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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창] 하동에서 만나는 생태 이야기 ①

치자 열매 우린 물로 반죽하면 전이 곱고 더 먹음직스럽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내가 치자나무를 심은 이유는 열매 때문이 아니다. 꽃을 보기 위함이다. 정확히는 향기 때문이다. 치자꽃 향기를 맡아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열매는 덤이다. 물론 강원도쯤 살았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나는 하동에 사는 덕분에 치자나무의 꽃을 보고 향기를 맡고 겨울에도 초록 잎을 볼 수 있다.
어느 한 해는 치자 열매가 익기를 기다렸다. 나는 열매로 놀이를 즐기는 생태해설사다. 조금 더 붉게 익기를 기다리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아뿔싸! 그러다 나보다 눈 밝은 새에게 당했다. 어느 순간 보니 알맹이 빠진 껍질만 남았다. 새가 얼마나 치자 열매를 좋아하는지 그때 알았다. 조금 아쉬웠지만 크게 마음 상하지는 않았다. 치자나무 입장에서는 열매 놀이하고 다닐 나보다 여기저기 똥을 싸서 제 씨앗을 번식시켜줄 새를 훨씬 좋아할 것이 분명하다. 아니 새에게 먹히기를 소원했을 것이다. 그러니 치자나무를 심었다고 내가 주인이라 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