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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상상도서관’의 실패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② 상상도서관 사업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나? - 2020년 상반기 편

하동상상도서관 건립추진 경과보고 3. 지하안전영향평가 실시 라. 추후 계획 및 조치사항 ○ 조치사항
19부터 굴착 등 필요사업 시행
최단 기간 내 완료토록 적극 추진 (용역업체 독려)
[자료 1] 하동상상도서관 건립추진 경과보고서
위 내용은 2020년 2월 19일 하동군수에게 보고된 ‘하동상상도서관 건립추진 경과보고’의 일부이다. 지하안전영향평가란 2018년부터 시행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해야 하는 조사이다. 굴착 깊이가 20m를 넘는 공사를 할 때 미리 안전평가를 하여 지반이 가라앉아 발생하는 위험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지역에 지반 침하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조사하는 것이다. ‘최단 기간 내 완료토록 용역 업체를 독려’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3월 5일, 하동군은 ‘사전 컨설팅 감사 조치 결과’를 기획예산과장에게 제출한다. 이 신청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공기단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공문에서 하동군은 하동상상도서관 건립추진위원회로부터 기탁받은 설계도면을 사용하여 ‘사전검토 심의 및 설계공모를 거치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공기단축을 위해 사용 요망’이라는 의견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3월 13일 하동군수가 결재한 ‘하동 상상도서관 건립추진 계획’을 살펴보았다. 1억 1444만 원을 들여 기탁받은 설계도면을 보완하고, 3월 중 경관심의, 4월 중 설계도 보완 완료 및 계약 심사, 5월 중 발주 및 착공 그리고 2021년 12월 준공을 계획하고 있었다. 2021년 12월 준공하기 위해서는 지난 3월 5일 컨설팅 업체에 요청한 ‘공기단축을 위해 사용 요망’이라는 의견이 반영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서두른 이유는 무엇일까?

발전소 주변지역에 지원되어야 할 10억 원

2020년 1월 23일, ‘하동상상도서관 건립추진 계획보고’가 하동군수에게 제출되었다. 여기에는 2020년 상반기 주요 계획이 적혀있다.(자료 2 참고)
※ 농어촌 상생협력기금(남부발전 10억) 신청 절차
신청일 : 3.1
사업계획서 제출(군)
→ 사업계획서 승인(재단)
→ 사업시행 후 증빙서류 제출(군→재단) → 신청사업비 세입·세출 외 현금 2호 구좌 입금(재단)
[자료 2] 하동상상도서관 건립추진 경과보고서
[자료 2]가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남부발전에 요청하려는 10억 원의 출처가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기 때문이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발전소 주변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6월 29일, 하동군은 7월 6일 오전 10시, 상상도서관 부지에서 기공식을 열 것이라고 발표한다. 이날 한국남부발전은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10억 원을 기탁한다고 되어 있다. 발전소 가동으로 피해를 보고있는 주민들에게 가야 할 돈을 군수의 공약사항 이행을 위한 종자돈으로 쓰려고 한다는 의혹이 현실이 된 것이다.

2020년 상반기 용역비, 총 1억 2394만 원

2월 26일 하동군은 ‘토질조사 용역’(1930만 원)을, 27일에는 ‘소규모지하안전영향평가’(3026만 원)을 실시한다. 3월 26일 하동군은 ‘경관심의 도서작성 용역’(836만 원)을 시작으로 4월 1일 ‘도서관 부지 토목공사 실시설계용역’(990만 원), 4월 3일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및 에너지 관련 예비인증, 본인증 용역’(2746만 원), 4월 6일 ‘상상도서관 실시설계용역 : 기계, 전기, 통신, 소방 분야’(826만 원), 같은 날 ‘상상도서관 실시설계를 위한 건축적산 용역’(1100만 원), 4월 20일 ‘상상도서관 실시설계용역 : 토목’(940만 원)을 시행한다. 2020년 상반기에만 각종 용역에 들어간 예산이 총 1억 2394만 원 이다.

‘문제가 많으니 설계를 바꾸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4월 20일, 하동군 경관위원회는 ‘토사유출 최소화’, ‘내부 공간 시뮬레이션 후 재검토’, ‘지붕 유지관리 부분 검토 후 문제점 최소화’, ‘절토량 최소화’, ‘외부시설 안전문제 재검토’ 등을 조건으로 이 사업을 조건부 가결한다.
5월 27일, 제출된 출장보고서에는 하동군 경관위원들로부터 자문을 받은 결과가 적혀있다. ‘조감도 디자인이 가져다 줄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며, ‘시공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특히 구조적인 위험이 클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디자인에 치중한 나머지 사용자의 동선 및 향후 유지관리 측면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관위원들은 디자인에 충실하면서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설계로 바꾸는 것이 낫다고 보고하였다.
6월 2일, 하동군은 건축위원회에 구조 안전 심의 신청서를 제출한다. 나중에 살펴보게 될 이 구조 안전 심의 결과는 상상도서관 사업이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되었고 위험한 일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50억 원 → 100억 원 → 60억 원 다시 100억 원

1월 28일, 하동군은 경상남도에 국고보조금 교부 신청서를 제출한다. 총사업비는 50억 원이다. 3월 5일, 하동군은 ‘사전 컨설팅 감사 조치 결과’를 기획예산과장에게 제출한다. 신청서에는 ‘국고보조금 교부신청서’의 사업비 50억 원보다 두 배 늘어난 100억 원의 사업비가 적혀있다. 3월 31일, 하동군은 경상남도에 균형발전특별회계 신청을 한다. 이때 보고한 총 사업비는 60억 원이다. 6월 25일, 하동군은 경상남도에 사업비 지원을 건의한다. 총 사업비는 다시 100억 원이다. 2020년 상반기에만 사업비가 세 번이나 바뀌며 널뛰기를 한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2020년 하반기에 진행된 일들과 문제점을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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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 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