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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위기, 어디 있나요?

태풍이 지나갔다. 태풍 하나에 온 마을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침수 위험 지역 주민들은 사전 대피를 하고, 길가의 현수막들은 내려졌고, 모두 문을 꽁꽁 걸어잠그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다행히 태풍은 스쳐지나갔다. 다행이라... 정말 다행일까? 이 곳은 다행이겠지만,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 매일 이런 불안을 떠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찝찝했다.
태풍이 비껴간 바깥에서는 50도가 육박하는 더위에 하늘을 날던 새가 떨어지고, 이상 건조 기후 때문에 9개월간 산불이 꺼지지 않아 숱한 생명들이 터전을 잃고, 갑작스런 여름날 우박과 눈 폭탄에 마을이 초토화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를 두고 기후 위기라고 한다. 바다 건너 청소년들은 지구가 계속 파괴되고 있는데 학교에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며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생태마을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곳은? 너무나 잠잠하다. 여기만 그 ‘위기’가 빗겨난 것일까? 아니면 위기를 위기로 인지하지 못하는, 무감각의 ‘위기’에 빠져버린 것일까? 오랫동안 나를 괴롭게 했던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위기를 위기로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도시적 일상. 폭염이라지만 모든 건물 안은 닭살이 돋을 정도로 에어컨이 가동되고, 해양생물과 조류들이 플라스틱을 먹고 멸종된다는 기사를 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는 생활. 걷기보다는 자동차를 타고, 여러 번 쓰기보다는 한 번 쓰고 버리기 딱 좋은 소비 중심적 구조. 상품으로 가득 쌓인 건물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도시적 일상은 자연의 신비와 위기를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자연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고자 귀촌을 하기도 하고, 생태감수성 향상을 위한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몸을 산과 강의 가까이에 둔다고 해결될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밤이면 도로에 가득 쌓인 일회용품과 쓰레기들을 볼 때, 남아도는 예산으로 또 건물을 부수고 짓는다는 소식을 들을 때, 로드킬로 죽은 고양이를 그냥 밟고 지나가버리는 자동차 뒤를 따라갈 때, 나는 여기가 산과 강이 세트장인 또 다른 도시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는 장소에 국한되거나 산이나 바다에서만 해결할 것이 아니었다. 배제하고 분리하는, 오로지 나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마음. 그 마음의 위기가 진짜 위기였다. 그런데 그 말인 즉 슨, 지금 당장 누구나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그것을 작은 방과 네모난 화면에서 돌려, 슬프도록 아름다운 진짜 세계로 연결시키면 될 뿐이다. 한명 한명의 ‘자연’스러운 마음이 모여, 푸른 지구에 함께 살 수 있길 바라본다.

민주

요가를 합니다. 아이들이 맘껏 웃고 힘껏 자랄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산과 강이 품어주는 이곳에 와서 기쁩니다.

2022년 10월 / 1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