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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염해피해 해결의 마지막 기회

강물이 반토막나자 바닷물이 올라왔다

섬진강 하류는 목이 탄다.(<오하동> 2022년 8월호 참고) 내려오는 물이 줄어들자 바닷물이 밀고 올라왔다. 하동송림 백사장에는 ‘뻘’이 쌓이고, 재첩은 ‘씨’가 말라가고, 지하수를 파면 ‘짠’물이 올라와 농사가 어렵다.
과거 배알도 일대에서 잡히던 재첩은 1965년 섬진강댐, 1985년 동복댐, 1991년 주암댐 건설로 강물이 줄어들자 상류로 거슬러 올라왔다. 주암댐 건설 전 구례 송정에서 1초에 98톤이던 강물은 현재 49톤으로 반토막이 났다. 여기에 2005년 다압취수장의 증설 이전으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하루 8만 톤을 퍼올리던 취수장이 45만 톤까지 퍼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재첩이 죽어갔고, 지하수는 더 짜졌다. 결국 어민들과 농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강물이 줄어들어 풀과 나무가 뒤덮고 있는 섬진강의 모래톱

재첩은 줄었지만 문제 없다는 정부

참다못한 주민들은 2017년 <섬진강 염해피해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 결과 2018년 섬진강 염해피해 조정회의에서 합의문을 작성한다. 합의문에 따라 다압취수장은 하루 최대 40만 톤까지만 퍼올릴 수 있게 됐고, 원인 조사 및 대책 마련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목도에서 염분도 18‰*이면 피해가 없고, 섬진강 물의 양은 구례 송정에서 1초에 10.4톤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조사해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연구 결과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자 조사를 다시 하기로 했다. 그 조사가 바로 올해 실시되는 ‘섬진강 재첩 서식환경 실증조사 연구용역’이다.
(* ‰ : 1000g(1kg)의 물에 소금이 몇 g 있는지 나타내는 단위. 18‰은 1000g의 물에 18g의 소금이 있다는 뜻)
각 연구별-조건별 염분 농도와 강물의 양의 기준점 위치
정부와 주민이 각각 주장하는 섬진강의 적정 염분 농도와 강물의 양

섬진강 물을 지금처럼 마음대로 쓰기 위한 연구

지난 2월 5일 연구용역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섬진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에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자문위원들은 특히 재첩서식 적정 염분도가 18~20‰라거나 7.94㎥/s* 정도의 물이면 충분하다는 전제를 문제 삼았다. 그리고 ‘연구를 마쳐도 염해피해 대책을 마련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대로 연구용역이 끝나고 이를 근거로 섬진강 물관리 정책이 마련되면 섬진강과 지하수는 더 짠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재첩은 줄어들고 농사를 짓지 못하는 곳이 많아지는 것이다.
(* ㎥/초: 1초에 몇 ㎥의 물이 흐르는지 나타내는 단위. 10.4㎥/s는 1초 동안 10.4㎥(약 10톤)의 물이 흐른다는 뜻)
주민설명회는 사실상 무산되었다. 그 대신 국민권익위원회의 제안과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영산강홍수통제소, 한국수자원공사, 하동군, 주민 등의 합의로 3월 중 협의체를 열어 연구용역의 지속 여부 등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섬진강의 물이 많으면 아무 문제가 없어…

주민들은 “물만 적당히, 많이 바라지도 않고 적당히만 내려보내 주면 다 해결될 문제”라고 말한다. 이는 “2023년 11월부터 2024년 8월까지의 조사 결과는 강수량이 일정하고 풍부한 조건에서 나온 결과”이며, “섬진강의 물이 많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 재첩어민들의 주장과 일치한다.” 라는 연구책임자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민들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안한 연구용역중단 및 전면 재검토를 위한 협의체 구성이 섬진강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며 (가칭)‘하동 섬진강염해피해대책위’를 만들었다. 섬진강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