 사전에 방지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하동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전수조사를 통한 실상 파악과 체계적인 지원 계획이 필요하다.
외국인 노동자를 필요해서 고용한 ‘일꾼’으로만 보는 것에서 벗어나 하동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동반자’로 인식을 확장해야 한다. 이미 그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