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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의 기후위기 대책, 믿을 수 있나? ①

1차 기후변화 적응대책의 평가가 부실하고 주관적이다

2015년 이후 전국 226개 지자체는 모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시행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하도록 의무화되었다. 하동군은 이 계획을 실효성 있게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는지 3회에 걸쳐 알아본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과 재해는 이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농촌 지역인 하동군은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 하동군은 기후변화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2020년 12월에 발간된 <제2차 하동군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시행계획(2021~2025)> (이하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중심으로 하동군의 기후위기 적응대책의 실효성을 따져 보았다.
하동군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2015년 1월 1일부터 기초지자체의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립·시행이 의무화되자 건강, 재난/재해, 농업, 산림, 생태계, 물관리 등 8개 분야에 걸쳐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수립하였다. 이에 따라 2016~2020년 기간에는 ‘제1차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수립하고 시행을 완료하였다.
2021~2025년에 시행되는 <제2차 기후변화 적응대책>은 1차 대책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총 52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 이유는 2차 대책의 기초가 되는 1차 대책에 대한 평가부터 부실하고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자료출처 : 제2차 하동군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시행계획(2021~2025)
위의 <표 1>을 보면 총 48개 사업 중 39개 사업이 ‘매우 우수’ 및 ‘우수’로 평가되어 81.25%가 우수 이상의 성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세부사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사업이 적지 않다.

#1. 건강 : 라돈측정기를 무료 대여하고 노인 일자리를 줄여서 군민 건강을 관리?

◎ 과제번호 1-3. 아토피/알레르기 질환 관리 강화 (평가 : 매우 우수)
◦ 실내 공기질 관리를 위하여 라돈측정기를 구매함.
◦ 라돈측정기 무료 대여 서비스를 시행하여 실내 공기질 개선 및 군민 불안감을 해소함.
◎ 과제번호 1-4. 폭염대비 옥외근로자 취약계층 보호대책 내실화(평가 : 매우 우수)
◦ 특히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대응 관리를 실시
◦ 노인일자리 참여자 단축 근로 실시하여(월 10회-> 7회) 혹서기 사고 발생을 최소화함.
라돈측정기
대당 수십만(40~80) 원에 달하는 라돈(방사성원소) 측정기를 구입하고 무료대여하는 방법으로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고, 노인빈곤층을 위한 공공근로 시간을 줄여 폭염사고 예방을 했다는 것을 ‘매우 우수’한 사업으로 평가했다. 라돈측정기 무료대여나 노인 일자리 단축이 기후위기 대책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군민이 몇 명이나 될까 궁금하다.

#2. 재난·재해 : 풍수해보험 활성화로 재난재해에 대비?

◎ 과제번호 2-4. 자연재난 대비 풍수해보험 활성화(평가 : 우수)
◦풍수해 취약지역 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풍수해보험 지원 활성화를 위하여 명단 확보 후 단체보험 가입을 추진함.
◦ 풍수해보험 주민설명회를 추진하고 홈페이지 보도자료배포 등을 활용하여 집중적으로 홍보함.
◦ 저렴한 정책보험 가입을 통하여 풍수해나 지진 재해 시 군민의 사유재산의 보호에 기여함.
재난·재해에 취약한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계층에게 풍수해보험료 일부를 보조하는 이 사업은 예산집행률이 다른 사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24%에 불과한데도 ‘우수’로 평가되었다. 재난·재해의 사전 예방도 아닌, 사후 대책에 불과한 풍수해보험 가입을 집중 홍보했음에도 예산의 76%를 남긴 것이 과연 ‘우수’한 사업인지 의아하다.

#3. 물관리 : 홍수가뭄 예·경보 시스템으로 재해를 사전에 예방?

◎ 과제번호 6-3. 홍수가뭄 예·경보 시스템 구축 (평가 : 매우 우수)
◦ 물 관리 모니터링과 연계하여 홍수 및 가뭄에 대한 예·경보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사전 방재를 통한 인명과 재산 피해 최소화를 목적으로 함.
◦ 예·경보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범지역 선정 및 하동군에 적합한 돌발 홍수 예·경보 시스템을 개발하여 운영함: 화개, 청암, 옥종 지구 59개소
-> 집중호우 시 예·경보 방송을 실시하여 하천주변 주민 및 야영객 대피 등 인명 및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함.
<제2차 기후변화 적응대책>이 2020년 12월, 즉 화개지역의 막대한 홍수피해가 발생한 8월 직후에 발간된 것임을 생각하면 ‘홍수가뭄 예·경보 시스템 구축’을 ‘매우 우수’ 등급으로 평가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릇된 진단과 평가는 그릇된 대안으로 이어진다. 방대한 분량의 기후변화 대책 중 몇 가지만 살펴보아도 하동군의 기후변화 적응대책이 얼마나 부실하고 신뢰도가 떨어지는지 알 수 있다. 하동군이 스스로 밝혔듯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지방자치단체가 일차적인 적응 주체로 나서야 함’(7쪽)을 생각하면, 하동군은 지금까지의 안일하고 관성적인 태도를 버리고 근본적인 기후위기 대응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22년 10월 / 1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