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교초등학교 – 4억 예산으로 교실 5개 리모델링 완료(20~21년)
하동 진교초등학교는 2020학년도 ‘학교공간혁신 자율영역’에 선정되어 4억 원의 예산으로 1, 2학년 5개 교실과 실내 유휴공간 혁신사업을 시행하여 21년 3월에 마무리했다. 교실 1개당 대략 8천만 원이 든 이 사업을 통해 교실에 2층 다락방, 실내 세면대, 서랍장, 실내 놀이시설 등이 만들어졌다. 이 혜택을 받는 학생수는 1, 2학년 총 62명이다. 학생 1인당 645만 원의 예산이 든 셈이다.
리모델링된 진교초등학교 교실(출처 : 하동교육지원청)
2. 화개중학교 – 32억 6천만 원 예산으로 공간혁신 사업 진행중(22~23년)
2023년 하동교육지원청의 <기관별 세출각목내역서(예산서)>에 따르면 ‘화개중학교 학교공간혁신(일명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 약 28억 8천만 원(22년 3억 8천만 원 집행)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2022~23년에만 화개중 한 곳에 32억 6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다. 올해 집행되는 28억 8천만 원의 예산은 하동교육청의 한 해 ‘급식관리비(무상급식 식품비 및 운영비 등)’ 19억 원과 ‘교육복지비(방과후학교 및 돌봄교실 등)’ 10억 원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2023년 하동교육청의 총예산은 318억 4천만 원이다. 하동 관내 45개 유치원 및 초·중·고를 관리하는 하동교육청 예산의 10.23%가 2년만에 화개중 1개교의 공간혁신사업에 소모되고 있다. 2021년부터 시작하여 2024년에 마무리될 예정인 이 사업은 처음에는 노후 건물의 ‘리모델링’을 목표로 46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가 ‘초·중학교 통합을 위한 개축’으로 사업내용이 변경되면서 총 79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앞으로도 47억 원의 교육예산이 더 투입된다. 화개중학교에는 2023년 현재 4개 학급 42명의 학생이 있다. 학생 1인당 1억 8800만 원의 예산이 드는 셈이다. 과도한 교육예산 낭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같은 우려는 2021년 4월 1일 하동교육청에서 열린 ‘화개중학교 공간혁신 관련협의회’에서도 확인된다. 도·하동교육청 관계자, 화개중·화개초·쌍계초 등 각 학교 학교장 및 운영위원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교육부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미래지향성과 지속가능성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학령인구로 인해 학교 공간혁신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4년을 기점에서 보면 학생수가 줄어들어 30명 선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많아, 2020년 12월 ‘초·중통합’이라는 조건부 승인”(공간혁신 관련협의회 관계자)이 났다는 얘기가 오갔다. 사업의 주체가 스스로 ‘학교 유지에 대한 지속가능성이 있는지, 재정투자 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 경남교육청 <교육통계서비스> 및 경남도청 <경남 통계> 재구성
학생수는 주는데 교육예산은 늘고, 결국 낭비와 불용액(不用額)만 많아진다
학생수는 꾸준한 추세로 줄어드는데 비해 교육예산은 들쭉날쭉하지만 평균 300억 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월 및 집행잔액, 즉 불용액(不用額)이다. 한해 예산을 다 쓰지 못하고 다음 해로 넘기는 불용액이 교육예산의 5.7%(2021년, 15억 원) ~ 20.5%(2019년, 86억 원)에 이른다. 학생수에 비해 교육예산이 과도하게 많다는 항간의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 지점이다.
과도한 교육예산이 편중된 사용과 낭비를 초래한다
2023년 하동교육청 예산은 318억 원, 학생수는 2560명으로 학생 1인당 1242만 원 정도의 교육예산이 배정된다. 이 금액은 하동군 예산과는 별도로 학생들만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군청의 예산까지 더하면 학생 1인당 2857만 원의 예산이 책정된다. 하동의 미래를 책임질 유아·청소년에게 그만큼 많은 교육 및 복지혜택을 주기 위한 배려이다.
그러나 하동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과연 그만한 혜택을 누리고 있을까? 하동은 아이 키우기에 좋은 곳이고, 청소년들은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을까? ‘교육환경 개선’을 명목으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학교 시설 개·보수 사업은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만족도를 높여주고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하동군 교육예산은 엉뚱한 곳에 편중되게 쓰이거나 낭비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학생수는 자꾸만 줄어드는데 학교 시설만 맨~~날 여기 고치고 저기 고치고, 그게 진짜 학생들을 위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돈을 자꾸 엉뚱한 데다가 쓰니까...” 화개 학부모 K씨(40대)의 말이다.
※ 다음 호에서는 하동교육지원청과 하동군청의 교육예산을 통해 편중된 교육예산의 문제점과 그 구조적 원인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