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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라는 농사 일손 해결책은 없나?

농촌인력중개센터와 농기계 영농작업단 확대해야

농사 일손이 모자란다

농사짓는 땅은 예전 그대로지만 하동 인구는 줄어들고 농사꾼들이 고령화되니 구조적으로 일손이 모자란다. 게다가 농사만 지어서는 최저임금 벌기도 어렵다. 젊은 농민들은 건설 노동자가 되거나 여러 종류의 기간제 노동자가 된다. 또, 몇 년 전부터 4~50대 여성농업인들이 어르신 요양 관련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져 농사 일손 공백은 더 커졌다.
농민들은 일손 부족을 메꾸기 위해 작업을 최대한 기계화하고, 외국인 농업노동자들을 소개받거나, 민간 인력사무소에서 사람을 구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대봉감 농사를 짓는 박준휘(남, 59) 씨의 말이다. “작년 감 딸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감이 대풍년이라 예년보다 2배는 더 달렸는데, 혼자서 따도따도 끝이 없고... 사람을 구하려니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어요. 다 내버리고 싶었어요. 다행히 도시에 사는 자식들이 주말마다 내려와서 겨우겨우 다 딸 수 있었어요”

인건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는 농사

일손 부족은 인건비 상승을 가져왔다. 해마다 1~2만 원씩 올라 지금은 하루에 여자 10만 원, 남자 14만 원 정도를 줘야 한다. 반면 농산물 가격은 제자리거나 오히려 낮아져 일꾼을 쓰기도 겁난다. 자기 농사를 포기하고 일당벌이로 나서야겠다는 자조 섞인 말이 무성하다. 고사리꺾기에 바쁘다는 여성농업인 조미정(여, 54) 씨의 말이다. “지금은 나물캐기, 고사리꺾기, 찻잎따기 같은 일이 많은데, 내 혼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나머지는 안 해요. 나물이나 녹차가 첫물이 나올 때는 가격이 좋아서 인건비를 주고도 좀 남지만, 조금만 시간이 흘러가도 하루 일당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내 혼자 하다가 마는 거죠, 자기 농사가 바쁘니 사람도 없고...”
농민들이 밭에서 고사리를 수확하고 있다

농사 일손 30% 부족해

하동군은 농사 일손이 약 30% 정도 부족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농업인력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농촌진흥과 김태곤 계장은 “금남면을 중심으로 한 ‘2023년 농업 내국인 근로자 구인자 수요조사’에 따르면 농업인력을 필요로 하는 농가는 영농규모가 0.5ha 미만이 70% 이상을 차지하였고, 남녀비율은 비슷하고, 연령대는 4~50대, 숙련도는 중급이상, 인건비는 최저시급 수준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말했다. 하동군은 농촌일손부족 해결을 위해 ‘농촌인력중개센터’와 ‘농기계작업반’ 운영을 지원하고 ‘외국인계절근로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동군 농촌인력중계센터 2곳 운영, 연간 15,424건 연결해줘

농촌인력중개센터는 농림부에서 추진해 온 사업으로 센터 운영을 원하는 지자체에 한두 곳을 지원 해준다. 하동군은 화개악양농협과 지리산청학농협을 통해 농촌인력중개센터를 운영하여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게 일꾼을 연결해주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하여 중개 건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2022년에는 두 농협에서 각 1억 원(국비 40%, 도비 18%, 군비 42%)의 예산으로 운영하였다. 지리산청학농협은 102개 영농작업반으로 연간 9000건, 화개악양농협은 30개 영농작업반으로 6424건을 중개하였다. 올해는 각 1억 1천만 원의 예산으로 소규모 농가의 참여를 확대하고, 연결 건수를 늘릴 계획이다.
화개악양농협 2022년 담당자 정산해(남, 28) 씨는 “중개센터를 꾸준히 운영해 와서 700여 명의 일꾼들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일꾼이 필요한 농가가 10일 전에 신청하면 연결해주고, 일꾼들에게는 교통비 5천 원을 지원한다. 하루 인건비는 농가와 일꾼이 서로 협의해서 결정한다. 일꾼들은 60대가 가장 많고 감따기와 같은 과수일과 찻잎따기, 풀뽑기 같은 밭일을 많이 한다”며 한번 이용한 농가들의 재이용률이 높다고 하였다.

하동군, 올해부터 농기계 영농작업단 운영을 지원한다

농기계 영농작업단 운영 지원사업은 농민이 작업단에 일을 맡기면 작업비용의 70%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하동군이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이 사업은 지역농협이나 영농조합법인을 대상으로 주관 사업자 1곳을 선정하고, 8천만 원(군비 60%, 주관사업자 40% 부담)의 예산으로 운영한다. 5월에 주관사업자를 선정하여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 사업은 작업단의 전문성과 기계화된 작업으로 일손을 크게 덜어주고, 농가의 비용 부담도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모종을 심고 있는 베트남 일꾼과 농민

외국인 계절근로자 2023년 상반기 218명지원, 하반기 226명 신청

하동군은 정부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부족한 일손을 메우려 하고 있다. 외국인계절근로자 제도는 농어업인이 90일 또는 150일 동안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제도로서 결혼이민자의 가족 또는 사촌 이내 친척을 초청해 고용할 수 있다. 또 하반기부터는 하동군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몽골 4개 지자체의 주민을 고용할 수도 있다.
하동군은 법무부에서 2022년 하반기 외국인 계절근로자 22명을 배정받은데 이어 2023년 상반기에만 218명을 받아 농촌 인력부족 문제에 숨통을 틔우고 있다. 하동군은 외국인 근로자를 초청하는 농가를 통해 외국인노동자의 산재보험료, 외국인등록비 등 약 30만 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제도 운영실무를 맡고 있는 군청 농축산과 황소남 씨는 “2023년 상반기에 배정받은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속속 입국하여 농사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다”며 “2023년 하반기 신청을 4월 14일까지 받았는데 226명이 신청했다. 계절근로자 참여 외국인은 베트남인이 70%, 캄보디아인이 15%, 우즈베키스탄인이 9%, 필리핀인이 6%”라고 밝혔다.

농촌인력중개센터와 농기계 영농작업단 대폭 확대해야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하동군의 정책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그러나 예산과 사업 규모가 작아서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력중개센터는 관내 두 농협에서만 운영하여 거리가 먼 면은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영농작업단은 8천만 원 예산 중에서 5600만 원을 작업비용 지원으로 쓰게 돼 있는데, 한 농가에 10만 원을 지원하면 560건, 20만 원이면 280건에 불과하다. 그래서 1ha 이하, 65세 이상 농가를 우선 지원할 계획인데, 이 정도로는 생색내기에 그칠 수도 있다.
인력중개센터 1곳 운영에 1억 원 내외, 1개 농협에서 농기계 영농작업단을 운영하는데 8천여만 원이 든다면 읍·면을 2개씩 묶어서 6개 정도를 운영한다 해도 큰 예산이 드는 것은 아니다. 최소 이 정도는 돼야 일손 부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일 것이다.
하동군의 적극적인 시행이 필요하다.

2023년 5월 / 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