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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최초의 수상태양광, 시작부터 삐걱~

금성면 가덕리 1113-147번지 일대, 갈사방조제 안쪽 수면에 21MW 규모의 수상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1MW 태양광발전소의 크기가 약 3000~4000평으로 축구장 1.5개 정도의 넓이이니, 그것의 20배에 달하는 21MW는 상당한 규모이다. 하동 최초의 수상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이 사업의 이름은 ‘주민참여형 갈사호 농어촌 햇빛나눔사업’이다. 2026년 완공 후 20년간 가동될 이 사업을 둘러싸고 시작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림1] 수상태양광 발전소의 구조

한국농어촌공사, 2021년에 갈사호 수상태양광 사업 시행자 모집

2021년 11월, 한국농어촌공사는 ‘주민참여형 갈사호 농어촌 햇빛나눔사업’의 사업시행자를 모집했다. 12월, 한화솔루션, 테크윈, 한국남부발전(하동빛드림본부)으로 구성된 ‘한화솔루션(주) 컨소시엄’이 사업시행자로 선정되었다. 이들은 2022년 9월에 특수목적법인(SPC) ‘하동 햇빛나눔 태양광발전(주)’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수상태양광 시설로 1MW, 4MW, 16MW 규모의 세 단지를 계획하고, 1MW분에 대하여 2023년 1월 하동군에 ‘발전사업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림2] 수상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게 될 가덕리 1113-147번지 일대. 오른쪽에 화력발전소가 있다. 명덕마을 주민들은 이곳의 물이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열기를 식혀준다고 말한다.

명덕마을을 제외한 14개 마을 이장, ‘사업 부당하다’ 의견 제출

하동 햇빛나눔(주)은 3월 2일 명덕마을회관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약 70명의 주민이 참석한 이날 설명회에 명덕마을 이외 14개 마을 이장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명덕마을 외 14개 마을 이장민원내용’이라는 글을 작성하여 행정에 제출했다. 글의 내용은 ‘사업 장소는 유수지로서 농번기에 물의 흐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농사에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므로 사업이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되며, 설령 사업이 가능하다고 해도 면민 전체의 소득증대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근마을 이장은 “당초에 이게 간척지를 내서 만들어진 것이고 농지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니 우리 면민 전체가 공유할 수 있게 사업을 해야지, 일방적으로 기업체나 한쪽에 치우쳐서 하는 건 곤란하지 않나 그런 의견을 낸 거다. 60년대부터 금성면 주민들은 피해를 보면서 살아왔다. 더 이상 주민들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하는 사업은 안 된다”고 이장단의 입장을 밝히며 업체와 주민과의 소통 창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명덕마을 주민들 다수가 찬성? 문서 위조 정황 등 문제 많아

현재 하동군 계획조례 제17조2(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한 개발행위허가 기준) 제1항의 ‘거리제한 규정’에 따르면 갈사호에 수상태양광 시설은 들어설 수 없다. 명덕마을이 너무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조례 제17조2 제5항에는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1항의 기준을 완화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그래서 명덕마을 주민들의 의견은 매우 중요하다. 행정과 업체 모두, 명덕마을 주민들 다수가 이 사업을 찬성한다고 말한다. 그 근거는 바로 2018년에 마을 이장이 받아놓은 주민 서명이다. 그러나 이 서명은 현 사업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당시 마을수익사업으로 개인사업자와 함께 추진하려던 8MW 규모의 수상태양광 시설에 대한 것이다. 그나마도 이를 추진하던 당시 이장이 개인적인 사기 혐의로 구속되어 중단되었다. 이것이 어떻게 2023년에 내용도 바뀐 사업에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었을까?
[사진1] 2021년 4월에 경제전략과에 제출된 명덕마을 총회 회의록, 마을주민이 보관한 원본
[사진2] 2021년 5월에 도시건축과에 제출된 명덕마을 총회회의록, 원본과 달리 세 줄이 추가되어 있다.
그 답은 2021년 3월 27일 ‘명덕마을 총회 회의록’에 있다. 명덕마을 대표가 하동군청 도시건축과에 제출한 회의록의 ‘기타 안건’에는 ‘주민들이 수상태양광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바란다’는 의견이 기술되어 있고(사진2 참고), 이를 근거로 2021년 하동군 도시계획 심의위원회에 주민대표가 참석하여 ‘태양광발전 이격거리 제한 조건 일시 완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의록을 둘러싸고 문서 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총회에 참석했던 주민의 말에 따르면 주민대표가 수상태양광과 관련하여 언급한 내용은 “수상태양광 사업은 현재진행형에 있으며 앞으로 추진현황을 주민 여러분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가 전부였다. 실제 총회 회의록에는 ‘기타 안건’에 수상태양광과 관련하여 아무 기록사항이 없었다.(사진1 참고) 같은 총회에 대해 서로 다른 두 개의 회의록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같은 문서 조작과 관련하여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주민들이 2018년에 추진하던 수상태양광 사업과 지금의 갈사호 수상태양광 사업이 다른 것임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충분한 설명과 논의 과정이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확인할 주체도 필요하다. 주민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만큼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행정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민주적인 주민의사 수렴과정을 거쳐야 한다. 화력발전소로 인해 오랜 세월 고통받고 주민들끼리 반목하며 혼란스러웠던 명덕마을에 수상태양광 발전소 추진이 새로운 분란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편, 수상태양광 사업 예정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큰기러기, 천연기념물인 고니, 노랑부리저어새, 잿빛개구리매를 비롯하여 청둥오리, 흰죽지 등 겨울 철새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