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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밀착형 사업은 빠진 하동군 시설관리공단

하동군이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동군은 ‘품격있는 공공서비스 제공’, ‘시설물 관리 및 운영의 전문성 확보로 공익성과 효율성의 조화’, 그리고 ‘효율적인 경영으로 수익성 확보’가 시설관리공단의 설립 배경이라고 밝혔다.
부춘정수장 공사 현장. 부춘정수장이 준공‧운영되면 하동군의 상수도 하루 생산능력은 현재 6000톤에서 8100톤으로 늘어난다.

하동군의회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2022년 12월 하동군의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시설관리공단을 굳이 설립해 운영할 필요성이 과연 있는 것인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시선과 공무원·관리공단 인원 증가로 인한 방만한 경영과 비용 증가가 우려되는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다.”며 설립 타당성 조사용역에 대한 군의원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2024년 6월 하동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시설관리공단 설립 타당성 용역에 대해 “현실을 들여다보면 경영부실, 민간 영역 침해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단 설립이 행정의 효율성 차원이 아니고 일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주민생활과 관련된 사업 3개뿐

현재 하동군이 추진하는 시설관리공단은 관광사업에 몰려있다. 계획 중인 11개 사업 가운데 생활과 관련된 분야는 3개뿐이다.
[자료] 하동군이 추진하고 있는 시설관리공단의 세부 사업
시설관리공단은 지방공기업법이 적용되는데 지자체가 50% 이상 출자하고, 지자체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행정안전부 ‘지방공공기관 통합공시’에서는 시설관리공단 적용 대상 사업을 의무적용사업과 임의적용사업으로 나누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 하동군 시설관리공단 사업에서 제외된 상하수도와 자동차운송 사업 기준은 아래와 같다.
[자료] 지방공기업법 제2조에 따른 의무-임의적용 대상사업 중 하동군에 해당하는 사업
‘주민복리 증진’이라는 시설관리공단의 목적을 볼 때, 다른 어떤 사업보다도 공공성 확보가 중요한 상하수도와 자동차운송이 빠진 것은 의문이다. 적용기준에 미치지 못해도 임의 적용하여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 하동군 시설관리공단 설립(안), (2023.11)
‘시설관리공단 설립(안)’에서는 하수도의 경우 민간 위탁을 추진하고 있어 뺐다고 했다. 하지만 담당부서에서는 민간 위탁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간이처리장을 포함할 경우 하동군의 하수처리시설의 처리능력은 하루에 1만 4000톤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의무적용 사업이 된다.
[자료] 상하수도 의무적용 기준과 하동군 상하수도 현황 (2024년 8월 기준)

하수도 사업의 공공성 확보가 중요한 이유

다른 지자체 하수처리시설을 위탁 운영하는 업체 담당자에게 물어보았다. 상하수도 공공성 확보에 대해 묻자, “공공성 확보는 맞긴 한데 민간이 한다고 공공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고, 오히려 전문가가 맡아서 더 효율적이고 결과도 좋다.”고 했다. 다만 “하수처리장을 지방하수처리장하고 간이처리장으로 나눠 봐야 한다.”며 “간이처리장은 마을마다 있어서 숫자가 많고, 아무래도 수시 점검에 소홀해진다. 우리는 수익을 따라가는데, 공공에서 하는 것만큼 제대로 되겠냐?”라며 민간 위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100원 버스도 좋지만 공영버스 도입이 더욱 시급

최근 큰 호응을 얻고 있는 100원 버스 정책과 같은 자동차운송도 마찬가지이다. 하동군은 노선버스가 30대보다 적어서 의무적용 사업이 아니다. 하지만 민간 참여가 어렵고 지역주민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임의적용하여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버스를 자주 타는 주민 C씨는 “시설관리공단 그거 낙하산 인사하는 곳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OO여객이 손해 보면서 주민 편하게 해주라고 할 수는 없고, 기왕 낙하산 인사 할 것 같으면 버스라도 어떻게 손 좀 보면 안 되냐?” 라며 공영버스제 도입에 시설관리공단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군단위 시설관리공단은 전국적으로 12곳이 운영 중, 2곳은 추진 중

현재, 전국에 시설관리공단이 설치된 군단위 지자체는 12곳(가평, 연천, 영월, 평창, 정선, 부여, 창녕, 합천, 울주, 달성, 강화, 기장)이다. 사업내용을 살펴보면, 관광-산림-복지 분야가 대부분이다. 예외적으로 가평, 평창, 창녕, 합천, 울주군이 주민참여예산 사업을, 합천과 울주군이 하수 및 가축분뇨처리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 전북 완주군과 경남 진주시는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시설관리공단의 인사가 문제, 투명성 높여야

한편, 시설관리공단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낙하산 인사와 재정건전화 확보 등이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9월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진주시는 이사장 후보자 검증을 위해 인사청문회를 열고 진주시의 회의 검증을 받는 등 투명성을 높이는 과정을 거쳤다. 대부분의 절차를 마무리한 완주군도 이사장과 4명의 비상임이사를 공개 모집하여 설립 초기부터 잡음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위해서는 타당성 용역과 주민 공청회 및 설립위원회의 심의, 경남도청과의 협의 및 허가, 군의회 조례 제정 등 많은 절차가 남아 있다. 이같은 절차보다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시설관리공단 설립에 대한 ‘하동군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