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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리는 다른 꿈을 꾸어야 한다

-복합화력 공청회에 다녀와서

대송산단 LNG 발전소 건설에 대한 주민공청회 열려 지난 1월 17일, 하동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하동군이 주최하는 ‘대송산업단지 LNG복합화력발전소 건설(안)에 대한 주민공청회’가 열렸다. 금성면에는 1996년에 1호기를 시작으로 2008년 8호기까지 건설된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 한국전력 남부발전은 노후화된 1~6호기를 점진적으로 폐쇄하고 이를 대체할 시설로 LNG복합발전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지난해 1월 하동군과 남부발전은 2~3호기를 대체할 1000MW급 LNG복합발전소를 대송산업단지 내에 짓는 ‘친환경 에너지 단지 건설 협약’을 체결했다. 윤상기 군수 시절,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어 논란이 일었던 사업이다. 하승철 군수가 논란이 많은 사업에 대해 주민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공청회에 참가한 두 주민의 글을 그대로 싣는다. [편집자]

유수용

하동읍 주민
주민공청회에 참여했더니 애초 우려했던 것처럼 큰 소리가 나왔지만, 우려했던 것보다는 무난하게 마무리되었다. 공청회를 이끈 좌장이 때로는 단호하고 때로는 유연하게 대처했던 것이 한몫 단단히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토론자 5분씩 8명, 플로어 토론 20분 계획은 애초 무리였다. 전체 토론시간이 2시간에 불과하다면 토론자는 4명으로 줄이는 대신 마무리 토론 기회도 주고, 대신 플로어 토론을 40분으로 늘리는 것이 좋겠다. 사전에 찬반을 물어 번갈아 발언 기회를 주는 대신 발언 시간을 2-3분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등 전체적인 진행에 대한 고민은 좀 더 필요해 보였다.
필자가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기 때문에 그날 있었던 토론 내용을 객관적으로 정리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이해를 위해 정리해보면 위 <표>와 같다. 이를 다시 간단하게 정리하면 찬성 쪽은 하동화력이 하동 경제를 위해 꼭 필요했고 많은 도움을 주었으므로, 복합화력발전소로 이어가야만 그나마 하동이 소멸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쪽은 하동화력이 하동 경제에 도움을 준 건 사실이라 할지라도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게 훨씬 더 크므로, 하동화력이 문을 닫는 시점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꼭 다시 지어야 한다면 지금까지 하동화력이 보여온 고압적이고 폐쇄적인 운영행태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심각한 주민 고통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대책 마련이 앞서야만 다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송산단 LNG 발전소 건설에 대한 주민공청회
찬성 패널이나 현장에서 터져 나왔던 찬성 쪽 주민들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지금 하동의 현실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동화력이 없었을 때의 하동 모습과 하동화력이 건설된 이후의 하동을 과연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그때보다 엄청 잘 산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그게 과연 하동화력이 있어서인가? 많은 걸 희생한 금성면민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잘살고 있는가? 금성과 금남 주민들이 화개, 악양 주민보다 더 잘살고 있고, 외부에서 살러 들어오는 사람들이 더 많은가? 한마디로 “하동군민은, 특히 금성주민들은 지금 행복하게 살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그것이 하동화력 덕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위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하실 분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바로 그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거의 비슷한 사업을 통해 하동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그럼 뭘 먹고 살라는 말이나? 돈은 뭘로 벌 것이냐?”라고 하시는 분들. 기업, 특히 공해 유발 기업 없이도 잘 살아가는 지역들이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갈사만이 그대로 살아있다면,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다시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미 버린 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의 힘이란 무서워서 사람의 간섭만 사라지면, 지금 하동화력이 존재했던 시간 이내에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 지난주 갈사만에 갈 일이 있었는데 매립을 한 제방 위에 서서 갈사만의 옛 모습을 상상 해보았다. 이 제방이 없고 내도, 신평, 명덕 마을 앞까지 갯벌과 모래톱, 그리고 바닷물이 펼쳐진다면, 그리고 하동화력이 철거된다면(역사의 교훈을 위해 한기쯤 남겨둘 필요도 있을까?)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일까? 앞에 있는 작은 섬들과 대도, 남해까지 이어지는 멋진 휴양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휴가철이면 사람들이 몰려들고 아예 살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도 이어지지 않을까? 하동김과 우럭조개도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흔히들 이렇게 말하면 그건 ‘이상’이라고, ‘현실’을 생각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복합화력을 통해, 기업 유치를 통해 하동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야말로 현실을 무시한, ‘이상’의 다른 이름인 ‘희망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갈사만에, 대송산단에 기업 유치 실적이 하나도 없다면,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하는 기업들의 생각을 아프지만 인정해야 한다. 그나마 복합화력이라도 붙잡아야 한다고 집착하는 것은 지금까지 하동이 걸어 왔던 길을 그대로 가겠다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 내가 꿈꾸는 것들이 현실화할 때, 지금 추진하고 있는 두우레저사업도 가능하지 않을까?
꿈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현실화한다. 공부 못하는 학생이 공부 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어디가 부족한지, 무엇을 잘하는지, 못하는 부분은 어떻게 극복하고, 잘하는 것은 어떻게 더 살릴 수 있을지 냉정하게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 대다수는 그런 노력조차 아예 안 하고 그저 ‘몇 등 했으면’하는 생각만 한다.
하동은 명산 지리산을 끼고 있고 아직 본 모습을 거의 유지하고 있는 섬진강이 흐르며, 한려수도에 접해 있는 곳으로 말 그대로 ‘오직 하나뿐인 하동’이다. 요즘이야말로 경치가 먹여 살려주는 시대이고, 우리나라에도, 세계 곳곳에도 그런 곳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제발 이제는 좀 다른 방향으로 상상해보자. 꿈도 많은 사람이 함께 꾸면 현실이 되는 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를 좀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해보자.
*이 칼럼은 <하동정론>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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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 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