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스 지방에서 정원사이자 두더지 사냥꾼으로 지내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다. 언뜻 보기에는 두더지 사냥의 경험에 관한 기록이다. 읽을수록 두더지에 대해 알게 된다. 두더지가 거의 앞을 보지 못하는 것도, 새로운 산소가 굴속에 들어오면 숨는다는 것도, 절대 무리지어 다니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 것과 마주치면 땅 위로 밀어 올리거나 굴을 막아 문젯거리를 피해간다는 것도. 작가 마크 헤이머는 이런 습성의 두더지와 닮아있다.
“나는 아버지가 내게 ‘비를 피해 집에 들어오지도 못할 정도로 멍청하다.’고 말하는 걸 듣고는 ‘하지만 비는 재미있는데.’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떡잎부터 남달랐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반강제적 권유로 집을 나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인 걷기를 시작했다. 걷고 또 걸었다. 머문자리에는 티끌도, 흔적도 남기지 않으면서. 동물들, 새들과 함께 야생의 삶을 살며, 울타리 아래, 숲속과 강둑에서 잠을 잤다. 18개월 간의 홈리스로서의 삶은 작가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자신이 자연과 구별되길 원치 않았고, 그저 초원에 함께 사는 무언가로서 자연과 스스로를 동일시했다.
불완전했던 자신의 과거에서 현재의 완전함으로 이끌었던 자연에서의 시간은 땅을 일구는 나로 하여금 자연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나이 든다는 것, 느려진다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작가의 말에 동의하는 내가 할 일은 나의 봄을, 나의 날들을 가능성과 비옥함으로 붐비는 조용한 자연으로 채우는 일이겠다.작가는 이제 더 이상 두더지를 잡지 않는다. “인제 나는 늙었고, 사냥하고 덫을 놓고 죽이는 일에 지쳤으며, 그것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을 모두 배웠다. 나는 더 이상 숨지 않는다.”
봄을 맞이하는 지금, 마크 헤이머의 말들로 올해의 마음가짐을 다잡아보는 건 어떨까. 평범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무언가 깊은 장엄함을 느끼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글: 악양면 ‘이런책방’ 수요지기 김명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