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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주민을 위한 대중교통 개선 방안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얼마 전, 아내랑 부산 나들이에 나섰다. 기후위기 시대에 기차 여행이 좋을 듯해서 하동역에서 부산 부전역까지 가는 기차(경전선)를 탔다. 오랜만에 기차역에 들어서니 경치도 좋고, 깔끔하고 쾌적했다. 아내가 하동역사 건물과 간판을 배경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을 내 폰으로 찍어 가족방에 올렸더니 아이들이 “엄마가 무슨 동화책에 나오는 그림 같다”고 했다. 기차로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여행을 하다니, 참 여유롭고 낭만적이었다. ‘6차 대멸종’이 임박했다는 이 기후위기 시대에, 이런 식의 기차 여행은 지구나 사람을 위해 정말 바람직하게 느껴졌다. 거기까지는 참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열차 안에서 매캐한 냄새가 났다. 숨쉬기도 그리 편하지 않았다. 머리가 띵~ 해지고 코나 목도 조금씩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아내 역시 머리가 약간 아프다고 했다. 일부러 다른 사람들 표정을 둘러보니 다들 말없이 잘 참는 듯 했지만, 간간이 기침 소리가 났다. 이게 왜 그런가 하고 생각해보니 열차에서 나오는 디젤 매연이 주범이란 의심이 들었다. 휘발유 매연도 거북하지만 디젤(경유) 매연은 더 고약하다. 한국의 암 사망률 1위가 (흡연이나 나쁜 공기로 인한) 폐암이라 하지 않던가?
처음엔 나도 망설였다. 행여 승무원이 내 얘기를 듣고 난처해하면 어쩌나, 다른 손님들은 아무 말도 않는데 내가 (‘싸가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유난을 떠는게 아닐까, 그냥 나 혼자 정거장마다 밖으로 나가서 신선한 공기를 쐬고 들어올까,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내 머릿속에 디젤 매연이 단순히 머리를 아프게 하는 수준을 넘어 발암 물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솟았다. 그래서 검색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발표한 1급 발암물질에 디젤 매연이 있었다. 담배, 석면, 술과 같이 극위험 등급! 이걸 확인한 이상 ‘침묵은 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승무원이 왔을 때 내가 일어서서 (기분 상하지 않게) 조용히 말했다. “아저씨, 여기 객실 공기가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목이 매캐하고 머리가 띵~합니다”, “그래요?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데?” 문제 상황에 자기방어로 대처하는 전형적 방식이 ‘부정’ 아닌가? 그러니 그 반응이 그리 놀랍진 않았다. 아마도 경전선 운행 수십 년에 이런 문제제기는 내가 처음인지도 모른다.
이 문제를 <경남도민일보> 칼럼에 썼더니 철도청에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글을 보고 연락드린다, 정확히 지적해주어 고맙다, 당장 개선하도록 하겠다” 이런 취지였다. 오히려 내가 고마웠다. 이 작은 경험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 말로만 “탄소중립” 외치지 말고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더 많이 활용하게 철저히 개선해야 한다. 최우선적으로 지방 열차의 실내 공기를 정밀 체크하자.
둘째, 대중교통에는 기차 외에 버스도 있다. 하동군 모든 마을마다 노선별 도착정보 전자안내판이 잘 구축되면 좋겠다. 또, 인터넷 예매(특히, 진교터미널)도 가능하면 좋겠다.
셋째, 디젤 매연을 포함, 세계보건기구의 발암물질 목록을 마치 “금연” 공익광고처럼 전국 곳곳에 붙이자. 이것이 헌법 35조의 환경권(‘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을 실천하는 길이다.

2023년 4월 / 21호