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마무리 : 상상도서관인가, 사기도서관인가?
성급한 추진 → 부지 변경
조감도만 보고 시작한 상상도서관 건설 사업은 처음 계획했던 곳에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고 말았다. 결국 사업 부지를 바꾸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상상도서관 건설 사업이 꼬이기 시작한다. 부지가 바뀌면서 몇몇 용역은 다시 해야 했다.
상상도서관 조감도 (2019년)
성급한 추진 → 도서 구입비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총사업비도 계속 바뀌는데, 최초 100억 원에서 2021년 7월 22일에는 184~194억 원까지 늘어났다. 이 가운데 공사비가 66억 원, 인테리어 비용 등이 24~34억 원이었다. 여기서 살펴보아야 할 것은 도서관임에도 불구하고 사업 초기에 도서 구입비가 책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급한 추진 → 기한 내에 지어야 한다, 긴급입찰 요청
2021년 5월 31일, 조달청에 “지역발전을 위해 내년 안에 준공되어야” 한다며 긴급입찰을 요청한다. 그리고 3달 뒤인 8월 24일, 건설사업 관리용역 긴급 입찰도 요청한다. 사유는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해 필수불가결’이었는데, 근거는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35조 제4항이었다. 해당 법조항을 살펴보았다.
4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다
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입찰서
제출 마감일의 전날부터 기산하여 5일 전까지 공
고할 수 있다.<개정 2016. 1. 15>
1.
제19조제2항에 따른 재공고입찰의 경우
2.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정책상 예산의
조기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3.
국가사업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다른 사업과
연계되어 사업의 일정조정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4.
긴급한 행사 또는 긴급한 재해 예방 · 복구 등
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5.
그 밖에 제2호 또는 제3호에 준하는 경우로서
입찰을 긴급히 입찰공고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자료1]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35조 제4항
하동군이 ‘신속한 사업진행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는 근거로 제시한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35조 제4항의 어디에도 상상도서관을 ‘내년 안에 준공해야 한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재정 정책상의 필요, 다른 사업과의 연계, 긴급한 행사 또는 긴급한 재해 예방’의 어느 항목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군민들 사이에서 2022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위해 윤 군수가 성과를 남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이다.
성급한 추진 → 기한 내에 지어야 한다, 공기단축 시도
2021년 11월 4일 작성된 검토보고서 지적사항 가운데 심각한 것을 세 가지만 골라보았다.
•
태양 직사광선이 건물 내부로 유입되어 눈부심이 발생하여 독서환경 부적합
•
지붕 구조평면도에서 보 처짐 발생/지붕 경사각이 심해 콘크리트 타설 불가
•
보 규격에 따라 거푸집 조립, 철근 배근 및 콘크리트 타설 등 작업의 어려움과 작업자의 안전이 크게 우려됨
[자료2] 11월 4일 검토보고서 중 주요 지적사항
지으려는 건물은 도서관이다. 하지만 ‘독서환경이 부적합’하다고 지적받았다. 또한 ‘콘크리트 타설 불가’할 뿐 아니라, ‘작업자의 안전문제’까지도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하동군은 12월 6일 ‘이번 설계서로 먼저 시공하고, 나중에 설계 변경할 것’을 지시한다.
2. 하동 공공도서관 조성사업 토목설계 준공도서 접수에 따라 붙임과 같이 설계도서를 송부하오니, 금번 설계서로 선 시공하시고, 추후 설계변경 하시기 바랍니다.
붙임. 설계도서(토목) 1부. 끝.
[자료3] 하동군이 포스코 A&C 건축사사무소에 보낸 공문
2022년 1월 24일 ‘설계도서 검토’, 2월 25일 ‘건축설계 검토’, 3월 11일 ‘준공기일 연기원 검토’, 3월 16일 ‘소위원회 검토’가 보고되며, 이후에도 지적은 이어졌다. 전문가들과 담당 공무원들의 문제제기에도 공사는 계속 진행했다. 그러던 4월 14일 당시 담당 계장과 주무관이 ‘공사중지 의견서 검토’를 보고했고, 4월 19일이 되어서야 공사가 중지되었다.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지금까지의 취재로 성급하게 추진된 상상도서관 건설 사업이 많은 예산을 낭비하고, 자칫 그대로 지어졌더라면 붕괴 위험까지도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윤상기 전 하동군수는 반드시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동군에서는 이 사업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여름 장마에 경사가 급한 도서관 예정지가 무너지지 않도록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업부지 아래에는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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