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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LNG복합발전소가 석탄발전소의 대안일까?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금남면 주민
내 고향 마산에도 화력발전소가 있었다. 지금은 옛날 얘기로, 1956년에 가동을 시작하여 1982년에 폐쇄됐다. 내 기억에 처음엔 호롱불을 쓰다가 마침내 전기 덕에 완전 딴 세상이 됐다. 그러나 가난했던 부모님은 전기세 아끼느라 변소용 작은 전구를 썼고 나도 그 희미한 불빛에 공부했다. 당시만 해도 석탄발전이 (초)미세먼지나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를 방출해 폐병이나 지구온난화를 초래한다는 문제의식은 거의 없었다. 모두 배가 고팠기에!
그런 세월이 60년 이상 흐른 지금, 우리는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라는, 글로벌한 삶의 위기 앞에 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선진국은 1.5도 파리 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2035년까지 화력발전소를 퇴출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노후 석탄 발전소 28기를 LNG(액화천연가스)로 전환하려 한다. 이 맥락에서 하동 남부발전은 석탄발전 8기 중 6기를 2031년까지 점차 LNG로 바꾸려 한다. 이에, 2027년까지 2-3기의 발전소 대체를 위해 1GW급 LNG복합발전소를 건설하려 계획 중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과연 LNG복합발전이 회사의 말대로 “친환경”인지, 나아가 이것이 세계적 흐름에 발맞춘 “탄소제로” 내지 “RE100(재생에너지100%)” 지향성을 갖는지 따질 필요가 있다. 결론은, LNG는 석탄의 대안이 아니다!
첫째, LNG복합발전은 석탄발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약 30% 감소한다지만, 대신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80배 이상 강한 메탄 방출로,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꼴이 된다.(CH₄ + 2O₂ → CO₂ + 2H₂O) LNG의 핵심은 메탄인데, 이것이 이산화탄소를 대체하기보다 그보다 더 고약하다는 것은 미국환경보호청(EPA) 자료에 나온다.
둘째, 회사는 LNG복합발전을 한 뒤에 점차 수소와 혼소(혼합연소) 발전을 하고 그 뒤에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이라 한다. LNG가 석탄에서 신재생(청정) 에너지로 가는 ‘브릿지(다리)’란 입장! 그러나 2020년 기준, 전국의 LNG발전소 평균 가동률은 40% 내외다. 새로운 LNG발전소 건설이 불필요한 근거다. 수소발전도 기술과 비용이 장애다. 나아가, 급격한 종 다양성 감소와 멸종 위기, 가뭄과 폭우로 상징되는 기후위기는 세계적 차원의 대응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현 화석에너지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할 여유 시간이 없다. 바로 가도 될까 말까 한데, 수십 년의 다리를 건너가라니, 그 다리 위에서 참사를 당할까 두렵다.
셋째, LNG복합발전을 찬성하는 이들은 현 하동발전소가 ‘먹고사는’ 터전이라고 한다. 물론이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바쁘게 사는 것도 모두 ‘살자고’ 하는 일이다. 그러나 발전소 인근부터 좀 먼 곳까지 주민들이 저주파 소음과 미세먼지의 악영향에 건강이 손상된다는 과학적 연구도 있지 않은가? 사람이 사는데는 경제가치(돈)만이 아니라 사회가치(인간미, 공동체), 생명가치(자연)가 모두 필요하다. ‘살자’고 하는 돈벌이고 경제인데, 건강이나 공동체가 망가지고 자연이 오염된다면, 그 모두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석탄발전소도, LNG발전소도 대안이 아니라면, 우리는 대안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현재 우리를 괴롭히는 코로나 사태나 기후위기, (초)미세먼지와 쓰레기 문제 등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편리하고 깔끔하며 값싼 것만 추구하는 생활방식, 즉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 시스템을 지극히 당연시해 왔기 때문에 생긴 문제란 점이다. 그 과정에서 겪는 타자의 고통이나 자연의 오염과 파괴에 대해선 무책임한 불감증으로 외면해 왔다.
사태가 이렇게 된 이유는 한편으로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 시스템을 통해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 관계 때문이고, 다른 편으로 대다수 사람들이 이 자본 관계를 당연시한 채 일자리, 소득, 경제 성장, 재물, 소비 등에 중독된 채 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뼈아픈 성찰이야말로 근본적인 대안 탐색의 전제조건이다. 이런 깊은 성찰 없는 대안들은 과거의 오류만 반복하고 만다. 나아가 여전히 무책임한 ‘값싼’ 대안들은 갈수록 사태를 더 악화시켜 마침내 ‘집단자살체제’의 완성, 즉 우리 모두를 공멸로 내몰게 될 것이다.
발전소 문제와 관련, 근본 대안은 이렇다.
첫째, 소박한 생활방식과 절약이 첫 걸음이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 시스템이 아닌, ‘적정생산-적정소비-적정순환’ 시스템을 구축한다. 각 가정마다 최대한 절전하고 대기전력을 줄이거나 LED 전등으로 전기 사용을 효율화한다.
둘째, 현재와 같은 거대-집권적 발전 시스템 대신 소형-분권적 발전 시스템(예 : 소형 태양광)을 전면 도입한다. 집집마다, 마을마다, 공장마다, 건물마다, 빈터마다 소형 태양광 등을 이용하면, 지금과 같은 발전소 주변 공해 문제나 대규모 자연 파괴는 사라진다.
셋째, 자손대대로 재앙을 물려줄 위험이 높은 원자력이나 화석연료(석탄, 석유, 가스) 발전을 없애는 대신 태양광이나 풍력, 수력이나 지열 등 청정 신재생 에너지를 전격 생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새 일자리를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
생각건대, 지금까지 우리의 경제는 경제가치를 위해 사회가치나 생명가치를 희생한, ‘무책임의 경제’였다. 진정 우리가 ‘대안’을 생각한다면, 경제가치, 사회가치, 생명가치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책임성의 경제’를 구현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시한 ‘돈벌이’가 무책임의 경제라면, 인간적 필요 충족을 위한 ‘살림살이’는 책임성의 경제다.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마을마다, 지역마다 더 많은 공부와 토론이 왕성하게 일어나야 한다. 돈벌이에 중독된 시스템으로부터 해방되지 않으면 삶의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던 어른들 말씀이 참말로 옳다!
*이 칼럼의 일부는 <경남도민일보>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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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 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