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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짠물’, 목도 시설재배 농가를 위협한다

지난 2월 5일, 하동종합사회복지관 3층 다목적실에서 영산강유역청이 주관하는 ‘재첩 서식환경 연구용역 1차년도 결과 주민설명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재첩 어민뿐만 아니라 목도 시설재배 농가 농민들을 포함하여 100여 명의 군민이 참석했다. 이날 목도 농민들은 “재첩도 중요하지만 농사짓는 사람들 생각도 해 줘야 한다.”며 “농업 피해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대책을 세워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섬진강물도, 지하수도 농업 용수로 쓸 수 없어

목도 문도마을 이장 김성길 씨를 만나 시설재배 농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지금은 섬진강 물을 끌어다 쓰는 건 못 해요. 목도 들판이 30만 평쯤 되는데, 관정이 한 100개 정도 있다고 그래요. 근데 99%가 지하수를 못 쓰고 있습니다. 그저 하우스 보온을 위해 수막용으로만 쓰고 있어요.”라고 했다.모터를 이용해 섬진강 물을 끌어다 쓰기도 하고 지하수를 활용해서 농사를 지었던 옛날의 모습은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목도마을 주민 대부분은 시설 재배업에 종사한다. 2015년 전까지는 거의 수박 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섬진강 물의 염도가 높아짐에 따라 지하수의 염도도 덩달아 높아졌다. 농가들은 짠물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작물들로 변경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양상추, 샐러리 등 20여 가지의 양채류를 재배하고 있다. 작물 재배에 필요한 물은 횡천강에서 끌어다 쓴다.
목도 마을 전경. 주민 대부분이 시설 재배업에 종사한다.

횡천강에서 끌어오는 물, 충분치 않을 때는 물싸움이 나기도

문도마을 이장 김성길 씨는 “섬진강에서 모래를 채취하고 위쪽에는 댐이 지어지고 하면서 위에서는 민물이 못 내려오고 밑에서는 바닷물이 치고 들어오더니 지하수에 염분이 차기 시작했어요. 수로에 허옇게 소금이 생겨서 눈으로 다 보였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18년 전쯤인가 청년회하고 이장들이 군 행정에다 민원을 제기해서 횡천강 물을 끌어와 쓰고 있습니다. 100% 만족하지는 못해요. 행정하고 농어촌공사하고 기싸움,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펌핑장에 들어가는 전기세를 서로 안 내려고 미룹니다. 모터를 2개 돌려서 물을 충분히 공급해줘야 하는데 1개만 돌릴 때가 있고, 그러면 동네 주민들끼리 물싸움이 나요. 행정에 전화를 해서 두 대 돌려달라고 사정을 하고... 지금도 충분한 물 공급을 받고 있지는 못한 상탭니다.” 라고 하소연한다.
김성길 이장은 농업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뿐 아니라 짠물이 땅으로 침투하면서 작물의 수확량에 영향을 미치고, 비닐하우스 철근의 다리 부분이 2년이면 삭아서 못 쓰게되고 비닐도 일찍 삭아서 교체 주기가 짧아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적 고충을 토로했다.

계속 농사 지으며 살 수 있도록 대책 세워줬으면

“강이 옛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수자원공사에서 물을 좀 확보해서 내려줬으면 좋겠어요. 피해 보상을 해 달라는 소리가 아니고 계속 농사지으면서 살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덧붙인 김성길 이장의 간절한 호소다.
‘광양만권의 매립, 섬진강 모래 준설, 상류 댐건설, 다압취수장 건설 및 증설’ 등 섬진강이 하루가 다르게 바다화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 영향을 끼친 요인들은 다양하다. 자연환경의 변화는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재첩 어민도, 목도시설재배 농가도 염해 피해의 한가운데에서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게 해 달라고 몸부림치고 있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구조적 변화들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상류에서부터 내려오는 강물의 양은 관련 부처의 협업과 소통, 국가의 정책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농민도, 어민도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물을 충분히 흘려보내 달라는 것이다. 단지 예전처럼 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