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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리 황금벌판에서 일곱 번째 맞이하는 ‘허수아비 축제’ 축제가 허수아비가 되지 않으려면...

악양면 평사리 무딤이(평사리 들녁은 물이 넘나든다는 뜻) 황금벌판에는 추석을 전후로 각양각색의 수많은 허수아비가 제각각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는 ‘허수아비 축제’는 이미 하동의 가을을 알리는 축제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동정호에 설치된 농악놀이를 하는 모양의 조형물 허수아비
지난 9월 7일 악양면 농민회장 이홍곤(57) 씨는 동정호에서 농민회원들과 마지막 허수아비 설치에 여념이 없었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설치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허수아비 축제’는 보통 추석 전에 설치하여 추석에 고향을 찾는 방문객을 가족들보다 먼저 반갑게 맞이하는 역할을 해왔다.
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이 회장은 축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친환경농업을 표방하고 있는 평사리 황금들판의 쌀농사를 홍보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지요. 또 농촌을 어필하려는 의미도 있지만 딜레마가 있어요”, “무대 행사를 곁들이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오지만 코로나로 한동안 못했고요. 구경 오시는 분들을 위한 전통체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타작 시기와 겹쳐 9월 20일 정도까지 전시할 예정입니다”
동정호에서 농민들과 허수아비를 설치 중인 악양농민회 회장 이홍곤 씨
2015년 ‘허수아비 축제’를 시작할 때부터 5년 동안 허수아비를 만들어 왔던 유민기(64) 씨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처음에는 농민들이 함께 여러 가지 모양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들판에 세우는 작업을 했고 악양의 30개 이상 되는 단체에서 많은 협조를 했지요. 그러다 점차 ‘주제’와 ‘이야기’ 가 있고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하동의 12개 면과 하동읍에 부탁해 각각의 주제를 준비하여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군청에서 각 면에 아마 한 백만 원 정도씩 지원해준 것 같아요. 보통 추석 전에 시작해 10월 ‘토지문학제’가 끝날 때까지 설치 해 놓았었지요”
유 씨는 회차가 진행될수록 반응도 좋아져 다른 지자체에서도 견학을 오고 순천 변량에서는 비슷한 허수아비 축제를 열었다고 말한다. 거제가 고향인 유 씨는 25년째 차 도구를 주로 만드는 나무공예를 하고 있어 허수아비 제작으로 남다른 예술적 감각을 보여준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집행부와의 소통의 어려움으로 작업을 중단하게 되었다. 하지만 계속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속마음을 내비친다.
공방 ‘차살림’에서 지난 5년간의 ‘허수아비축제’를 설명하고 있는 유민기 씨
추석에 하동에 사는 고모님 댁을 방문했다는 관광객 정미경 씨(42, 경기도 용인)는 “고모님이 아이들이 좋아할 거라고 귀갓길에 들러보라고 하셨는데 아이들이 참 좋아했어요. ‘허수아비’ 하면 논에 우두커니 서 있는 어떤 것을 상상했는데 다양한 사람모양과 주제가 있어 특이했어요. 또 숫자가 많아 놀랐지요”라고 말한다.
하동군의회 속기록 더불어민주당 정영섭 의원의 질의 사항에 따르면 축제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정의원 : 단위사업 설명서도 없어서 궁금해서 물 었고 황금들판 허수아비 전시 39,975천 원인데 허수아비를 누가 제작하는 겁니까?
농업소득과장 문호명 : 농민회 단체에서 주관이 되어서 제작은 용역을 주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의원 : 과장님, 황금들판 허수아비 축제가 시원이 어떻게 되어서 지금 어떻게 흘러오고 있다는 것을 대충은 알고 계시죠?
농업소득과장 문호명 : 예.
정 위원 : 용역을 줘서 허수아비를 만든다는 것은 안 되는 거지요.
농업소득과장 문호명: 볼거리도 있고 좀 다양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 의원 : 할 게 없어요. 무슨 볼거리를 다양하게 해요? 허수아비 보러 관광객이 옵니까? 허수아비 보러 관광객 안 옵니다. 황금들판을 보러 왔다든지 동정호나 최참판댁에 왔던 분이 그냥 허수아비도 있고 축제를 한다니까 막연하게 한 번 가보자 해서 나오는 것이지 허수아비를 보러 오지는 않을 겁니다. 허수아비 축제는 우리보다 훨씬 큰 곳들이 너무 많지요. (생략)
허수아비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농작물을 쪼아먹는 새들을 쫓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이나 동물 모양을 만들어 논밭에 세워 두는 조형물’을 뜻하지만, 주로 사람 모습을 한 것이 많아서 ‘제구실을 잘 하지 못한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사람’을 빗대어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예산과 바쁜 농민들의 일손까지 동원되는 축제가 ‘허수아비’가 되지 않으려면 축제의 의의부터 잘 살펴야 한다. ‘허수아비축제’ 뿐 아니라 하동군 내에서 열리는 많은 축제가 내실을 챙기려면 축제의 목적과 의미를 잘 따져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2022년 10월 / 1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