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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사고가 가져다준 ‘생명의 나무’의 신비

계단을 헛디뎌 삐끗했다. 저녁엔 몰랐는데 자고 일어나니 걷질 못하겠다. 병원에 가니 휠체어에 앉혀 진료와 방사선 물리치료 화장실까지 병원종사자가 해주니 이런 호강이 없다. 엑스선 결과 뼈는 더없이 튼튼! 다행이다. 인대가 늘어나 반깁스를 해 주신다.
집에 오니 할 게 없다. 생각 끝에 예전에 사다 둔 퍼즐을 꺼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생명의 나무’다. 퍼즐 맞추기의 최고봉 같다. 사진상엔 빛이 들어가 아름답게 보이는데 맞추기는 명도만 조금씩 다른 거의 같은 금빛인 데다 광택이라 너무 힘들다. 5일 만에 완성했다. 그리고는 뒤집어엎었다, 다시 한번 더 반복했다. 퍼즐을 맞추는 동안 마치 도를 닦는 것 같이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다.
클림트는 늘 양복주머니에 책을 넣고 다니는 당대에 보기 드문 지식인이었고 한 점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수많은 문헌을 조사하곤 했다고 한다. 건축가 요세프 호프만의 대표작인 스토클레 저택은 6년에 걸쳐 완성됐는데, 그는 클림트에게 저택의 식당을 장식할 모자이크 장식화를 의뢰하였다고 한다. 클림트는 후원자의 풍부한 재정 덕분에 1910년 유리, 산호, 자개, 준보석 등 값비싼 재료를 이용하여 모자이크를 완성했는데 그 작품이 바로 ‘생명의 나무’라고 한다.
클림트의 ‘생명의 나무’
이 작품의 왼쪽 여인은 ‘기대’인데 고대 이집트의 벽화처럼 얼굴은 측면을 향하고 있고 몸은 정면을 향하고 있다. 생명의 나무에 휘감겨 있는 오른쪽 여인은 얼굴과 손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포옹하고 있는 여인은 ‘성취’를 뜻하며, 전체적으로 동양풍의 의상은 클림트의 오리엔탈리즘과 비잔틴 취향을 짙게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이 그림의 소용돌이치는 나뭇가지는 고대 신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생명의 연속성’을 의미하며 또한 ‘인간의 복잡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나무의 뿌리는 단단하게 땅에 고정되어 있는데 ‘영생을 누리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나타낸다고 한다. 나무의 가운데 검은 새는 ‘죽음’ 의 의미로 생명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음을 나타낸다고 한다.
여러 번 ‘생명의 나무’의 퍼즐을 새로 맞추며 뜻하지 않은 나의 부주의로 인해 소중한 생명의 신비와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고가 아니었으면 얻지 못했을 몸과 마음의 귀중한 휴가였으니 나쁘지만은 않았다.

강헬렌

하동에 살며 하루하루를 즐겁고 재미있게 지낸다.

2022년 10월 / 1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