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앞두고 나에게 진정한 가르침을 주신 ‘스승’을 잠시 생각해 본다. 언제부턴가 ‘스승’이란 단어가 생소하다. 대신 ‘선생’은 너무 흔하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역할을 하지 않더라도 ‘선생님’은 ‘고객님’처럼 처음 만나는 이를 높이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덕분에 나도 때로 ‘선생님’이나 요즘 유행어 ‘쌤’으로 더러 불리지만 듣기 황송하다.
내가 오늘까지 만난 사람들 모두가 나에게 ‘스승이었다’고 고백한다. 지금도 그때의 누군가를 떠 올려보면 ‘어떻게 그렇게 착하고, 잘하고, 심지어 이쁘고 잘 생겼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진심! 누구나 오래 알다 보면 다 이쁘다!) 내가 힘들고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눈앞이 캄캄할 때마다 답을 묻고 의지하는 단 한 분 스승이 내게도 있다. 그분은 나보다 젊어, 나는 때로 그분을 ‘스승’이라기보다 ‘애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는 33살에 처참하게 사형당한 청년 ‘예수’다. 지리산에 들어온 이후로 나는 그를 더 자주 만난다. 나는 많은 자연 중에서도 나의 스승 예수가 나무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크레타섬의 3000년 수령 올리브나무
크레타섬에 있는 올리브나무는 3000살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나무에는 아직도 올리브 열매가 달린다고 하는데 나는 이런 나무들을 보며 내 스승을 떠올린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산의 나무들은 많은 고초를 겪고 있다. 산림청의 산불 발생현황을 보면 2013년 296건에 면적 552ha였던 것이 2022년 756건, 2만 4797ha로 대폭 늘었다. 산림청은 그동안 소나무 위주의 산림을 만들어왔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침엽수인 소나무는 화염 강도가 높고, 산불 확산 속도가 활엽수보다 3~20배나 빠르다고 한다. 산불이 난 후 불탄 나무를 벌목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산은 저절로 산불에 강한 활엽수림이 된다고 한다. 또 산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굴참나무, 오리나무, 사철나무 같은 내화성(耐火性)이 강한 나무로 내화수림대를 조성해야 하는데, 산림청은 산불 지역을 전부 벌목하고 또다시 소나무를 심는다. 국가 면적의 60퍼센트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산림청은 제발 내 스승의 현현(顯現)인 나무가 또다시 비참하게 처형을 당하지 않도록 힘써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