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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생태해설사, 하동의 생태적 가치를 찾는 사람들

지난 8월 하동생태해설사회(회장 박영희) 주관으로 하동군청 민원실과 금성면 면사무소에서 ‘섬진강 하구 생태환경 사진전’이 개최됐다. 이번 사진전에는 그동안 모니터링한 사진 35점이 전시되었다. 전시회를 주관한 하동생태해설사회 활동에 대해 알아본다.
8월12일부터 14일까지 금성면사무소에서 진행한 생태사진전 전시회 모습, 1월부터 7월까지 섬진강 하구와 갈사만일대에서 진행한 생태모니터링 활동의 결과를 주민들과 나누는 자리였다.
Q. 무슨 전시인가? 전시를 하게 된 이유는?
하동생태해설사회는 하동 생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다. 섬진강 하구 갈사만 일대는 섬진강과 남해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겨울철새의 월동지, 도요류의 중간기착지로 다양한 조류를 관찰할 수 있다. 이곳에서 모니터링하면서 많은 생물을 관찰할 수 있었고, 다양한 멸종위기야생생물을 확인하였고 자료도 많아졌다. 이런 내용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우리 하동생태해설사회의 정명희 씨가 기획하고 파타고니아의 후원으로 첫 번째 사진전을 열게 되었다. 이곳 섬진강 하구에서 살고 계시는 어르신, 그리고 아이들과도 이런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싶다.
Q. 하동생태해설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하동생태해설사회는 2006년에 자연생태해설사 기초교육을 받고 2007년에 심화교육을 받은 뒤 2008년부터 시작되었다. 올해 5기 양성교육을 마친 새 회원이 합류해 총 40여 명이 활동한다. 하동생태해설사회는 개개인이 생태적 삶을 사는 것이 먼저이고 그 삶을 통해 얻은 자연의 지혜를 하동을 찾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전달자이며 안내자이다. 하동생태해설사는 해설과 모니터링이 주요 활동이다. 나는 고향이 서해안 갯벌이라 친숙해서 갯벌 모니터링을 일 년에 한두 번 10년 넘게 하고 있다. 고포 갯벌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게들의 서식지가 변한 것이다. 2009년 갔을 때는 초입에 콩게 종류가 많았는데 요즘은 흰발농게의 점유율이 높다. 흰발농게는 멸종위기생물 2급으로 보호종인데 고포갯벌에 넓게 분포되어 있어 무척 뿌듯하다. 올해 7월 멸종위기생물 2급인 대추귀고둥을 찾았다.
고포갯벌에서 생태해설사회 회원들이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Q. 생태해설사의 기본적인 활동은 무엇인가?
하동은 지리산과 섬진강, 그리고 노량해협(갈사만과 고포 갯벌)을 끼고 있는 생태적 보고이다. 하동생태해설사는 이러한 하동의 생 태적 가치를 찾고 지키며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개별 및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동송림 해설, 화개의 설산습 지, 악양 동정호의 두꺼비와 금개구리, 갈사만과 고포 갯벌의 해설과 모니터링이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다. 그리고 이곳의 생태적 가 치를 기반으로 한 특별 교육프로그램을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 각급 학교에서 5년째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 성과를 바탕으로 올 해 하동교육지원청의 ‘섬진강교육과정’ 개발 사업에 함께 참여했다. 내년부터는 송림과 동정호, 갈사만과 고포갯벌을 중심으로 한 각 급 학교 교육활동에 더 체계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올해 발족한 ‘하동생태관광협회’가 내년에 활동을 시작하면 하동생태해설사 회도 중요한 한 축을 맡으리라 생각한다.
고포갯벌에서 발견한 흰발농게,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Q. ‘설산습지’ 모니터링은 왜 하나?
지리산 국립공원 내 화개골 의신마을에서 차로 10여 분 걸리는 삼정마을에서 1km쯤 걸어가면 ‘설산습지’를 만날 수 있다. 지리산 국립 공원 내 ‘공원자연환경지구’에 속하는 비탐방구역이다. 2019년 9월 16일 일반인이 탐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농사를 짓던 곳이었는데 70년대 급격한 산업화로 농촌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사라지고 세월이 흘러 숲이 되었다. 농사짓던 땅의 일부는 습지로 천이 되었다. 하동생태해설사회는 개방 후 바로 ‘람사르 지원사업’을 신청해 전문가와 함께 하는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모니터링은 현재의 상황에 대한 기록과 함께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대해 예측하고 파악할 수 있고, 문제가 있다면 대책을 도모할 수도 있다. 모니터링은 각 분야 전문가 한 분을 모시고 회원 중심으로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함께 할 수 있다.
Q. 갯벌과 조류 모니터링에 자주 참여하며 발견한 것은 무엇인가?
2009년부터 하동읍 목도리 횡천교 아래에서 섬진강과 횡천강이 합류하는 기수지역의 생태계를 관찰하였다. 숨죽이며 게들을 기다리고, 모새달과 갯벌 식물들의 분포도를 살피고, 주변 오염원상태를 관찰한다. 해홍나물, 가는 갯능쟁이, 나문재 나물, 모새달, 말똥게, 사각게, 도둑게, 가지게, 농게, 흰발농게, 갯장구, 따개비, 참게, 큰날개 갈매기, 왜가리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붉은발 말똥게를 관찰한다. 지금은 고포갯벌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갯잔디의 분포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흰발농게, 대추귀고동 등을 발견했다. 2010년부터 시작한 조류모니터링은 섬진강 하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동읍 신기마을 앞, 갈사선착장, 갈사소류지 등에서 전문가를 모시고 진행한다. 민물가마우지가 점점 위로 올라오는 과정, 선착장을 만들며 갯벌에 혹부리오리가 오지 않는 과정, 흰뺨검둥오리의 서식지가 변해가는 과정, 섬진강 모래밭에 독수리가 오지 않는 이유, 흑두루미와 큰기러기 떼들의 출현 배경, 화력발전소의 연기와 냄새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생명들, 마을과 사람이 아프고 힘들어하는 생활 등을 알게 된다.
고포갯벌에서 발견한 나문재 나물, 잎에서 짠 맛이 난다.
Q. 곤충과 포유류 모니터링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곤충 모니터링을 하게 되면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멀리했던 노린재가 좋아지고,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고 나풀대는 나비의 이름이 궁금해진다. 특정한 곤충을 만나고 싶으면 그 보금자리를 찾아가고 그 곤충의 밥상을 찾아가면 애벌레부터 만날 수 있다. 야간등화를 하면서 밤 곤충들도 만난다. 곤충의 밥상이 되어주는 식물들도 많이 알게 되는데 전혀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은 모든 생태계가 다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의 먹이사슬 관계였던 어떤 종 하나가 사라지면 연쇄적으로 생태계가 위협을 받을 수 있고, 생태계 혼란이 올 수도 있다.
포유류 모니터링은 동물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먹이흔적과 배설물을 보고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예전에는 피해 다니던 ‘똥’이었지만 지금은 카메라를 먼저 들이대고 살핀다. 배설물에 찾아오는 곤충을 먹기 위해 똥굴을 이용하는 오소리의 영리함도 배운다. 물에 사는 족제비과 수달(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 천연기념물)은 똥돌에 소화가 덜 된 생선가시와 비늘이 가득한 비린내 나는 똥을 남긴다. 우리가 직접 볼 수는 없어도 흔적이나 배설물들을 통해서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생명들이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지난 겨울, 갈사리 들판을 찾은 흑두루미(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떼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Q.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생태교육은 어떤 식으로 하나?
아이들과 자연을 이용한 놀이를 통해 수업한다. 첫 수업에 선물로 수선화(화분)를 심게 하여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게 한다. 교내에 오래된 종가시나무 아래에 모여 나무 한그루에 찾아오는 동물이 50종이 넘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물이 잎을 갉아먹고, 잎에 알을 낳고, 열매를 따 먹고, 나무즙을 빨아 먹고, 나무껍질 틈에 몸을 숨기거나 숨어 있는 곤충을 잡아먹으러 오기도 하며, 뿌리의 수액을 빨아먹고, 뿌리틈에 굴을 파고 살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야기를 들려주며 나무가 숲을 구성하는 가장 큰 생명체이며 하나의 생태계의 시작임을 알려준다. 애기부들잎으로 물레방아를 만들고, 댓잎으로 배를 만들어 냇물에 띄워 보내며 자연에 스며들게 한다. 떨어진 밤송이 골프 놀이 같이 계절에 맞는 자연물을 이용하는 놀이를 통해 규정과 심판을 스스로 정하도록 하여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기도 한다.
경남환경재단이 주최한 청년 대상 ‘생태,문화,역사를 잇는 하동,남해 생태관광’ 참여자들이 송림앞 섬진강에서 하동생태해설사(박영희, 이향숙)의 지도에 따라 재첩잡기체험을 하고 있다.
Q. 생태해설사를 하면서 느끼는 보람이라면?
지리산과 섬진강을 비롯한 하동의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해설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자연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고 그 변화를 통해 미래의 생태적 삶에 대한 필요성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
Q. 신입 생태해설사로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나는 하동 토박이로서 고향으로 귀촌한 현시점에 고향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5기 생태해설사 교육을 받고 하동에 대해 깊이 알게 되고 하동을 소개할 자신도 생겼다. 앞으로 더 열심히 배우고 단련하여 하동의 새로운 자랑거리를 찾고, 하동을 홍보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생태는 생물이 자연계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말하는데, 그 속에는 생명체간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배웠다. 나부터 주변의 생명체와 유대감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동행하는 생태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