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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농사를 짓고 싶다

노는 땅에 밀 농사를 짓고 싶어도 짓지 못한다. 왜 그럴까?

6월의 밀밭(악양)

밀 식량자급률은 고작 1.1%

하동군의 2021년 맥류(밀, 보리) 재배는 75농가에 재배면적은 74.29ha로, 생산량은 238.1 톤에 불과하다. 전국의 2021년 맥류 재배는 면적 3만5천ha, 생산량은 11만 5천 톤으로 2010년에 비하여 면적은 31.4%, 생산량은 4.2% 감소하였고, 1970년과 비교하면 면적은 96%, 생산량은 94%나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2021년 밀 식량 자급률은 1.1%에 지나지 않는다.

밀이 밀가루가 되기까지 몇 고비를 넘어야

밀은 글루텐 함량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글루텐 함량이 높은 강력분은 쫀득하고 글루텐 함량이 낮은 박력분은 바삭하다. 주로 국수나 라면으로 가공되는 중력분이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고 그 다음은 빵으로 가공되는 강력분이 뒤를 잇는다. 국립종자원에서는 금강밀, 백강밀, 새금강밀을 정부 보급 품종으로 공급한다.
밀은 통곡밀 판매처가 따로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밀가루를 내어 판매해야 한다. 밀을 빻아주는 제분소가 있어야 판매도 가능하다. 밀은 농사 방법, 건조, 심지어 어떤 작물과 이모작을 하느냐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밀을 제분하는 것은 밀가루의 품질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과정이다. 다른 곡물을 같이 취급하는 일반 제분소나 방앗간이 아니라 밀만 빻는 제분소가 필요한 이유다.
하동에는 밀만 빻는 전문제분소가 없기 때문에 제분을 하기 위해 멀리 싣고 가야 한다. 제분소마다 취급하는 밀의 종류가 다르니 품종에 따라 그에 맞는 시설을 찾아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하고 있는 밀 전문제분소는 금곡정미소(경남 진주), 오가그레인 (인천 강화), 지리산우리밀 (경남 함양), 광의면특품사업단 우리밀가공공장 영농조합법인 (전남 구례), 대성팜 (전북 완주) 등으로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대부분의 제분소에서는 밀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주로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하동의 경우 밀 수매를 하는 곳이 없고 제분소와 계약한 재배단지도 없다.
제분 후에도 밀을 저온 창고에 보관해야 하고 택배비까지 더해져야 비로소 판매가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생산비는 더 올라가서 수입밀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개별 농가에서 모두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구조이다.

판로가 없으니 애써 농사지어도 팔 수 없다

맥류 수매 실적을 살펴보면, 대부분 정부 수매로 이루어지다가 1987년부터 일부 농협수매로 전환되었고 2012년부터는 아예 수매가 폐지되었다. 현재는 국내 4곳 농협에서 수매를 하고 있으나 하동군에서는 하지 않고 있다.
농민은 팔 곳이 없어서 밀 농사를 못 짓는다. 농업기술센터는 농사를 짓지 않으니 농기계임대사업에서 밀 관련한 기계는 제외한다. 생산비가 올라가니 판매가격도 올라 소비자는 사 먹기 어렵다. 이런 우리밀 농사의 악순환 속에서 쌀 소비는 줄어들고 밀 소비는 늘어나고 있지만, 그 자리는 수입밀이 99%를 차지한다.

농림축산식품부 2025년 밀 자급률 5%를 목표로

밀의 식량자급률은 2021년 1.1%로, 2020년의 0.8%보다 증가하였다. 농림축산 식품부에서는 작년 12월 12일 제1회 우수 국산 밀 생산단지를 선정하며 “2023년에는 국산 밀 생산단지를 73개소로 확대하고 안정적 영농·재배를 위한 교육·상담(컨설팅)과 시설·장비 지원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국산 밀 이용 식품기업 등에 계약재배 지원, 제분·유통비용 지원사업을 추진하여 국산 밀 소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2025년에는 5%, 2030년에는 10%를 자급한다는 정책목표를 발표했다.
이와 같은 중앙정부의 시책과 관련하여 하동군에서는 밀 생산 확대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칠지 주목된다.

2023년 2월 / 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