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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하구 갈사만에 흑두루미 도래하다

■ 흑두루미(Grus monacha, Hooded Crane)
천연기념물(문화재청)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환경부)
IUCN(국제자연보전연맹) 범주 : 취약종(VU)
국가적색목록 평가 : 취약종(VU)
전 세계 1만 8000여 마리 남아있는 국제보호종
농경지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흑두루미
흑두루미(두루미류)는 주기적으로 번식지와 월동지를 반복적으로 왕래합니다. 중간에 잠시 쉬어가는 곳을 중간기착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두루미류의 중간기착지이면서 월동지입니다. 우리나라에 많은 두루미류가 찾는 이유는 해안가에 갯벌과 농경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족 단위로 살아가는 두루미의 안정적 월동을 위해서는 먹이가 풍부하고 넓은 농경지와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갯벌 등이 있어야 합니다.
갈사만은 흑두루미의 중간기착지로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흑두루미를 4~5년 전 처음 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최대 1000여 마리의 흑두루미가 찾아오면서 순천만에 집중된 흑두루미를 분산시킬 수 있는 월동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하동군 금성면 가덕리 일대에서 월동 중인 흑두루미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전파를 막기 위해 설치한 초소에서 근무하는 주민들에 의해 보호받고 있습니다. 초소에 근무하는 주민들은 흑두루미에 게 위협적인 차량을 통제하고 볍씨 뿌리기와 같은 먹이주기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안전한 월동을 위해 논갈이 작업을 2월로 늦출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현재 두루미 보호협회와 한국물새 네트워크에서 집계한 결과, 일본 이즈미시에서 흑두루미 1100여 마리가 폐사하였고, 국내에서는 130여 마리가 폐사하였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도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국제보호종인 흑두루미의 위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시민모니터링으로 본 섬진강 하구는 생태계의 보고, 철새의 중간기착지이자 번식지인 동시에 월동지

지난 6년 동안 섬진강 하구와 주교천, 고포 갯벌, 갈사만 일대를 조사한 결과, 많은 종류의 새가 확인되었습니다. 이중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은 31종이나 되었습니다. 삵과 수달은 물론, 기수갈고동, 흰발농게, 붉은발말똥게와 같은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좀 더 정밀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생물이 확인될 것 같습니다.
필자는 지난 6년 동안 섬진강 상류부터 하구까지 이동하며 섬진강의 겨울 철새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는 섬진강 하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섬진강 하류에서 흑두루미 3마리가 이동하는 모습을 확인하였는데, 이번 겨울에는 갈사만을 찾은 수많은 흑두루미를 보면서 매우 놀랐고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조사 때마다 섬진강 하구생태계의 생물다양성에 놀랐습니다. 그럼에도 섬진강 하구 생태계 보전은 현실적인 여건상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이번 겨울의 흑두루미 집단 도래와 함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실제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과 함께 섬진강 하구 생태계 보전을 위한 노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명정

황새네트워크 조사원/(사)황새사랑 기획분과위원/두루미 네트워크 활동가/저어새네트워크 활동가/조류연구가/ 습지보전활동가/섬진강호조 대표/디자인한톨 대표

2023년 2월 / 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