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가을, 부산 언니네 갔을 때, 아파트에 들어서니 꽃 향기가 온동네를 휘감고 있었는데 그 향기가 금목서의 꽃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잎사귀들에 숨은 듯 노랗게 조랑조랑(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면 어지간한 궂은 냄새는 다 파묻히고,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 촌이 잘 차려입은 귀부인이 홀연히 등장한 것처럼 우아하고 고급스러워진다. 금목서가 꽃을 피우면, 언니는 그동안 소원했던 옛친구들에게 손편지도 쓰고 우정의 샘에서 추억을 길어 올린다길래, 공유한 추억거리가 많은 나도 가을이면 “금목서 꽃 폈어?”라고 소식을 묻고는 옛날의 어느 날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 좋은 인연으로 나의 나무 이름은 금목서이며, 이렇게 마당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