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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저구 주민들, 살던 곳 떠나야 하나

상·하저구 자연재해위험 개선지구 정비사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하동군 건설교통과 도로담당은 지난 3월 28일 상·하저구 마을에서 주민설명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상저구 마을 주민 대부분은 반대를 표명했고, 하저구 마을 주민들은 찬반이 엇갈렸다. 반대 의견의 중심에는 이주 대상이 된 주민들이 있다.
이주 대상 주택들이 있는 상저구(좌), 하저구(우)의 모습

이주 대상 주민들, 살던 곳에 계속 살게 해줄 것을 요구

하동군은 침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430억 상당의 예산으로 현재보다 도로를 2~4m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도로만 높일 수 없으니 도로 주변도 함께 높인다.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도로 인근 주택들을 헐어야 한다. 상저구의 15개 가구, 하저구의 6개 가구가 대상이다. 군은 하저구에 이주단지를 조성하고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 이주토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주민들은 살던 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 상저구 주민 A씨는 흙을 돋아 높이고 나면 그곳에 집을 지어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한다. 마을 뒷산을 이용해 택지를 조성하는 방법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데에 사는 것쯤은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동군은 난색을 표했다. 해당 사업은 재해정비사업이지 택지조성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재해정비사업의 예산 50%를 감당하는 행정안전부에서 승인해 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자료] 하저구 마을에 조성될 이주단지, 이주 신청자가 많으면 부지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40년 만에 입은 수해, 원인도 인재였는데 왜 우리가 떠나야 하나

“40년만에 처음 난 수해라. 우리 어렸을 때 지붕까지 올라온 적이 있었지. 지금은 강이 넓어가지고 그래까지 안 올라와. 요번에 이건 특별한 천재지변인기라”(상저구 주민 A씨)
“나는 저 위에 먼당에 사는디 강을 들락날락 해야되는디 4m 둑을 쌓아놓으면 우찌 다니나. 강만 더 베리뿌고” (하저구 주민 B씨)
갑작스런 큰 변화 예고에 주민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하저구 마을 김 씨는 하동군청 홈페이지 열린 군수실의 군민제안방에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하동군 하저구 정비사업을 반대합니다’ 라는 글을 올리며, 사업계획에 주민 또는 소유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여기 사는 사람들은 70년, 80년 살아온 사람들이에요. 물 수량도 잘 알고, 생업에 맞게끔 다 알아서 살고 있는데... 내 돈 들여 돌담 높이 쌓아가 물이 못 들어오게 해 놨고, 재작년 수해는 인재인데 그걸 가지고 집을 내놓으라 하니 불만이 많지요”라며 이주방침에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동군 건설교통과 도로계 담당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행정안전부에 전달하여 협의하고, 향후 세 차례 정도 더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가질 계획이다.

2023년 5월 / 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