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날아드는 매화꽃 향기가 도리에 어긋나고 상식의 궤를 벗어난, 못마땅한 세상의 일로 심기가 자못 불편한 일상을 위무해주기도 했다. 화들짝 어느덧 푸른 섬진강 길에 벚꽃이 피고 지고 강물을 따라흐르며 반짝이는 윤슬 같은 꽃들의 눈부신 날들 동안 찾아드는 상춘객들, 나 또한 몸살을 앓듯 바삐 훌쩍 그러나 파김치가 되어 꽃사태를 지나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삶의 스트레스를 이완시켜준다. 그리하여 저마다 꽃들이 진자리, 내일을 기약하는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싶은 열매들이 무럭무럭 그 꿈을 키우고있는 봄날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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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 관내에 산악열차반대 현수막 게시 - 2020년 8월 21일부터 2023년 2월 3일까지 총수량 2115매
(실제 사용수량 1058매, 1매당 2회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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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 앞 농성 - 2022년 3월 14일~5월 31일 (56일간, 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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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 앞 일인시위 – 2020년 11월 19일~2022년 3월 11일 (총 313회, 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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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열차 건설업체 (주)대림 관계자 면담 MOU(투자양해각서)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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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농성 – 2020년 11월 19일~27일
어찌 이 뿐만이었을까. 악양면사무소 앞 일인시위며 작은 위문공연, 문화행사, 설악산 케이블카반대 대책위 등 멀리 타 지역에서 오셔서 함께 해주신 분들의 격려 박수와 진정 어린 마음, 오래오래 가슴이 뭉클하던 뜨거운 땀방울로 기억한다.
지난 정월 대보름날을 기해 위와 같은 ‘지리산 산악열차반대 대책위원회’의 이름으로 활동한 많은 일을 내려놓았다. 물론 산악열차 등에 관한 모든 문제가 백지화되고 종료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거짓과 온갖 부정적인 관행을 일삼던 윤상기 전 군수와는 달리 상식적인 대화와 논리로 논의의 장을 열며 다른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려는 신임 하승철 군수의 취임을 축하하며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런데 걱정이다. 얼마 전 환경부가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를 조건부라고는 하지만 거의 허용한다는 취지로 강원도 양양군의 손을 들어준 것을 계기로 경남도지사가 벌써 지리산권 케이블카 운운하며 불을 지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리산권의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케이블카를 다시 들고나오면 정말이지 다 같이 죽자는 것인지. 아귀다툼, 탐욕의 대상으로만 자연을 바라보며 어찌하여 생명을 저당잡아 팔아먹으려는 일밖에 눈에 보이지 않을까 모르겠다.
세상의 묵은 때들 적시며 씻겨 주려고
초롱초롱 환하다
봄비 너 지상의 맑고 깨끗한 빗자루 하나
빗자루 하나 갖고 싶다. 봄비 오는 어느 날 세상에 못되고 추악하고 망령 난 모든 쓰레기들을 쓸어버릴 수 있는 빗자루 하나 갖고 싶어서 시를 쓰고 ‘깨끗한 빗자루’라고 제목을 붙였다.
얼마 전 악양천을 걷다가 보았다. 10여 년 전에도 악양천 정화작업을 한답시고 강바닥을 포크레인으로 다 파고 긁어내서 평탄작업을 해놓았던 일이 있다. 그 덕분에 악양천에 살며 물을 정화시키고 물고기 등의 서식처가 되어주는 수생식물이며 많은 어패류들이 떼죽음을 하거나 서식처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거기 서서 연둣빛 머리를 곱게 감던 갯버들은 어디갔을까. 두런두런거리던 쏘가리며 동자개, 산메기가 숨박꼭질하던 크고 작은 바위들은 덤프트럭에 실려 모두 어디로 팔려 가서 물 맑은 고향 악양천을 그리워할까. 그런데 또 그 짓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다니.
지리산과 섬진강에 사람들만 사는가. 사람만이 생명인가. 저 피어나는 지리산자락의 야생화들에게 물어보자. 나무와 새, 반달곰과 하늘다람쥐와 담비에게 물어보자. 섬진강으로 이어지는 마을마다의 개울에게 물어보자. 미래세대들의 목소리에게도 물어보자. 사랑이 가득 찬 생명들이여, 그대들은 어떠한 환경 속에서 살고 싶은지.
박남준
시인,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