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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음악 이야기 ①] 그 시절 음악을 듣는 몇가지 방법에 대하여

2021년부터 악양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나는 카페를 하게 되면 평소 좋아했던 음악을 실컷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버리지 못하고 있던 LP와 CD를 들을 수 있도록 먼저 오디오 셋팅부터 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음악을 하루 종일 들을 수는 있지만, 다양한 장르의 음악 모두를 즐길 수는 없었다. 카페는 공연장도 음악감상실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내가 듣고 싶은 노래도 듣고, 가수의 필모그래피까지 한 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대학생이던 1987년, 음악을 듣는 방법은 지금처럼 쉽지는 않았다. 라디오가 있었지만, 좋아하는 노래는 DJ에게 엽서로 신청해서 선정이 되어야만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사연도 재밌어야 했지만, 신청 엽서를 눈에 띄도록 아름답게 꾸미는 게 하나의 문화가 되기도 했다. MBC에선 매년 각 라디오 프로그램에 보내온 신청 엽서를 모아 ‘예쁜 엽서전’을 열었는데 이 행사는 1973년 시작되어 무려 20년간 열렸었다고 한다.
스스로 녹음을 하는 방법도 있었다. 공테이프를 사서 카세트 오디오에 넣고,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나오면, 타이밍에 맞춰 녹음 버튼을 힘껏 누르는 것이다. 내 또래의 사람들이라면 경험해 보았을 일이지만, 이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노래가 시작되는 지점에 딱 맞춰 잡음 없이 깔끔하게 녹음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는 레코드 샵에 가 좋아하는 곡을 적어주면 녹음을 해주기도 했다. 나만의 플레이리스트가 생기는 것이다. 때때로 이 카세트테이프는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 보내는 고백의 선물이 되기도 했었고, 너무 많이 들어 테이프가 늘어지기도 했었다.
그 시절엔 카페나 떡볶이집에도 뮤직 박스와 DJ들이 있었다. 신청곡을 적어 DJ에게 건네면 노래를 틀어주는 시스템이다. 내가 신청한 노래를 공개된 자리에서 모두와 함께 듣는다는 것은 묘한 두근거림을 주는 일이었다. 이 중에는 전문적인 ‘음악감상실’로 제대로 된 오디오시스템을 갖추고 상당한 LP 보유량을 자랑하는 곳들도 많았다. 당시엔 클래식만 들을 수 있는 음악감상실도 있었다. 시각디자인과에 다녔던 나는 수업과제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와 베토벤의 ‘월광’을 듣고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을 대체 어디서 들어야 한단 말인가? 난감하던 차, 신촌 모 카페에서 들을 수 있다고 누군가 알려주어 우르르 몰려갔던 기억이 있다. 이렇듯 그때는 음악을 듣는 것에도 나름의 발품과 노력이 필요했었다.
사실 나는 음악에 관련된 일을 한 적도 없고, 악기 하나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다. 다만 주변 친구들보다 조금 더 관심 있게 음악을 찾아 들었던,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상당히 개인적인 취향의 선택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왕이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고 싶지만, 이미 잘 알려진 스타보다는 대중적이진 않아도 들어보면 좋을, 그런 가수와 음악을 골라 소개하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보는 시간이 되어도 좋겠고, 좋은 노래와 뮤지션을 알게 되고, 스스로 음악을 찾아 들어볼 기회가 될 수 있다면 무엇보다 기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